시사, 상식

지구는 화수분이 아니다

道雨 2022. 8. 2. 09:31

지구는 화수분이 아니다

 

 

 

 

 

인류가 누리는 풍요로운 삶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지구가 품고 있는 자원을 양껏 소모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폐기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기후위기의 원흉인 이산화탄소도 산업문명이 뱉어낸 찌꺼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삶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생태자원’을 소비하는 것을 ‘생태발자국’이라고 한다. 국제 환경단체인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의 누리집 설명을 보면, 생태발자국은 식물을 원재료로 하는 식품과 섬유제품, 가축, 수산물, 임산물, 도시 기반시설 공간, 화석연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한 숲 등에 대한 인류의 수요량을 뜻한다.

 

생태발자국의 60%를 차지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문제는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이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훨씬 초과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모든 생태위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해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계산해 발표한다. 이날은 인류의 생태자원 수요량(생태발자국)이 그해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의 양(생태용량)을 넘어서는 날을 뜻한다. 올해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 28일이었다. 지구가 내줄 수 있는 자원을 다 써버렸으니, 29일부터 인류는 ‘생태 적자’ 상태에 빠진 셈이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1.75개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구는 하나뿐이니 29일 이후의 생태자원 소비는 미래 세대의 몫을 미리 당겨 쓰는 것과 다름없다.

 

지구 생태용량과 비슷한 개념으로 ‘탄소예산’이 있다.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일정 수준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치를 의미한다. 파리기후협정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예산을 2020년 기준 5000억톤으로 추산한다. 인류가 한 해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400억톤이 넘으니,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년 남짓인 셈이다. 이마저도 1.5도 목표 달성 가능성이 50%에 그치는 시나리오다.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려면 탄소예산을 더 줄여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