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포항 태풍 '힌남노' 수해 피해 2제

道雨 2022. 9. 20. 09:35

[ 포항 태풍 '힌남노' 수해 피해 2제 ]

 

 

하천등급 따른 치수정책이 ‘냉천 홍수피해’ 근본 원인

 

 

 

      *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산리 냉천이 불어나면서 바로 옆 식당 건물 바닥과 마당이 유실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태풍 ‘힌남노’로 포항 냉천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8명이 숨졌고, 포항제철소가 침수됐다.

 

지난 9월6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구룡포에는 319㎜의 비가 내렸고, 특히 오전 6~7시 사이 110.5㎜의 비가 집중됐다. 매우 강한 비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앞서 치수정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냉천은 지방하천이다. 이에 따라 8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할 수 있게 하천을 정비했다. 이를 초과하는 시간당 110.5㎜ 강우에 하천은 넘칠 수밖에 없다. 2012~2019년 ‘고향의 강 정비사업’에 이어 2019~2020년 추가 정비가 이뤄졌지만, ‘80년 빈도’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하천설계기준은 국가하천은 200년 이상, 국가 및 지방하천 주요 구간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200년 빈도 홍수에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치수정책의 근간을 이루지만, 잘못된 기준이다. 치수의 기준을 하천변의 보호받아야 하는 지역의 중요도가 아니라 하천등급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에 제방을 쌓는 이유는 하천이 아니라, 하천변 사람이 사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천등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천변 지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치수기준도 이를 따라야 한다.

하천등급은 중요도가 아니라 관리 목적으로 정한 것일 뿐인데, 어느 순간 이 단순한 기본을 잊어버렸다.

 

 

냉천은 포항시내 중심지를 흐른다. 왼쪽으로 포항제철소, 오른쪽으로 포항경주공항이 있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지방하천이라는 이유로 80년 빈도 홍수에 맞춰 정비가 이뤄졌다. 만약 하천 주변 중요도를 고려하면 ‘500년 빈도’ 정도 기준이 적용됐어야 했다. 단순하게 하천등급만을 고려해 안전도를 낮게 정한 것은 치수정책의 근본적인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93년 미시시피 대홍수를 겪고 치수정책을 변경했다. 중요 지역, 국가기간시설 등에는 기존 100년 보호 빈도를 500년으로 상향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하천등급이 아니라 하천변 보호지역의 중요도를 치수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2016년 태풍 차바 때 냉천 상류에는 200년 빈도 이상의 비가 내렸다. 2018년 태풍 콩레이 때도 80년 빈도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등급이 낮은 하천에도 큰비는 언제든 내릴 수 있고, 도심 작은 하천이 되레 더 큰 피해 위험을 안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에 도심을 흐르는 지방하천이 많다. 대부분 80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이번 냉천 홍수피해는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9년 개정된 하천설계기준에는 하천등급과 관계없이 인구밀집지역, 주요 국가기간시설 지역은 500년까지 보호 수준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중요한 지역은 보호 수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김원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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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보도 ‘서울-지방 차별’ 우린 잊힌 시민인 겁니까

 

 

 

       *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 큰 피해가 난 가운데 지난 13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남성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침수된 기자재를 씻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 라디오를 즐겨 들었던 고등학생 시절, 서울에 비가 내리면 온종일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비와 관련된 노래를 들어야 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아도 비가 내리는 지역에 감정이입을 강요당했던 셈이다.

세월이 흘러 지역방송국에 20여년 몸담으면서 로컬리티, 지역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했다. 울진, 영덕, 경주, 포항 등 경북 동해안지역 동네 이슈를 찾아 알리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이나 수도권 또는 거대 담론 위주로 보도하는 중앙언론에서 지역 소식은 철저하게 배제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포항이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진 피해 상처도 채 아물지 않은 포항이었기에, 너무 큰 피해를 몰고 온 태풍은 시민들의 가슴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18일 현재 공식 접수된 피해 규모는, 9명 사망 1명 실종, 1천가구 1493명 이재민 발생, 시설물 피해 8천여곳, 차량 침수 8500여대 등이다. 50년 만의 침수로 포스코도 큰 손실이 예상된다. 포항지역 힌남노 피해액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에스엔에스(SNS)에 올리자 다른 지역 지인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방송 뉴스에 잘 안 나오니 그렇게 피해가 심각한지 몰랐다.”

 

태풍 피해가 이렇게 심각한데, 뉴스에 안 나간다고? 찾아보니 전혀 없진 않았다. 비중의 문제였다. 전국 단위 방송에서 포항 태풍은 발생 초기에 잠깐 나오고 금세 사라졌으니, 다른 지역에 사는 분들은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포항 태풍 피해가 중앙언론에서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질 사안일까? 여기서 지난 8월 초 서울 강남지역 폭우 피해를 다룬 뉴스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는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훨씬 컸던 포항의 ‘힌남노’에 관한 중앙언론 보도는 인색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 시절 서울에 비가 오면 전 국민이 비 노래를 들어야 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서울지역 피해는 전국 이슈가 되지만, 포항의 피해는 그렇지 못하다는 건 지방 사람들의 피해 의식일까.

 

이는 포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의 시대 어디에서나 이런 피해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이냐 아니냐에 따라 뉴스 대접이 이렇게 달라지는 게 맞을까.

지금이라도 태풍으로 고통받는 포항시민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란다. 무엇보다 재난주관 방송사에서는 태풍 피해에 관한 긴 호흡의 심층보도가 이뤄지길 소망한다. 우리에겐 따뜻한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고, 언론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며칠 전 우연히 ‘초코파이 가격이 400에서 450원으로 인상된다’는 심층 뉴스를 봤다. 초코파이 가격 인상이 저렇게 중요한 뉴스인가? 초코파이 간접광고 아닌가?

 

부디 초코파이 가격 인상을 심층 보도하는 만큼이라도, 딱 그 정도만 포항 태풍 피해에 관심을 가져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간곡하고 간절하게!

 

 

 

김은주 | 포항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