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포항은 왜 침수됐는가

道雨 2022. 9. 16. 10:08

[전치형의 과학 언저리]

 

포항은 왜 침수됐는가

 

 

 

 

*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냉천이 불어나면서 바로 옆 식당 건물 바닥과 마당이 유실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태풍 힌남노가 포항에 남긴 상처는 우리가 재난을 대하는 관점의 문제를 제기한다.

 

일곱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와 큰 재산 피해를 낸 포항제철소 침수는 하나의 사건인가 두개의 사건인가?

같은 날 같은 도시의 두 장소에서 발생한 침수 피해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된 원인을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피해를 유발한 별개의 원인들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답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포항에 닥친 재난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만약 두 침수 사건을 구별해서 생각하려 한다면, 아마도 그 차이는 인명피해 유무에 있을 것이다. 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기려 내려갔던 주민들의 사망을 조사해야 하는 경찰은, 여러 분야 전문가로 자문단을 꾸려 침수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한다. 건축, 전기, 방재, 의료, 법률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을 모았다. 주차장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도 디지털 포렌식 기술로 복구해 사고 당시 현장을 파악한다고 한다. 차를 옮기라는 안내 방송이 나간 경위와 배수펌프 같은 아파트 시설의 작동 여부도 확인이 필요하겠다. 당연하게도 조사는 희생자들이 갑자기 들이닥친 물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철강 생산 중단이 심각한 문제인 포항제철소에 대해서는 원인 규명보다는 제철소 복구와 재가동을 위한 노력이 주로 부각됐다. 추석 연휴에도 설비에서 흙을 닦아내고, 전기 공사를 하고, 가정용 드라이어까지 동원해서 기계를 말렸다고 한다. 고로가 재가동됐다는 다행스러운 소식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티에프(TF)’와 ‘민관 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을 구성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생산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빠른 대응처럼 보이지만, 이런 점검과 조사의 결과가 널리 공유돼 추후 대규모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 조사 목적이 철강재 수급 차질을 줄이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 인명 사고와 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를 포항에 폭우가 내린 날 발생한 하나의 큰 사건으로 이해하려면 누가 무엇을 조사해야 할까? 주민들과 몇몇 언론에서 제철소와 아파트 단지 사이를 흐르는 냉천의 문제를 지목한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시도로 볼 수 있다.

주민들은 2012년부터 시행한 냉천 정비사업으로 하천이 좁아져 많은 비가 올 때 쉽게 범람했다고 의심한다. 물론 포항시는 이번 사태가 하천 폭이 줄어든 것 때문이 아니라, 누구도 대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천재지변과 인재 사이의 익숙한 대립 구도다.

 

이번 침수는 9월6일 하늘에서 내린 비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10년 전부터 지역에 쌓여온 문제들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포항의 아파트와 제철소가 오랫동안 하천과 맺어온 관계가 침수 사태에 영향을 주었는지 판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주차장 사망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꾸린 자문단이 이처럼 광범위한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을 떠맡기는 어렵다. 경찰의 관심은 누가 이 사건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머물기 때문이다.

당장 제철소 재가동이 절실한 정부와 경영진도 제철소가 냉천 옆에 자리를 잡고 작동해온 수십년의 역사에서 원인을 찾고 교훈을 얻을 여유는 없어 보인다.

근래 발생한 강한 태풍과 폭우가 앞으로 더 빈번해질 심각한 기후재난의 일부인지 검토하는 혜안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누가 어떤 목적과 관점으로 재난을 조사하는지에 따라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같은 날 같은 환경에서 발생한 사건들이지만, 사망 사고의 책임을 가리는 조사와 철강 수급을 회복하기 위한 조사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전자에서 우리는 처벌할 사람을 지목할 수 있고, 후자에서 우리는 산업계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들은 애초에 그 하천이 왜 쉽게 범람하여 아파트와 제철소를 덮칠 수 있었는지 따지는 일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포항의 재난에서 우리가 꼭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전치형 |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과학잡지 <에피>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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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밭’ 제철소 책임공방…포스코 준비부족? 포항시 냉천정비 탓?

