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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강사휴게실PC' 압수, 위법∙기망∙강압 뒤범벅

道雨 2023. 12. 18. 15:36

정경심 '강사휴게실PC' 압수, 위법∙기망∙강압 뒤범벅

 

 

 

 

검찰, 학교 내 조사실 차리고 수사… 재판서 은폐 시도

강사휴게실PC들, 휴게실 개인 사물들 사이에서 발견

검찰, PC 제출 전 켜고 들여다본 사실조차 은폐 시도

검찰의 플랜A 깬 김민ㅇ, '조국 폴더' 건져낸 김칠준

 

 

[조국 사태의 재구성] 40. 검찰의 정경심 ‘강사휴게실PC’ 압수, 위법∙기망∙강압 뒤범벅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한 재판은 크게 볼 때 두 갈래의 공방으로 진행됐다. 한 갈래는 최성해를 중심으로 한 ‘표창장 안 줬다’ 공방이었고, 다른 한 갈래는 ‘강사휴게실PC’를 중심으로 한 포렌식 공방이었다.

 

‘강사휴게실PC’ 수사는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의 임명 바로 다음날인 2019년 9월 10일에, 동양대 교양학부 강사휴게실에서 PC들을 압수한 뒤, 그 해를 넘기면서 장기간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강사휴게실PC’의 수사 과정을 재판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날 때까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숨겼다.

언제, 어떤 PC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어떻게 분석했는지 등이 철저히 은폐됐다. ‘조국 사태’의 다른 모든 수사 상황들을 실황중계 수준으로 깨알같이 언론들에 떠벌이던 것과 정확히 대조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뜬금 없이 어디선가 ‘결정적 유죄 근거’들이 나왔다는 언플만은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강사휴게실 PC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각종 위법 행위와 관계자 기망, 분석 과정 은폐 등 선을 한참 넘어서는 행위들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경심 교수는 물론 제출자 등 관련자들 모두를 배제했다. 원칙과 규정상 검찰이 갖춰야 하는 정당성 절차들을 의도적으로 모조리 위반한 것이다.

 

검찰이 철저하게 숨기고 있던 이런 기막힌 수사 과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심 재판이 시작되고도 몇 달이 더 지나 검찰에게 크게 불리했던 첫 재판부도 교체된 후였다. 2020년 3월 25일 강사휴게실 PC의 제출자였던 동양대 조교가 검사 측 증인으로 증인석에 서면서 알려지게 된 것으로, 문제의 PC들을 압수한 지 6개월이나 지난 후였다.

 

 

검찰, 동양대 학교 내 조사실 차리고 8일간 상주 수사

 

일단 문제의 2019년 9월 10일 시점보다 며칠 정도 더 시계를 돌려, 그 사이 동양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표창장 위조’ 수사는 2019년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불과 며칠만인 9월 6일에 이 혐의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공식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법원으로 넘긴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 소환조사 없이도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9월 3일 압수수색 실시 이후로도 동양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6일의 정 교수 기소 이후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두 명이 아닌 다수의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동양대의 학교 안에 ‘조사실’까지 차리고 멋대로 임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여학생 기숙사로 쓰이고 있던 동양대 ‘삼봉관’ 건물에 차려졌던 이 임시 조사실은, 9월 3일 동양대 압수수색 이후 11일 철수 때까지 검찰이 사용했다. 동양대 내부에 ‘서울중앙지검 임시 영주출장소’가 차려졌던 셈이다.

 

* 검찰이 현장 조사실을 차렸던 동양대 삼봉관 건물. 동양대학교 홈페이지 갤러리.

 

 

이 ‘삼봉관 검찰 조사실’에는 동양대의 여러 관계자들이 차례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마치 동양대 업무의 일부인 것처럼 교내에 있는 검찰 사무실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것이다.

수료증 직인 인주 관련으로 엉터리 사실을 일러주어 정 교수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재판부에도 엉터리 심증을 초래한 교원인사팀장 박준ㅇ 역시, 이 ‘삼봉관 검찰 조사실’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들 중 하나다. ☞ 정경심 ‘안 번지는 인주’의 진실, 표창장 아닌 수료증

 

당시 이 검찰 조사실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동양대 관계자들 대부분은, 검찰의 이런 줄줄이 조사가 협조 의무가 없는 임의적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아가 검찰은 필요한 대로 동양대의 여러 PC들을 뒤졌는데, 역시 동양대 관계자들은 검찰의 임의적 행위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사실은, 피의자 조사든 참고인 조사든 검찰의 소환 조사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 절차다. 따라서 조사 당사자의 입장에서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협력할 의무는 원래 없다. 수사 대상자도 아닌 참고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검찰은 통상 그런 사실을 조사 당사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검찰은 이 ‘조국 사태’ 수사 과정에서 단순 참고인을 공범이나 별건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피의자 전환’ 가능성까지 흘리는 위협을 동원하며 왜곡된 억지 진술을 받아내기도 했다.

