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왕국’ 윤석열 정부…그리고 돌아본 ‘DJ 비자금 사건’
[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46 ]
‘검찰왕국’ 윤석열 정부
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 폭로
YS ‘DJ 수사 선거 뒤로 유보’ 지시
노무현 정부 때 검찰과 힘겨루기
현 정부선 아예 검찰이 정권 삼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조사에 불출석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포토라인이 표시돼 있다. 이 대표는 하루 전 검찰에 서면조사서를 제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해 소명해 이날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어떤 직업이든 오래 종사한 사람의 성격은 그 직업 고유의 특징을 닮아갑니다.
기자를 오래 하면 모든 사안을 “기사 되냐 안 되냐”로 판단합니다.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친 교사나 교수는 자꾸 남들을 가르치려 듭니다. 검사를 오래 하면 사람을 잠재적 피의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럴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이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두 사건 모두 이재명 대표의 부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리상 유죄일 수는 있어도 정치를 그만둬야 할 정도의 부패 범죄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을 보면 이재명 대표는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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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9월8일치 신문에 그런 취지로 ‘결국 이재명 대표 돈 문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저는 이상언 논설위원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검찰이 지금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하듯 정치인들을 수사하고 기소하면, 앞으로 거의 모든 정치인이 선거법 위반, 배임, 제3자 뇌물공여, 직권남용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경찰과 검찰과 법원이 정치인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과연 바람직한 세상일까요? 정의로운 세상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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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디제이 비자금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의 불법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했습니다.
김대중, 김영삼, 이회창 세 사람이 기록으로 남긴 사건의 전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비자금 의혹의 실체에 대한 시각이 엇갈립니다. 구로사와 아키로 감독의 영화 <라쇼몽>처럼 말입니다.
세 사람의 자서전과 회고록에서 관련 대목을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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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여러분은 당시 검찰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을 수사했어야 한다는 이회창 후보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김대중 후보 비자금 의혹은 실체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가져온 정형근 의원은 공작을 일삼던 국가안전기획부의 대공수사국장 출신이었습니다.
설사 비자금 의혹 가운데 일부가 사실이라고 해도,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특정 후보의 정치자금을 전면 수사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요?
그 당시 정치인들은 대개 정치자금을 받았습니다. 정치자금 수수 자체가 불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회창 후보의 비자금 폭로와 검찰 수사 요구는 기본적으로 선거 기획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법 만능주의’였습니다. 그것도 ‘내로남불’이었습니다. 정작 이회창 후보 자신은 5년 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한나라당이 대기업에서 거액의 대선자금을 받은 이른바 ‘차떼기 사건’이 드러나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따라서 1997년에 김영삼 대통령과 검찰이 김대중 후보 비자금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치와 상식이 살아 있었습니다.
정권과 검찰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2003년 3월9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민낯을 드러낸 검사들은 망신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검찰은 이미 정권보다 훨씬 더 힘센 존재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복수극이 펼쳐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조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번에는 검찰이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수사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1월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착각이었습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구호에 불과했습니다. 적폐청산 구호 아래 실제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것은 검찰이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전 정권 비리 의혹 수사를 오래 끌지 말라고 검찰에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윤석열 지검장을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검찰총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권과 검찰의 싸움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승자는 언제나 검찰이었습니다. 패배자는 언제나 정권과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정권과 검찰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검찰이 결국 정권을 통째로 집어삼킨 것을 의미합니다. ‘검찰 왕국’이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최종 승자 검찰의 앞날에는 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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