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윤석열·김건희 리스크’ 어찌할 것인가

道雨 2022. 11. 24. 09:23

‘윤석열·김건희 리스크’ 어찌할 것인가

 

 

 

노무현 정권 초기 참모들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걸핏하면 춘추관에 가겠다는 대통령을 뜯어말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뭘 쓴 날이면 참모들은 대통령 눈치를 살폈고, ‘또 가겠다고 한다’는 소식이 돌면 이 사람 저 사람이 대통령한테 가서 말리곤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말로 사고를 많이 쳤다.

 

극적인 사건은 2003년 10월 외유 직후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이었다. 대통령 측근이던 총무비서관 비리가 터지자, 노 전 대통령은 참모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국 다음날 춘추관에 가서 이를 선언해 버렸다.

재신임 소동은 탄핵까지 이어졌지만, 노 전 대통령이 총선 승리, 탄핵 기각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건 다 아는 일이다.

 

재신임 소동 무렵 취임 6개월을 지난 노 전 대통령 지지도가 29%였다.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와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 다소 거친 언사로 점수를 많이 깎아먹은 것처럼, 현 정부의 최대 리스크는 윤 대통령 본인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더해 영부인의 기이한 행태 역시 못지않은 리스크다.

 

윤 대통령이 초기 대통령실 용산 이전부터 시작해 울퉁불퉁한 행보를 보일 때만 해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행태를 보면, 이 정권의 ‘윤석열 리스크’가 자못 심각한 지경인 것 같다.

 

이른바 ‘날리면, 이 ××’ 논란부터 문화방송 전용기 탑승 거부, 전용기 내에서 기자와 사적 만남, 문화방송 배제를 “헌법 수호”라고 하는 궤변까지, 모든 게 윤 대통령 본인이 발원지였다. 엇나간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독불장군식으로 키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사고 치는 스타일이었지만 뒤끝은 없었다. 또 말이 때로 거칠었지만 욕설이나 궤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집권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서 “막가자는 거냐”며 역정을 냈지만, 집권 내내 그 검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한다. 욕설에 대한 사과도 없이 문화방송을 끝까지 문제삼는 윤 대통령과 대비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은 검찰 수사일 텐데, 대통령이라면 생색내기용이라도 야당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검사 때 하던 것처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밑둥치를 싹둑 드러낼 것처럼 달려든다. 이 몰아치기 수사의 정점에 어떤 형태로든 윤 대통령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외교도 외골수다.

불쑥 튀어나온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처지에선 생뚱맞다. 미국, 일본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식이다. 전문가들 평대로 동아시아 전략, 동북아 외교면 충분하다.

일본과의 관계도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내달릴 태세다.

외교가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나라가 기우뚱거린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이 정권의 심각한 늪이 될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의 이른바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는, 김 여사의 세계관, 처세술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보여주고 싶은 걸 내 맘대로 만들어 보여주면 대중은 혹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어떻게든 꾸미고 포장하면 통하리라는 수준 낮은 처세술을 국민은 이미 꿰뚫고 있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말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이런 식이면 촛불을 들고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이들을 무턱대고 뭐랄 수 없다. 하지만 섣부른 퇴진, 탄핵 주장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노무현 시절 한나라당은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노 전 대통령을 탄핵 소추까지 몰고 갔지만, 그 역풍으로 총선에서 풍비박산 났다.

국민적 공감대 없는 무리한 퇴진, 탄핵 주장은 내년 보궐선거, 내후년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금처럼 사사건건 대결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리스크를 키워간다면, 정권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차츰 변하기를 기대하지만, 사람은 많이 바뀌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 용산엔 윤 대통령의 1인 독단, 김 여사의 뒤틀린 행태에 제동을 걸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으로는 윤석열 리스크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여당이 총대를 메야 하는데 정진석, 김기현 부류의 기득권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에선 어렵다. 그나마 유승민이 바른 소리를 이어가고 주호영, 안철수 정도가 합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흘러간 시대의 대통령 비서실장, 처세의 달인인 관료 출신 국무총리로는 어렵다.

 

대통령과 영부인 리스크가 빈발해 국가적 리스크로 이어지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진다. 내각과 참모를 실세화하고 직언하는 사람들로 꾸려야 한다. 야당과의 공간도 열어야 한다.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약식회견) 중단이 모든 걸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백기철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