특히 이 시점은 이미 검찰이 사건을 법원으로 넘긴 후였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수사를 계속할 명분도 없는 상태에서 임시 조사실까지 차리고 멋대로 동양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당시 동양대 총장이었던 최성해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동양대 관계자들로선 자발적 의사가 없어도 기만적으로 ‘자발적 협조’를 당한 것이다. 어제는 누가 불려갔다더라, 오늘은 누가 조사받고 있대 등의 말들이 동양대 관계자들 사이에 떠돌며 동양대가 온통 뒤숭숭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공식 수사가 종료된 후 명분 없는 멋대로 임의 수사였음에도, 마치 강제수사인 양 강압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은, 9월 10일 ‘강사휴게실 PC’ 압수 상황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동양대 상주 수사, 재판서 은폐 시도한 검찰

 

한편 검찰은 2020년 3월 25일 PC 제출자인 김 조교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도 PC 압수 당시에 검찰이 동양대에 조사실까지 차려놓고 멋대로 조사 행위를 진행했던 일이 드러나지 않도록 시도했었다.

검사가 김 조교에 대한 질문에서 강사휴게실PC 압수가 동양대 자체 진상조사와 연관된 일이었던 양 느끼도록 연막을 피운 것이다.

 

양재영 검사: 증인은 2019년 9월 10일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증인이 사용하는 조교 컴퓨터에 있던 파일과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본체 2대를 제출한 사실이 있지요.

김민ㅇ 조교: 예.

양재영 검사: 당시 동양대에서도 자체적으로 조민이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이 제대로 발급된 것인지, 조민이 실제로 봉사활동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하여 진상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김민ㅇ 조교: 아니요.

 

 

하지만 이 ‘동양대 자체 진상조사’는, 검찰의 강사휴게실PC 입수 경위와 티끌만큼의 관련도 없는 전혀 별개의 사실이었던 데다, 이 자체조사와 김 조교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검사는 김 조교에게 PC 제출 경위를 질문하다가, 그 사이에 뜬금 없이 동양대 자체조사를 끼워넣어 거론한 것이다.

더욱이 그 동양대 자체 진상조사는 강사휴게실PC 압수 하루 전인 9월 9일에 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한 상태였다. 발표 당시 조사단장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미 그 전날부터 ‘조사결과 발표’라고 공지했던 자리였고, 실제 그 시점 이후로 자체조사가 더 진행되지도 않았다. ☞ 동양대 "서류 검찰 이관·근무자 퇴직으로 조사에 한계"(종합)

그럼에도 검사 측은 이어진 재신문에서 다시 한번 ‘동양대 조사’를 거론하며 같은 시도를 했다. 아래는 원신혜 검사가 김 조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 김민ㅇ 조교 신문 중 검사 측은 재차 강사휴게실 수사가 동양대의 자체조사와 관련된 일인 것처럼 속이려 했다. 김민ㅇ 증인신문조서.

 

 

김 조교가 답한 내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원 검사의 이런 질문은 진실 사이에 명백한 거짓 명제를 슬쩍 끼워넣은 것이다. 김 조교는 정 처장으로부터 '검찰이 찾아갈 것이니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뿐, 동양대 진상조사 관련의 아무 말도 들은 것이 없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검사가 두 차례 같은 기만적 질문을 반복한 것을 보면, 이날 검찰이 당초부터 명시적인 의도를 가지고 강사휴게실 수사를 동양대 자체조사와 관련된 일이었던 것처럼 거짓으로 몰고가려 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프레임 뒤로 검찰이 압수수색과 기소 이후에도 8일간이나 동양대 내에 상주하며 임시 조사실을 차려놓고 멋대로 임의수사를 계속했으며, 강사휴게실 수사도 그 일부였다는 중요한 사실들을 숨기려 했던 것이다.

 

 

강사휴게실PC들, 휴게실 개인 사물들 사이에서 발견

 

9월 10일 오후 4시 경, 검찰 수사관들이 교양학부가 있는 ‘고운재’ 건물로 김민ㅇ 조교를 찾아왔다. 그에 앞서 김 조교는 위 증언대로 이날 점심 무렵인 12시40분에 행정지원처장 정규ㅇ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상태였다. 정 처장은 ‘오늘이나 내일쯤 검찰이 찾아갈 것이니 보여달라는 거 보여주고 협조하라’고 했다.

