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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각동맹 첫발 내디딘 한국, ‘안보 청구서’ 날아든다

道雨 2022. 11. 17. 10:19

미 주도 3각동맹 발디딘 한국, ‘안보 청구서’ 날아든다

 

 

3년 만의 외교대전 각국 득실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미·중 정상이 모두 참여한 3년 만의 대규모 ‘외교 이벤트’가 끝나면서, 이 연속 회담이 각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한국은 북핵 위협과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라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이에 대한 찬반을 둘러싸고 상당한 국내적 진통이 예상된다.

 

8일(현지시각) 중간선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둔 뒤, 아시아로 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적잖은 외교적 성과를 얻어냈다. 14일 ‘옛 친구’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통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끊겼던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또 러시아의 핵사용이나 핵위협에 반대한다는 중국의 확실한 입장을 끌어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중국과 ‘책임감 있는 경쟁’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외교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또 다른 중요 성과는 13일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성명을 인도·태평양 지역 내 두개 핵심 동맹인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한데 묶어 3각 동맹으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세 나라 정상은 이 성명에서 3개국이 협력하는 영역을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라고 선언하며, 협력의 지역적 영역을 기존의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동중국해(대만)·남중국해·태평양을 포함하는 사실상 전세계로 확대했다. 나아가 “안보 및 그 외 영역에서도 더 긴밀한 연대를 공고”히 하겠다면서, 안보·경제·기술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전세계 현안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하는 한·미·일 3각 동맹이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시 주석도 만만치 않은 성과를 얻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튿날인 15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확대했다”며 시 주석이 커다란 외교적 승리를 거뒀음을 강조했다. 지난달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지은 시 주석이 미국과 극단적 대립을 피하며, 미국이 다방면에서 걸어오는 ‘대중 포위망’을 견뎌내려는 내실 다지기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자신들이 강조하는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외교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시 주석은 그 밖에 10여개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에 나서는 등 주요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미·일 3각 동맹에 편입되어 가는 △한국에 대한 대응 △골치를 썩이는 북핵 문제 △러시아와 적당한 거리두기 등 만만치 않은 외교적 난제를 떠안게 됐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취임 뒤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두 정상은 그동안 다섯번 화상·전화회담을 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한국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온 ‘균형 외교’ 노선을 접고, 미국이 내세우는 ‘규칙 기반 질서’ 등 가치를 매개로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3각 동맹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특히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 파악하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3개국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구절을 집어넣었다.

일본은 2021년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 구절을 집어넣은 뒤 △방위비의 대폭 증액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주요 3개 문서 개정 △적기지 공격능력 확보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본격적인 군비 증강 작업을 시작했다. 향후 한국에도 같은 대응을 촉구하는 미·일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결심’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공개한 ‘자유·평화·번영’을 3개 키워드로 삼는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이었다. 13일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을 전하는 일본 외무성 문서를 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한국의 독자 전략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고, 두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했고, 15일 중국과 한 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 주석의 결정적인 협력을 얻어내지 못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