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법인세 인하, 종부세 또 후퇴…새해 예산안 타협의 그늘

道雨 2022. 12. 24. 10:44

법인세 인하, 종부세 또 후퇴…새해 예산안 타협의 그늘

 

정부안 639조원 중 감액 4.6조, 증액 3.5~4조…총규모 역대 최대

종부세 사실상 폐지…총선 의식 집값 오른 지역구 의원들 압박

법인세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도 금액으로는 초대기업 위한 감세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되는 새해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 여야 협상을 거쳐 정부가 제출한 639조 원에서 4조6000억 원 감액되고 3조5000억∼4조 원 가량이 증액돼, 총규모는 정부안과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여야는 종합부동산세 등 예산 부수 법안들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한다. 이 가운데 종부세는 사실상 없어지는 수준의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된다. 종부세 후퇴는 초부자 감세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인세도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라는 ‘눈속임’을 담아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다. 내년 도입하기로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는 2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합의가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등 민생예산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논란이 돼 온 초부자 감세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 시행령을 통한 편법 정부조직개편 등에 대한 제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민생예산은 내년 상반기 중 추경 편성을 놓고 여야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 종부세 개정은 여·야·정 한통속 합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은 사실상 세목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는 정부안이 그대로 수용됐다고 볼 수 있다. 여야가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은 합의를 한 이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무리없이’ ‘우선’ 합의된 것도 종부세이다.

개편안은 종부세 대상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기본공제 금액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다.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다주택자의 범위를 조정대상 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3주택 이상 보유자로 축소했다. 어느 지역이든 시가 16억~17억원 주택이면 두 채를 가지고 있어도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게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큰 폭 완화된다. 공시가격 기준 12억원 이하까지는 일반세율이 적용되고, 종부세 최고세율도 6%에서 5%로 1%포인트 내렸다. 이같은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낮춘 배경에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북지역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종부세 개정은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낮춰서라도 존치시킨 것 말고는 정부안 그대로 합의됐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한 세금을 놓고는 여야나 정부가 한통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vs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율 개정안은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에 덧붙여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자 했다. 현행 과표구간과 세율은 △2억원 이하(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22%) △3000억원 초과(25%)로 나뉘어 있다.

정부는 이를 2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는 22%의 두 단계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은 과표가 3000억원 넘는 대기업의 세금을 3%포인트 깎아주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2억원 이하의 영세기업은 오히려 법인세가 10%에서 20%로 2배나 오르는 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1%포인트 내리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고, 여당은 거부했다. 최종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안은 과표구간별 모두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절충안보다 진전돼 보이고, 형평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표구간별 일괄 조정을 1%라는 비율이 아닌 액수로 보면 의미가 크게 다를 수 있다. 금액으로 보면 △2억원 이하 최고 200만원 △200억원 이하 최고 2억원 △3000억원 이하 최고 30억원 등 큰 차이가 난다. 과표가 1조원이 넘는 초대기업이라면 1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