 

 

 

정부 ‘복구TF’ “잘잘못 따지겠다” 발언뒤
포스코, 복구 강조하다 침수원인 반박나서
포항시 무리한 ‘냉천’ 정비사업 원인 지목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폭 좁아져 범람”

 
               * 15일 포스코가 보도자료에 첨부한 사진 자료로, 포스코 침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와 폭우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와 관련해 회사 쪽 책임론이 불거지자, 포항시가 하천정비를 하지 않아 대규모 침수가 벌어졌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15일 ‘포항제철소 압연공정 복구집중 체제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침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포스코는 “9월6일 상륙이 예보된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8월31일부터 태풍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6일 하루 모든 조업을 중단하는 한편,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안전시설물 점검 등에 나선 바 있다”며 “6일 새벽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오전 6시경 냉천이 범람을 시작했고, 이후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포항제철소 전체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후 7시경 태풍종합상황실도 전기, 통신, 물 공급이 끊기는 등, 제철소 모든 공장이 가동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포항제철소 침수의 원인은 인근 냉천의 범람 때문”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냉천 바닥준설, 불필요한 구조물 제거 등 하천을 재정비해 물길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 냉천 범람을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 향후 태풍, 폭우 등에 대비한 냉천 재정비를 위해 포항시와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 포스코가 보도자료에 첨부한 냉천 사진. 포스코는 “냉천 공원화 사업으로 물길이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그간 사태 복구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초유의 침수사태 원인으로 무리한 냉천 정비사업을 지목한 것이다. 포항시와 협력하겠다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포항시의 하천정비 사업 탓에 냉천이 범람했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하천 정비 사업으로 폭이 좁아진 냉천 사진과 침수원인을 설명하는 위성사진도 보도자료에 첨부했다.

 

이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티에프(TF)’ 회의에 참석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발언 이후 포스코 책임론이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영진 1차관은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이번 침수 사태의 책임론을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교체를 위한 카드로 쓰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10일 3고로, 12일에는 4고로와 2고로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했고, 일부 제강공정 가동으로 철강반제품이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라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수 및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이다. 15일 0시 기준 배수 작업은 94%, 전원 투입은 37%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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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전기차 강타…포항서만 생산하는 ‘전기강판’ 수급난

 

 

 

차·조선 업계, 포항제철소 사태 장기화 대비 나서
차 강판·조선 후판은 수급 다변화로 영향 적지만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전기강판’은 수급난 우려

 
     * 지난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기강판 공장의 모습.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제공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당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일부 공정의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철강제품 수요처인 자동차·조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동 중단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새 수급처를 모색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전기강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항제철소만 생산하는 품목이어서, 대체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철강제품 가격과 차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15일 <한겨레>와 만난 자동차·조선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에 따른 영향에 대한 질문에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시간을 벌고, 서둘러 수급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국내 조강(제강공정에서 나온 강철 덩어리) 생산량의 30%(지난해 기준)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힌남노로 공장 대부분이 침수돼 고로를 제외한 후공정이 가동 중단 상태이다. 완전 정상화까지는 6개월 가량 걸릴 전망이다.

 

철강제품 수요처 가운데 조선업 쪽은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 때 조업을 멈추면서 후판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제철에서,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포스코에서 주로 조달해왔다. 조선업계는 이미 국외에도 후판 수급처를 마련해 둔 상태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후판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일본, 중국에서도 후판을 수입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대제철과 해외 물량을 늘리면 된다. 선박 건조를 중단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쪽은 전기차 생산 여부에 따라 업체간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자동차 차체 생산에 사용되는 강판은 큰 타격이 없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차 강판을 주로 현대제철에서 받고, 르노코리아·한국지엠(GM)·쌍용차는 물량 대부분을 포스코에서 받는다. 포스코는 이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해,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와 상관없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된다. 전기강판은 전기차 부품인 전기모터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의 전기모터에는 모두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전기강판이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아직 전기강판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침수로 포항제철소의 전기강판 1·2·3공장 가운데 3공장만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외에서 새 수급처를 찾더라도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데는 몇달이 걸릴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스펙(고객 요구조건)이 같은 전기강판이어도 실제 제품에 쓰려면 거쳐야 할 테스트가 많아서 바로 생산에 투입할 수 없다. 급하면 조금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원칙대로 하려면 새 부품을 적용하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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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평 철강산단도 잠겼다…공장 가동·원료 수급 막막

 

 

 

힌남노가 할퀸 포항철강산업단지 가보니
형산강·냉천·칠성천 넘쳐 저지대 업체 침수
제철소서 나온 원료 등 받아 돌아가는 ‘생태계’ 무너저
철강 부산물 받아 시멘트·비료 만드는 공장도 침수
국내 철강공급 장기화 및 가격 상승 가능성 커져

 
              * 14일 포항철강산업단지 도로 가에 침수 피해로 인한 폐기물들이 줄지어 쌓여있다.

