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쌍용차 노동자 '손배 족쇄', 13년 만에 벗었다. ‘노란봉투법’ 서둘러야

道雨 2022. 12. 1. 10:11

13년 만에 풀린 쌍용차 손배 족쇄, ‘노란봉투법’ 서둘러야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들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원심 판결이, 30일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저항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인 지 13년 만이자, 2심 선고 뒤 6년5개월 만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온 손해배상 올가미들 가운데 하나가 늦게나마 겨우 풀린 셈이다. ‘노란봉투법’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경찰이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 과정에서 입은 헬기 손상 등의 피해를 배상하라며,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과 2심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그사이 이자는 계속 불어, 노동자들이 최종 패소했다면 30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이미 2018년 노사가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에 합의하고, 같은 해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파업 진압을 공권력 과잉행사로 인정하며 손배소 취하를 권고해,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까지 한 사안이다.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경찰의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경찰이 이처럼 무리수를 둔 배경에 노조를 돈으로 옥죄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배소를 일삼는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한 모양새다. 쌍용차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걸었던 손배소를 취하했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30억원대 손배소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심에서는 지연이자를 더해 8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회사 쪽의 손배소에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곳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대법원에서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원청 소속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났으나, 2010년 대법원의 첫 불법 파견 판결 이후 현대차는 사내하청 파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17차례에 걸쳐 200억원대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여름 파업을 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을 배상하라고 소를 냈다.

 

국가와 기업은 그동안 웬만한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은 ‘불법’이 될 수밖에 없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 2·3조를 근거로 내세워왔다. 이를 시정하는 노란봉투법이 한달 만에 국민 5만여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청원이 이뤄졌고, 이미 법안으로 발의된 상태다. 한파가 닥친 이날, 노동자 6명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제 국회가 나서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 2022. 12. 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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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쌍용차때 헬기로 생명위협…노동자 ‘새총’ 저항은 정당방위”

 

 

대법 ‘쌍용차 노동자 대 경찰’ 손배소 판결 의미
“불법집회라도 과잉진압 정당화 안돼” 확인

 

* 2009년 8월4일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위로 경찰과 사측 노동자들이 파업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9년 8월4~5일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 헬기 6대가 투입됐다. 파업 노동자들이 점거한 공장 옥상 위로 헬기는 낮게 날았다. 헬기에 부착한 물탱크에서는 최루액이 살포됐고, 옥상 위 노동자를 겨냥해 최루액 비닐봉지를 직접 투하하기도 했다.

헬기가 옥상 상공 30m 수준까지 제자리 저공비행을 한 이유가 있었다. 회전날개가 만들어내는 강한 하강풍으로 비탈진 공장 옥상에 선 노동자들은 더욱 비틀거렸다.

 

경찰은 민간 크레인업체로부터 220톤, 200톤, 100톤짜리 대형 기중기 3대를 빌려 현장에 배치했다. 기중기에는 빈 컨테이너 상자를 달았다. 기중기가 움직이며 옥상에 설치된 경찰 진입 방지 장애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경찰은 천천히 이동시켜야 하는 기중기를 ‘급조작’하는 방식으로 옥상 위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됐고, 파업은 8월6일 진압됐다.

 

대법원은 30일 경찰의 이 같은 파업 진압작전은 적법한 직무수행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이며,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쟁점은, 청구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헬기 및 기중기 수리 비용을 쌍용차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게 맞는지 여부였다. 경찰은 조합원들이 진압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장비가 손상됐다며, 헬기·기중기 수리 비용 및 수리 기간 동안 크레인업체에 지불한 휴업 비용까지 노조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이 13년 만에 웃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김정우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 전 지부장(왼쪽 둘째)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맨 오른쪽)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헬리콥터 손상 등에 대한 노동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맨 왼쪽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왼쪽 셋째는 2009년 파업 당시 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항소심은 헬기 파손에 대한 경찰 청구액 6억8천여만원 중 노조가 5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애초 경찰이 헬기와 최루액 등을 위법하게 사용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헬기를 동원한 경찰특공대의 ‘바람작전’에 주목했다. 경찰 헬기는 일반적으로 상공에서 현장을 파악하며 작전을 지휘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파업 진압작전 당시 경찰은 파업 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을 무차별 살포하거나, 의도적으로 30~100m 저고도에서 하강풍을 일으키는 데 사용됐다.

 

대법원은 경찰항공 운영규칙,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종합할 때 “의도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해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하강풍에 노출시킨 것은,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봤다.

또 위해성 경찰장비인 최루액에 대해서도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살포하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방어를 위해 조합원들이 새총으로 볼트 등을 발사해 헬기 3대를 손상했더라도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기중기 수리 비용에 대해서도 경찰이 기중기 손상을 유도했다며 경찰 책임도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기중기를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그 손상에 관한 원고(경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 진압작전 과정에서 (농성 장비를 소모시키기 위해) 기중기에 대한 조합원들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기중기 손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 스스로 감수한 위험”이라고 결론냈다.

 

그동안 대법원은 불법 농성 등과 관련한 경찰의 진압 방법 및 장비 사용에 대해서는 그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다르게 사용해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고 △그 정도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범위를 넘어섰다면 “위법한 직무수행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저항행위 역시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현복 대법원 공보재판연구관은 “불법 집회와 시위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과잉진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대응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 판결을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모든 저항행위가 정당방위가 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