 

4시 경 김 조교가 근무중이던 교양학부로 찾아온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먼저 김 조교의 업무용 PC를 이미징(복제) 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9월 3일에는 기자들이 많아 못 봤다면서 교양학부 사무실과 강사휴게실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내 강사휴게실. 출입구에 ‘개인 물품을 정리해달라’는 공지문이 붙어있다. 박지훈.

 

 

이 동양대 강사휴게실은 ‘고운재’ 건물 1층에 있다. 교양학부 사무실 바로 옆이자 정 교수의 연구실 맞은 편이다. 강사휴게실은 개별 연구실을 가진 전임교수들 외에 시간강사들을 위해 마련했던 것으로, 2012년 경 장경욱 교수가 제안해 마련했던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원래 당초의 목적대로 책상 및 의자, PC와 프린터 하나, 티테이블과 소파들만 있었다. 그리고 이들 동양대 소유 기물들만이 김 조교의 관리 소관 책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들이 이 휴게실 구석들에 개인 사물들을 쌓아두기 시작했고, 여러 해가 지나며 사실상 창고처럼 쓰이는 상황이 됐다. 9월 10일 검찰이 강사휴게실의 문을 열어봤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검찰이 이곳을 수사하던 2019년 9월 시점은 물론 지금까지도 이 강사휴게실에는 소유자를 바로 알기 어려운 각종 개인 사물들이 쌓여있고, 그래서 휴게실 앞에는 '개인물품은 치워달라'는 공지가 마감 날짜만 바꿔가며 계속 붙어져 있다.

 

아래는 이 강사휴게실의 내부를 찍은 두 사진이다. 왼편은 당시 아주경제 소속이었던 김태현 기자가 김민ㅇ 조교 증언 즈음인 2020년 3월에 찍은 사진이고, 오른편은 비교적 최근인 2023년 4월에 블로그 ’한길로걷다보면’에 실린 사진이다.

 

* 동양대 교양학부 강사휴게실 내부. 왼쪽은 김 조교 증언 즈음인 2020년 3월에 촬영된 사진, 오른쪽은 2023년 4월 촬영 사진. 김태현 기자/‘한길로걷다보면’ 블로그.

 

 

왼쪽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으로 깨끗하고, 오른쪽은 휴게실이라기보단 아예 창고로 쓰이는 듯한 모습이다. 필자는 2022년 2월에 이곳을 방문했었는데, 당시에는 오른편 사진만큼 어지럽지는 않았지만 역시 많은 개인 사물들이 쌓이고 널려 있었다.

(위 왼편 사진은 김 조교의 증언 시점에 동양대 측이 일부러 개인 사물들을 치우고 깨끗이 청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필자가 갔을 때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자전거, 운동기구 등을 포함해 개인용 난로, 각종 인쇄물과 서류 더미들 등이 구석마다 이리저리 여기저기에 있었다.)

 

검찰 관계자들이 강사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봤을 상황도 오른쪽 사진의 상황에 더 가까웠다. 즉 통로를 막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교수들의 개인 사물들이 많이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는 김 조교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3월 25일 증언에서 “학교 비품 외에도 자전거, 운동기구, 제본한 교재 박스들, 의자, 선풍기 등 교수나 강사들의 개인 물품들도 혼재되어 쌓였었다는데 맞느냐”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증언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강사휴게실에 들어서서 먼저 본 것은, 출입구 반대쪽 벽의 책상 위에 강사들을 위해 배치되어 있던 PC와 모니터였다.

검찰 관계자가 “저 컴퓨터는 뭐하는 컴퓨터냐”라고 묻자, 김 조교는 “강사님들이 쓰시는 거다”라고 답했고, 다시 검찰이 “확인할 수 있냐”라고 하고, 김 조교는 “켜보시라”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검찰 관계자들이 뒤로 돌았을 때 출입문 뒤쪽에 놓인 두 대의 PC 본체를 발견했다. 김 조교의 자세한 증언에 따르면, 이 강사휴게실의 문은 실내쪽, 오른쪽으로 열리는데, 열려서 문에 가리는 뒤편에 PC 2대가 있었던 것이다.

 

* 발견된 직후 강사휴게실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강사휴게실PC’ 2대. 김민ㅇ 조교 제공.