 

 

 

“아이고~. 그런 것까지는 당장 어려워요. 지금 여기 완전 전쟁터입니다.”

 

14일 오전 포항시 남구 철강로에 위치한 포항철강산업단지(이하 산단) 관리공단 관리팀 ㄱ대리가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공단 관리팀 사무실에선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ㄱ대리가 기자에게 산업단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해주던 짧은 시간에도 전화벨이 3∼4차례 울렸고, 수화기를 집어 든 그는 미안함과 하소연이 반씩 섞인 목소리로 “지금은 확인이 어렵다”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산단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인접한 산업단지로, 제철소와 긴밀히 연결돼 철강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ㄱ대리는 “약 400만평에 달하는 산단의 저지대에 위치한 업체들이 대부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아직도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쁜 그를 더 이상 잡아둘 수 없었다.공단에서 나오는 도로 가에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수해 폐기물이 줄지어 쌓여있었다. 흙 묻은 의자·책상·책장 등 사무실 가구 등과 굳은 진흙 덩어리 등이 태풍 힌남노와 폭우가 입힌 피해 정도를 간접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강한 물비린내가 풍겼다. 도로 옆을 흐르는 소하천엔 나무와 풀들이 부유물과 뒤엉켜 한 방향으로 누워있다.

 

 

14일 포항철강산업단지 내부 소하천 태풍 힌남노와 폭우로 인한 범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산단은 총 4개 단지, 1개 지구로 나뉘는데, 침수 피해가 가장 컸던 1단지는 3면에서 흙탕물이 들이닥쳤다. 북으로는 형산강, 서로는 형산강의 지류인 칠성천, 동으로는 냉천이 범람했다. 동시에 산업단지 내부를 거쳐가는 소하천도 흘러넘쳤다. 특히 세아제강 소구경 강관 공장은 공장 4면 가운데 2면이 소하천과 접해있다. 공장 인근에서 만난 회사 직원은 “비가 많이 와서 공장이 잠기면 펌프로 물을 퍼내 소하천으로 배수하는데, 소하천이 범람하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아제강은 강관(철강 파이프)을 생산한다. 특히 지름 2인치짜리 소구경 강관을 만드는 공장의 피해가 컸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출하를 앞두고 다발로 묶인 소구경 강관들 위로 진흙이 쌓여있다. 한쪽에서는 고압 호스로 강관 내외부를 세척하고 있었다. 바닥에 두껍게 쌓였던 진흙은 걷어낸 상태였지만, 공장 입구 부근엔 얇은 진흙층이 가뭄 때 드러난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회사 직원은 “10월 초는 돼야 전 공정이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행히 급한 물량들은 8월에 모두 납품을 해서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내년 초 대량 납품 건이 있어 걱정이다. 설비 가동 준비가 완료돼도 특별연장근로를 하지 않으면 납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원료 대부분을 포항제철소에서 받아 내연기관용 특수강을 생산하는 ㄷ제강사는 원료수급이 걱정이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중간제품 ‘슬래브’를 광양제철소로 옮겨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업체가 받아야 할 원료는 광양에서 생산이 어렵다고 했다. 이날 <한겨레>와 만난 이 회사 직원 ㄴ씨는 “현대제철에서 일부 원료를 받지만, 거의 대부분을 포항제철소에서 받는다. 현대제철 물량과 남은 재고가 있어서 아직은 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화하면 납품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14일 포항철강산업단지 내부에 공장과 도로를 잇는 다리의 아스팔트 포장이 파손돼있다.

