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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 “빵 없으면 케이크 먹지”…실은 가짜 뉴스입니다

道雨 2022. 9. 20. 09:01

“악법도 법” “빵 없으면 케이크 먹지”…실은 가짜 뉴스입니다

 

 

 

           *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 위키미디어 코먼스

 

 

“악법도 법이다.”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유언으로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하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형선고를 받고 담담히 독약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 복용법을 물은 다음에, 그가 알려준 대로 단숨에 독약을 들이켰다.

소크라테스가 남긴 유언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빌린 닭 한 마리를 갚으라”였다.

 

그렇다면 정체불명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많은 연구자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가짜 뉴스의 진원지를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교수였던 일본인 오다카 도모오를 지목한다. 그는 저서 <법철학>에서 소크라테스가 사형선고를 받고 기꺼이 독약을 마신 것은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가 이런 해석을 한 것은 1930년대 후반 일제의 제국주의 침략이 극에 다다른 시기였다. 천황의 명령과 일제가 강제하는 법이라면 조선인은 불구덩이라도 기꺼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식을 주입하기 위해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개념을 내세운 것이다.

법은 시대에 따라 수정되어야 하고 잘못된 법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나 다름없다.

 

 

                   * 프랑스 대혁명 직후인 1793년 사형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위키미디어 코먼스

 

 

 

 

루이 16세의 왕비였다가 프랑스 대혁명 때 참수된 마리 앙투아네트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사실 그녀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은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였다. 기요틴에 오르다가 사형집행인의 발을 실수로 밟고 나서 사과를 한 것이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혁명군이 혁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마리 앙투아네트를 악녀화하기 위해서 뒤집어씌운 가짜 뉴스다.

 

앙숙 관계에 있던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화해와 동맹을 위해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정략결혼을 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가 열다섯살이었는데, 철이 없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철부지였을 뿐,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악녀는 아니었다. 게다가 자식을 낳고 성장하면서 그녀는 약자를 배려하고 품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비록 그녀가 왕비로 있던 시절 국고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것은 그녀의 사치 때문이라기보다는 선대의 사치와 미국 독립전쟁을 지원한 탓이 훨씬 크다.

사실 대장장이 취미를 가지고 있던 루이 16세와 프티 트리아농이라는 농촌을 닮은 궁전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겼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한 돈은 선대왕이 사용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었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실에서 유일하게 마차를 몰 때 소작농의 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한 사람이며, 거리에서 굶주리는 아이를 보고 “저 아이들에게 빵을 가져다 주세요”라고 신하들에게 지시를 한 사람이었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된다. 게다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수려한 문장에도 감탄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이며, 이들이 만든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야말로 꼭 필요하다.

더구나 역사를 더욱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