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기자까지 고발하는 대통령실…갖가지 의혹 영부인은 활보

道雨 2023. 2. 3. 12:45

기자까지 고발하는 대통령실…갖가지 의혹 영부인은 활보

 

 

천공 의혹 관련 전 국방부 대변인과 취재 기자들 고발

의혹 제기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 등 상대로 남용해

정치적 해법 못 찾고 사법으로 끌고가 갈등만 부추겨

조용한 내조한다더니 김건희 씨 '자기 정치' 본격화

 

 

대통령실의 고발장 남발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의혹을 적극 해소하거나 정치적 해법을 찾기보다는, 이를 사법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정쟁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주가조작과 관련한 추가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서울경찰청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연루된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근거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에서 고발되거나 수사된 적 없고, 재판 중이지도 않다"며 "심지어 재판에서 증인이 '주가관리'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곧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우리기술이 작전주였다는 것은 이미 판결을 통해 인정된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우리기술의 주가를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토러스 증권 김모 지점장의 과거 판결문 등 근거를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세력의 핵심 인물이었던 토러스 증권 김모 지점장은 지난 2012년에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면서 "김 지점장이 구속된 것은 바로 우리기술과 관련된 혐의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고발 당사자인 김 의원 역시 "도이치모터스 작전 세력의 핵심 인물인 증권사의 한 지점장이 몇 년 전 재판을 받았다"며 "재판에서 '우리기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을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3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무속인 '천공'이 새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그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기자를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취채팀과 단독 인터뷰에서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해 3월께 천공과 김 처장이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보고를 공관 관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부 전 대변인은 남 전 총장에게 재차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한다.

 

용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뉴스토마토> 취재팀에 "2022년 3월경 한남동 참모총장 공관으로 2대의 검은색 카니발이 들어왔는데, 앞차에는 김용현 경호처장과 A의원이 타고 있었고, 뒷차에는 천공이 탔다"고 전했다. 

정통한 관계자의 발언은 당시 일부 국방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돌던 정보 중 하나다. A의원은 윤핵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인물로, 일부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이른바 '사주(四柱) 본부장'으로도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한국일보>도 부 전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을 인용해서 "화장실로 이동하는 부 전 대변인을 뒤쫓아온 남 전 총장이 귓속말로 '얼마 전 OOO과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문에 있는 노란색 봉황장식을 가리키며 일행에 그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2023.1.22. 독자 제공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였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며 "여전히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거짓 의혹 제기만 되풀이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문제 제기를 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줄줄이 고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간격으로 고발이 이어지는 것은 역대 정부 기록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응이다.

 

이런 방식의 고발이 처음도 아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6일 대통령 관저 결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을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의원을 인터뷰한 방송인 김어준 씨도 함께 고발했다.

김종대 전 의원과 김어준 씨 고발 2주 전인 지난해 11월 22일에는, 김건희 씨의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방문 사진에 대해 '조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을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무조건적인 고발은 오히려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심을 국민들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경의 수사를 신뢰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대통령실은 의혹 제기에 대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필요하다면 국회에 나와 증거를 토대로 반박하면 된다. 보도가 정당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줄고발은 언론을 위축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정치권을 정쟁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대통령실이 고발 정국을 조성하는 가운데,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는 김건희 씨는 오히려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야당이 김 씨에 대한 특검을 정조준하는 상황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27일 한남동 관저에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의원 9명, 비례대표 의원 1명(조수진)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작전주 매매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30일에도 국민의힘 소속 비례대표 의원 11명을 따로 불러 오찬을 가졌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디자인계 관계자 200명이 모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으며, 지난 1일에는 한남동 관저서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급 이하 직원 30여명을 초청해 도시락 오찬을 가졌다.

천공 의혹이 불거진 2일에는 장관 등 국무위원 배우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앞서 지난달 11일에도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선거 유세를 방불케하는 행보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선 전 논문 표절 등 여러 의혹에 고개를 숙이고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 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대통령보다 더 전면에 나서서 정치를 하는 모습이다.

 

김 씨의 행보가 보폭이 커짐에 따라 제2부속실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 씨가 사적채용 논란, 비선 논란 등이 있는 만큼 더더욱 공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기록에 남길 필요가 있지만, 대통령실은 대책을 세울 의지는커녕 개념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