 

 

 

철강산업단지에는 철강업체만 있는 게 아니다. 시멘트·비료·화학업체들이 입주해있다. 철강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원료로 시멘트와 비료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도 침수피해와 원료공급난이란 이중고에 직면해있다.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철강산업단지 내 시멘트공장뿐만 아니라 경주 등 포항 외곽의 시멘트 회사들도 포항제철소에서 슬러지를 받고 있는데, 슬러지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포스코는 “쇳물 생산을 재개한 상황이라 미미한 수준이나마 부산물 판매도 개시한 상황이다. 향후 쇳물 생산이 늘면 판매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산단에서 가장 큰 비료업체 한국협화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경계 철조망은 구겨져 있었고, 시골에서나 맡아볼 수 있는 퇴비 냄새가 도로까지 풍겨왔다. 다만, 곧 비수기여서 생산에 차질을 빚더라도 큰 손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료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 14일 포항철강산업단지 도로에 침수차량이 방치돼있다.

 

 

 

원료수급만큼이나 공장 설비 가동에 필수적인 스팀·가스 등도 문제다. 이를 공급해주는 업체들도 침수로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화학업체 오씨아이(OCI) 포항공장은 포항제철소와 산단 입주 업체 대부분에 스팀을 공급한다. 카본블랙(미세한 탄소 분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스팀을 지하 파이프로 공급한다. 오씨아이 포항공장은 포항 침수의 주범으로 지목된 냉천을 가운데 두고 포항제철소와 마주 보고 있어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오씨아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침수 피해로 인해)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해 스팀 판매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단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는 구조여서 한 곳이라도 복구가 늦어지면 피해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복잡하게 얽힌 철강산업단지 생태계 가동이 침수로 중단되면서 국내 철강 수급상황 악화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철강 가격이 상승도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포항 철강산단 내 다수 기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대안을 마련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철강 수요-공급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민관합동 철강수급 조사단을 이번주 내로 구성해 분석에 나설 것”이라며 “복구물품 조달과 52시간제 한시적 완화 등 복구 과정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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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할 징조

 

 

 

아무리 신문 방송을 담 쌓고 살아도 무슨 큰일이 생기면 어떤 경로를 거치든 내 귀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포항제철에 이렇게 큰 재앙이 덮쳤는지는, 오늘(15일) 아침 「뉴스공장」에 출연한 포철 노조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듣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떠오른다. 사상 최악의 태풍 힌남도가 휩쓸고 지나간 지가 언제인데, 그동안 대형 언론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무슨 취재를 하고 있었나.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현지에 내려가 자상하게 피해지역을 돌아보았다던데,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인 포철을 놓아두고 도대체 어디를 돌아보았다던가.

 

 

 

 

 

옛말에 화재가 덮친 곳은 그래도 쓸 만한 것을 건질 수 있지만, 홍수가 나 물에 잠겼던 물건들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다던데, 포철 재앙이 1년, 2년으로 완전 복구될 것인지, 걱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이 경제발전이요, 그 핵심이 포철인데, 결국 50년 만에 그를 이은 보수정권 때 망조가 들었구나. 박정희 대통령이 지하에서 통곡하겠다. 박태준 회장도 함께 통곡하겠다. 

 

안전과 치수는 국가(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는데, 정부는 사기업 포철에게 왜 재난을 막지 못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그 책임을 물을 태세라고 한다.

 

적발하고 수사하고(때때로 증거조작까지 해가면서) 처벌하는 일은 검사들이 제일 잘 하고, 복지부동하다가 책임을 피하는 일은 공무원들이 제일 잘 한다. 이 사람들이 결코 못하는 일이 바로 사전 예방이요, 안전이요, 책임지는 일이다.

 

 

포철이야 말로 (보수)정권이 야금야금 빼먹을 알토란인데, 이 지경이 됐으니 윤 정권 권력자들이 화도 날만 하다.

포철이 곧 포항시라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포항시가 포철에 기대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제 포철이 저렇게 됐으니 포항시민들은 어떡하나.

 

포철에 홍수가 난 것은, 인근 하천부지에서 각종 무리한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물길이 좁아져서 갑자기 불어난 물을 감당치 못해 범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관재(官災)라는 말인데, 오랫동안 견제받지 않는 권력(국가든 지자체든)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포항시민들은 여전히 국힘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장을 뽑을까?

 

한 가정이나 나라에 큰 재앙이 닥치려면 반드시 그 전조가 있다던데 아무래도 나라가 망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철들고 나서부터 내 인생 자체가 알게 모르게 포철과 함께 해 욌던 것 같은데 오늘 아침 마음이 참 무겁다)

 

 

 

[ 강기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