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대통령의 노기를 어찌할 것인가

道雨 2023. 9. 8. 09:02

대통령의 노기를 어찌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을 교체한다며 밝힌 이유가 해괴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채 상병 이슈를 포함해 최근 일어난 사건보다 훨씬 이전부터 준비되고 계획된 인사정책의 종합적 플랜의 일환”이란다.

또한 “2차장과 국방비서관이 군 출신이거나 현역 군인이기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이상 전에는 준비하고 인수인계 등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 분야를 담당하는 안보실 핵심 관계자를 동시에 교체하는 인사정책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8월에 부임한 임 차장이 6개월 정도 근무한 올봄부터 교체를 검토했단 이야기다.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현역 육군 소장인 국방비서관의 경우는 더 해괴하다.

10월로 예상되는 군 정기인사에서 진급과 보직 인사가 발표되면 그다음에 이동하는 게 통상 절차였다. 정기인사는 용산에 파견 나와 있는 수십명의 군인들을 비롯한 국방부 소속 공무원 전부가 해당한다. 국방비서관 한명에게만 정기인사를 대비하여 미리 교체해주는 파격이다. 이상한 일 아닌가.

 

전에도 비슷한 사건을 본 적이 있다.

올 4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김성한 안보실장이 교체됐다. 이 참사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이 무산될 상황에서 벌어졌다.

시중에 알려진 바로는, 대통령실 외교 라인이 제대로 공연을 준비하지 못한 것에 격노한 대통령이, 공직감찰을 지시하여 외교 라인이 죄다 물러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격노’가 이번에는 국방 라인에서 5개월 만에 도진 것인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7월31일 안보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임성근 해병1사단장이 채아무개 상병의 죽음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거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이 외부에 다 알려지고, 국회에서도 문제 삼자, 윤 대통령이 또 ‘격노’했을 법하다.

 

이런 분노의 연쇄작용이 인사의 배경이 아니라면, 도대체 진짜 이유는 뭘까?

이번 교체 대상자들은 있으나 없으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라서 언제든 바꿔버려도 된다는 건가.

 

놀랄 틈도 없이 국방부 장관과 차관도 교체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대개 장관을 교체하면 차관은 조직을 안정시키며 자리를 지켜야 하는 법. 이렇게 동시에 몽땅 교체하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대통령실에서 국방부로 이어지는 안보의 핵심 인물들이 한꺼번에 다 바뀌면, 정책의 연속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언론보도와 같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주장했던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후임 장관으로 부임하면, 논란은 잠수함 명칭 변경 문제로 해군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논란과 뒤섞여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방부는 바람 잘 날 없을 것이다.

 

최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국방부 출입 브리핑에서 기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아 체중이 몇㎏ 줄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한 출입기자는 “안쓰러워서 더는 질문 못 하겠더라”고 말한다.

윗분들의 격노가 쌓이고 쌓여서 말 한마디 항변 못 하고 수습해야 하는 부처 대변인의 처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노기 어린 질타는 항상 외교와 국방의 큰 부담이었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가 용산을 침범했을 때도 윤 대통령은 격노해서 국방부를 크게 질책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국방부는 드론 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별의별 대책을 다 내놨다.

 

북한 위협이 어디 무인기뿐인가. 국방부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한번 뚫렸다고 거기에 자원을 쏟아붓게 되면 북한에 말려드는 셈이 된다.

 

분노의 감정은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혜를 녹슬게 하는 몹시 나쁜 감정이다. 특히 군사전략에서 이런 감정적 대응은 절대 금물이다.

‘전쟁론’으로 유명한 클라우제비츠는 군사 천재란 “혼란 속에서도 침착하게 목표를 견지하는 자”라고 했다.

 

정치 지도자가 분노하기만 하면 어쩌자는 건가.

공직자는 어찌할 바 모르게 되고, 국정은 어느새 지도자의 심기 경호에 치중하게 된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도 정치적으로 왜곡된다.

대통령을 기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과의 투쟁에 더 열심히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이 나라의 외교와 국방이 정책의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배경이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