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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양에 사라진 고속버스터미널…“승객·상인 어쩌나?”

道雨 2022. 12. 27. 10:23

성남·고양에 사라진 고속버스터미널…“승객·상인 어쩌나?”

 

 

 

*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수도권 대도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오는 12월31일 폐업을 앞둔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기성 기자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정문에는 큼지막한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시외·고속버스 등 지역 간 대중교통 산업은 한계점이 노출돼, 2023년 1월1일부로 폐업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터미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대책 없는 성남터미널 폐업 결사반대’라는 또 다른 펼침막도 눈에 들어왔다. 터미널 전체 상인의 생존권을 위해 폐업을 고려해달라는 호소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성탄절을 하루 앞둔 오후 시간이었지만, 매표소는 한산했다. 썰렁한 대합실에는 몇몇 승객만 앉아 있었고, 터미널 안 상점도 인적이 뜸했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건을 정리하던 한 50대 상인은 “이렇게 큰 터미널이 문을 닫게 될 줄은 몰랐다. 점포만 80곳이 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04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모란역)에서 이전한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전체 건물 연면적은 1만8231㎡, 대합실 면적은 4069㎡로 경기 동부권 최대 규모다. 전철 분당선 야탑역과 연결된 이 터미널은 분당을 포함한 성남과 용인 수지, 광주, 하남, 이천, 여주 시민들까지 이용해왔다.

 

그러나 터미널 운영 업체는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2일 폐업을 신청했고, 성남시는 이를 수리했다. 성남시 말을 들어보면, 수서고속철도(SRT)와 경강선 개통,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커진 운영적자가 결정타였다. 실제 2019년 하루 평균 6700명이던 터미널 이용객 수는 현재 3500명으로 반토막 났다. 30개가 넘던 운수업체가 전국 60~70개 노선 시외·고속버스를 운행했지만, 현재는 20개 운수업체가 33개 노선만 운행 중이다.

 

앞서 이 터미널 운영 업체는 2021년 12월7일 성남시에 1년 휴업 신청서를 낸 바 있다. 당시 성남시는 여객자동차 터미널 특별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16억8천만원(도비 4억4900만원 포함)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단 휴업은 철회됐지만, 경영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폐업 신청에 이르게 된 까닭이다.

 

이에 이 터미널은 12월31일까지만 운영된다. 1982년 성남에 첫 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선 점을 고려하면, 인구 100만에 육박하는 성남시에서 40년 만에 도심 필수시설인 터미널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시는 임시 터미널을 현재 터미널 앞 택시 승차장 쪽에 설치할 방침이다. 운영은 120회 18개 노선을 운행하는 케이디(KD)운송그룹이 맡는다. 시외·고속버스는 성남모란시장 대형버스 주차장에서 대기하다 임시 터미널에서 승객을 실어 나를 계획이다.

 

* 지난 24일 오후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정문 앞에 폐업을 알리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옆으로는 입정 상인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펼침막도 함께 붙어 있다. 김기성 기자

 

 

터미널 폐업은 경북 성주, 전북 남원 등 지방 중소도시에서 주로 일어났지만, 대도시인 성남시뿐만 아니라 고양 화정시외버스터미널 운영 업체도 최근 폐업 의사를 밝혀,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객 수가 줄어들지만, 여전히 시외·고속버스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도 많고, 교통약자들에게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시설이기 때문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터미널은 공공재로 봐야 하기 때문에, 민간업자가 운영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등을 지원해 공공성을 지켜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큰 불이익과 불편을 초래하는 터미널 폐쇄 등을 막기 위해, 공영터미널 운영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행정적·재정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