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병역 특례, 과연 공정한가?

道雨 2022. 9. 15. 11:33

병역 특례, 과연 공정한가?... 국가는 훈장으로 고마움을 표하면 된다

 

 

 

BTS의 병역 특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 같습니다.

가슴과 머리의 생각들이 다른가 봅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대통령제 못지않게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들의 병역 특례 역시 반대한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군대는 누구를 막론하고 갈 수 있는 신체적 환경적 조건이 적합하다면 가야 합니다. 예외를 두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도 공정한 사회도 아니라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좀 솔직해져 봅시다.

손흥민, 이세돌, 양학선, 박태환, 조성진, 임윤찬, 이승엽, 방탄소년단 등이 국위를 선양할 목적으로 운동을, 바둑을, 노래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자신이 잘하는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 타고난 재능을 연마해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일찍부터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어느 조사를 보니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으로 생계(11%)보다 자아실현(66%)이 월등히 앞서더군요. 물론 국위선양이라는 항목을 삽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의 조사를 일반화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아마 대체로 그런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래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뭐지요? 공정 아닙니까? 특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서 공정이 얼마나 제구실을 하는지 모두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어느 강연에서 문재인이 취임식에서 38번의 공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절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입에 공정을 달고 다니는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특례’라는 단어는 공정과는 완전히 배치됩니다.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자조 섞인 코미디 대사가 있었습니다. 능력주의, 즉 경쟁 사회를 비판하면서 1등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주자는 논리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특별한 능력의 DNA를 가지고 타고난 것은 분명 행운입니다. 그 탁월한 DNA는 경쟁 사회에서는 특별한 혜택입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한발 앞서 출발하는데 끝나지 않고 꾸준히 간다면 성공이라는 열매를 쉽게 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대중으로부터 모든 관심과 금전적 혜택까지 받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는 사회 구조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것이 공정과 다소 괴리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개 정당의 당헌을 고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 사회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부를 일구는 사람까지 탄생합니다. 본말이 전도되었지만 덤으로 자아까지 실현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운동을 했고 노래를 불렀고 바둑을 둔 것이지요.

 

그런데 잠깐 동안 태극기가 세계인에게 조명되었다고 해서, 엄청난 조회 수로 대한민국을 알렸다고 해서, 국가가 나서서 공정을 훼손시키는 행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회적 합의가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1등을 못하고 수년, 아니 수십 년 동안 엄청난 땀을 흘린 선수들은 도태된 인간들일까요? 국가가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관절이 꺾이고 목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연습을 했지만, 변변한 무대 한 번 올라가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패배자인가요?

 

우월한 유전자로-물론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_ 모든 혜택을 다 받은 사람에게 병역 특혜까지 주는 것이 과연 공정의 담론에 부합한 행위일까요?

 

그게 정당하다면, 설령 그럴 수 있다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올림픽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을 쓸어오는 여자 양궁 선수들은 어떻게 대우를 해주어야 공정한 거지요? 가족 중 누구라도 대신 병역 면제 혜택을 주어야 공정한 게 아닌가요?

 

결과적으로 그들도 피해를 본 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래놓고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을까요? 그게 윤석열식 공정입니까, 박형준 씨?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본인들이 군대를 가겠다는데도 왜 설쳐대지요?

 

주지 하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게 병역 문제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병역에 있어 공정하지 못한 일은 그 누구더라도 품지 못하는 게 우리 정서입니다.

 

국위를 선양했고,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면 큰일을 해낸 것은 분명합니다. 그에 대한 국가의 격려와 보답은 반드시 병역 특례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훈장을 주면 충분할 것입니다.

 

요컨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이미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공정을 오염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폐일언하고, 길지 않은 18개월짜리 병역 문제를 가지고 너무 오두방정 떨지 맙시다.

 

 

 

[ 심춘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