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결혼식 ‘혼주’는 박경림·김수용…혈연가족 아니어도 좋아
혼인신고 1년 5개월여만 결혼식
“피보다 진한 의리의 혼주…따뜻해”
‘박경림이 한복을 입었네?’
지난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방송인 박수홍의 결혼식이 열렸다. 박수홍은 지난해 7월 연인 김다예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코로나19 유행과 법정 다툼 등의 문제로 1년 5개월 여만에 식을 치렀다. 이날 결혼식에 유재석, 강호동, 김국진 등 동료 연예인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보통의 하객’과는 사뭇 다른 박경림·김수용의 모습이 많은 사람의 눈길을 모았다.
박경림과 김수용은 식장 입구에서 신랑 박수홍과 나란히 서서 하객들을 맞이했다. 김수용은 양복 정장, 박경림은 개량 한복 차림이었다. 두 사람이 손을 모으고 박수홍 곁에 있다가, 박수홍과 인사를 마친 하객들과 악수하고 서로 머리 숙여 인사 나누는 모습은 영락없이 ‘혼주’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여러 매체를 통해 박경림·김수용을 포함한 동료 연예인들이 혼주 역할을 맡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스타뉴스>는 박경림·김수용이 혼주 역할을 자처한 모습을 본 김국진, 이수영도 이들과 함께 혼주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주례 없이 진행된 이날 결혼식에서 김국진은 성혼 선언도 맡았다. 박경림은 ‘착각의 늪’을 개사한 ‘사랑의 늪’으로 축가도 불렀다.
박수홍은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사진을 공개하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과 축하 인사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덕분에 기적 같은 나날들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남매’ 박경림과 박수홍의 우정은 유명하다.
박경림은 1992년 중학교 1학년 때 학생회 활동으로 참여한 청소년 행사 진행자로 박수홍을 처음 만났다. 그 뒤 박수홍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박수홍 팬클럽을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다. 박경림이 방송에 데뷔한 뒤에는 <박수홍 박경림의 아름다운 밤>(에스비에스),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한국방송2)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다.
지난 2007년 치러진 박경림의 결혼식 또한 박수홍이 가족처럼 도왔다. 박경림은 지난 24일 <스포츠서울> 인터뷰에서 “지난 30년 동안 아저씨(박수홍)에게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저씨가 내 결혼식 준비도 도와주셨고 신혼여행까지 보내주셨다”며 “당시 (박수홍이) 웨딩업체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마치 친여동생을 시집보내는 느낌으로 준비해주셨다”고 밝혔다.
김수용과 김국진도 박수홍, 김용만과 ‘감자골 4인방’으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감자골’은 1991년 한국방송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희극인 가운데 한 팀을 이룬 네 사람을 아울러 부른 말이다.
김수용은 지난 24일 <엑스포츠뉴스>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으니, 누군가는 앞에서 혼주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박경림 씨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홍의 결혼식 보도 댓글에는 “피보다 진한 의리의 혼주 너무 따뜻해요”,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분들, 이렇게 박수홍씨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우리들 모두가 수홍씨 가족입니다. 외롭지 않게 성대하게 결혼식을 하게 되어 보기 좋습니다” 같은 응원 메시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피로 맺어져야만 가족인 것은 아니다.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은 점차 생계주거공동체, 정서적 유대가 있는 친밀한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20년 발표한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6.3%가 혼인·혈연과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했다. 반드시 함께 살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지고 친밀한 관계라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는 20~40대 응답자의 53% 이상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가족의 존재가 두드러지는 결혼식도 예외는 아니다. 아름다운재단 신선 캠페이너가 아동양육시설을 나와 자립한 청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한 청년은 자신의 결혼식 혼주석에 부모님처럼 여기는 후원자들을 모셨다. 이 결혼식에 참석했던 신선 캠페이너는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혈연가족이 아니어도 가족 역할을 해주는 친구들이 많이 왔다. 남부럽지 않은 결혼식이었다”고 말했다.
중학생 박경림은 30년 뒤 자신이 좋아하던 스타의 결혼식장에서 가족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알았을까. 두 사람의 우정은 지난해 박수홍이 친형·형수로부터 횡령 피해를 당했다는 의혹이 커져 가족들과 법정 싸움을 시작하는 등 어려운 일을 겪으며 더욱 돈독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수홍은 지난 10월19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문화방송)에 출연해 “(박경림이) 명절에 내가 밥을 제대로 못 먹을까봐 추석상을 차려놓고 나를 초대했다”며 “이렇게 위기를 겪고 나니까 좋은 점은, 정말 내 편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 정말 내 편(인 사람)을 정확하게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수홍은 또 다른 가족인 반려묘 다홍이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다홍이는 박수홍이 낚시터에 갔다가 구조해 키우는 고양이다. 다홍이는 불면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박수홍의 곁에서 큰 위안을 줬다고 했다.
최근 박수홍은 <신상출시 편스토랑>(한국방송2), <조선의 사랑꾼>(티브이조선) 등 티브이 예능 프로를 통해, 아내, 반려묘와 함께 하는 모습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 그는 “내게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찐친’(친한 친구)들이 가족의 자리를 가득 채운 결혼식 장면은, 박수홍이 새로 써 나갈 ‘가족 드라마’의 장밋빛 예고편 아닐까.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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