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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외면한 35년…“형제복지원 피해자 일괄 배상 입법 필요”

道雨 2022. 8. 25. 09:22

국가가 외면한 35년…“형제복지원 피해자 일괄 배상 입법 필요”

 

 

 

진실화해위 ‘부당한 공권력 행사’ 진실규명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 긍정적 영향 기대
“박인근 원장 재산 환수” 목소리도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규정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24일 결정으로,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배·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 일가의 불법 축적 재산을 환수해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에 대한 1차 진실규명을 결정하며, 사건을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하에, 부랑인으로 지목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하여,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자의적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분명히 했다.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인정된 만큼 그동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은 피해 입증의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은 모두 4건으로, 피해자 47명이 참여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문슬기 변호사는 “부당한 공권력 개입 여부가 공식적으로 규명된 만큼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피해 입증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은 진실화해위의 추가 조사에서 개개인의 피해 사실이 규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진실화해위의 발표는 8월까지 진실 규명을 신청한 544명 가운데 1차 191명의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신청자 개개인의 피해 사실이 모두 규명되지는 않았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정지원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개인이 청구한 민사소송인 만큼, 추후 발표되는 개인 피해 입증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손해배상소송을 원하는 피해자 70명 정도가 추가로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어 “정부와 국회는 아직 신청조차 하지 못한 피해 생존자들을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피해자가 소송하지 않고 일괄 배상 및 명예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권고에선 빠졌지만, 피해자들은 ‘박인근 전 형제복지원 원장 일가의 불법 축적 재산 환수’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안창근 변호사는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 박 전 원장 일가의 불법 축적 재산 환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1992년 형제복지원과 함께 운영하던 정신요양원이 폐쇄된 이후에도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를 보면, 박 전 원장은 1996년 부산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형제복지원 건물이 있던 주례동 부지를 227억원에 매각했고, 1995년 호주에 회사를 설립하고 12억원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매입하기도 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박 전 원장 일가의)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 환수나 책임자 형사 처벌 문제는 2차 또는 3차 진실 규명 과정에서 언급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에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적합한 예산을 보장하고 규정,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부산시 민생노동정책과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번 규명 내용을 토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피해자 지원을 위한 후속 조처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형철 부산시의원은 “부산시에서 추진 예정인 1억원 규모의 피해자 의료비 지원 강화에 더해 이번 규명으로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실태조사와 명예회복 등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 6월21일 부산시의회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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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세요?

 

 

35년 만에 밝혀진 진실규명

 

 

박정희·전두환 정권시절인 1975년부터 1987년. 부산직할시 일대에 위치했던 부랑자 강제수용소가 형제복지원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마저도 이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3,146명을 수용가능한 우리나라 최대의 수용시설이었다.

 

전두환은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서면서부터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이에 35명이 탈출함으로써 내부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사건이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부산 형제복지원>은 해마다 20억 원씩 국고의 지원을 받으면서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나 노숙자, 기차역에서 TV를 보고 있거나, 시장에서 음식을 먹던 무고한 시민 등을 부랑인으로 취급해 아무도 모르게 무조건 끌고 가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고 여성은 강간까지 당했다.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는 죽이고 암매장까지 했다.

 

이런 식으로 12년 동안 무려 657명이 사망했고, 일부 시신은 300~500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기도 했다. 또한 원장 박인근(당시 58세)은 자신의 땅에 운전교습소를 만들기 위해 원생들을 축사에 감금했고,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시켰다.


형제복지원에서 원생 생활을 하던 사람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야산에 매장된 시신이 비가 오면 쓸려 내려오는데, 진흙과 사람의 살점이 뒤섞인 것을 아이들이 뭉쳐서 ‘쫀득이’라고 부르고 먹으며 허기를 주린 배를 채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형제복지원에 갇힌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70%가 가정이 있는 일반인이었고, 해운대에 놀러 온 서울대생과 일본인도 있었다고 한다.

 

 


<35년 만에 밝혀진 진실규명>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위원장 정근식)가 24일 형제복지원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피해자들은 1987년 진상조사단의 첫 조사 뒤 35년 만에 국가 기관으로부터 ‘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이날 진실화해위는 1차 진실규명 결정을 발표해 전체 형제복지원 진실규명 신청자 544명 중 작년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피해자로 인정하며, 국가에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국민 여러분께!” 저는 9세 때 12세의 누나와 형제복지원에 끌려 들어가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를 구해준 아버지조차 86년에 잡혀오셨습니다. 25년이 흐른 지금 아버지와 누나는 20여년째 정신병원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내무부훈령 410호로 인해 우리 가족은 한순간에 박살이 났습니다. 여기에 다 쓸 수 없어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검색창에 형제복지원 검색해 보시면 주욱 나옵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씨가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기 위해”라는 책 <살아남은 아이>를 썼다. 2013년 한종선씨는 국회 앞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들었던 손팻말에 쓴 글이다.

 

 

 


12년 동안 무려 657명이 사망하고, 사망자의 시신을 300~500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기도 했던 천인공로할 이 기막힌 사실을 밝히는데 35년이 걸리다니... 도대체 이런 나라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주인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민주공화국’인가? 그 똑똑하고 잘난 정치인들, 판검사며 경찰이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었을까?


 
<사람 탈을 쓴 악마 박인근>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등을 배상하라며 8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백주대낮에 억울하게 끌려가 혹은 죽고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았던 이들은 “공권력 비호 아래 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가 인간다운 삶을 박탈당했다”며 피해 회복을 호소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소속 피해자 13명은 2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84억 3,000만원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이날 1차 소송에 이어, 원고를 추가로 모집해 2차 소송도 낼 예정이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당했던 폭력을 어찌 돈 몇 푼으로 보상이 되겠는가?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은 직업군인 출신으로, 1948년 국방경비대에 입대하여 4·19 혁명 당시 육군모부대 특무상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1960년 부산 감만동에 형제육아원(1971년부터는 형제원, 1979년에는 형제복지원으로 각각 변경)을 설립·운영하며 매년 20억 원에 달하는 국고를 지원받아 횡령, 착복하여 고급 아파트나 콘도, 골프 회원권을 샀다. 또한 자신의 땅에 목장과 운전교습소를 세운다며, 원생들을 축사에 감금시키고 하루 10시간씩 강제 중노동을 시켰다.

 

짐승보다 못한 이런 인간이 1981년 국민포장 석류장, 1984년 국민훈장 동백장 등 온갖 수훈을 받고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상임위원까지 역임하기도 했다.

살인마 전두환은 “박 원장은 훌륭한 사람이오. 박원장 같은 사람 덕분에 거리에 거지도 없고 좋지 않소”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 김용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