 

 

 

검찰 관계자가 “어! 저 컴퓨터 2대는 뭐냐?”라고 물었고, 김 조교는 “전임자한테 들었는데 퇴직자 교수님들이 그냥 두고 가신 거다. 그래서 주인 오면 찾아줘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전임자 조교가 잘못 알려준 것이다. 김 조교의 전임자도 해당 PC가 강사휴게실에 이미 있던 상황에서 교체되어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그 경위를 몰랐다.)

이어서 검찰 관계자가 “이거 확인해봐야 되겠다”라고 하고는, PC들을 교양학부 사무실로 옮겼다.

 

 

검찰, PC 제출 전 켜고 들여다본 사실조차 은폐 시도

 

이어 검찰 수사관들은 김 조교에게 ‘잠깐 살펴보겠다’라고 동의를 구한 후, 이 PC들 중 하나에 전원을 연결하고 켰다. 그리고 잠시 후, 수사관 한 명이 “어! 폴더다, 조국 폴더다”라고 외쳤다. 그 안에 형법, 민법 등의 세부 폴더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 PC가 이후 ‘강사휴게실 PC 1호’라고 불리게 되는 바로 그 PC다. (검찰 측 증거번호 ‘12424-1’)

실제 이 '강사휴게실 PC 1호'의 하드디스크 내용에는 “조국”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2개 있었고, 그중 하나에는 (‘형법, 민법’은 아니지만) 법학이나 로스쿨 관련 파일 및 폴더들이 들어 있었다. 즉 바로 이 시점에 검찰은 이 PC들이 동양대 소유도 아니고 다른 전현직 교직원도 아닌, 정경심 교수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한편 김 조교는 검찰 수사관들이 주고받는 말만 들었을 뿐, 수사관들이 PC를 조작하고 있는 화면은 보지 못했다. 김 조교는 검찰 수사관들이 PC를 들여다보는 동안 그 뒷편에 앉아 있었고, 따라서 창에 모니터 화면이 비쳐 PC가 켜졌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이후 수사관들이 ‘빨리 검사님 불러라’라고 했고, 이어서 교양학부로 온 두 검사 중 ‘키 큰 검사’를 불렀다. 증언 상 이 검사가 온 후인지 전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그 전후로 PC가 꺼지는 소리가 났고, 김 조교는 그것을 ‘뻑났다’고 잘못 이해했다.

(김 조교가 PC 꺼지는 소리를 듣고 ‘뻑남’으로 오해했던 것은, PC가 꺼진 후 검찰 수사관이 ‘어 이거 왜 이래’하고 소리를 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분석한 포렌식 증거에 따르면, 강사휴게실 PC 2대 중 당시 ‘뻑’이 났던 PC는 없었다.)

이 ‘뻑남’ 문제와 관련, 3월 25일 증인 신문에서 검사와 김민ㅇ 조교는 아래와 같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양재영 검사: 강사휴게실에 보관되어 있던 컴퓨터 본체 2대는 모니터가 없어 다른 컴퓨터의 모니터에 연결시켜 구동시키려고 하였는데, 구동이 잘 되지 않아서 여러 모니터에 연결시켜가며 구동을 해보려고 수차례 시도 한 적이 있었지요?

김민ㅇ 조교: 됐다가 갑자기 뻑이 나가서, 전원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어서 계속 옮겨다니면서 하신 거,

 

여기서 김 조교의 답변보다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양 검사의 질문 내용이다. 특히 ‘구동이 잘 되지 않아서’, ‘구동을 해보려고 시도’라고 말한 부분이 중요하다. PC가 실제로 켜지고 검찰 수사관들이 살펴본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구동이 되지 않은 것처럼 전제해서 질문한 것이다.

여기서 김 조교가 소극적이었다면 ‘예’라고 짧게 답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검사의 의도가 실린 모호한 질문을 바로잡으며, ‘됐다가 갑자기 뻑이 났다’고 답했다.

 

이날 김 조교에 대한 검사 측의 주신문 내용은 질문 대부분이 서술형 답이 아닌 ‘예’, ‘아니오’라는 단답형 대답만이 나오도록 사전 설계된 질문들이었다. 일부 서술형 답을 구하는 질문들도 그보다 앞선 질문들로 증인이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검찰이 원하는 답만 나오도록 유도했다. (이런 것이 검사들의 ‘증인신문 개론’ 정도 될 것이다.)

지면상 여기서 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김 조교의 증인 출석보다 몇 달 앞서 있었던 참고인 조사 결과에서도 검찰의 같은 의도가 확인된다. 해당 참고인 조사는 같은 양 검사가 진행했는데, 조사 내용을 왜곡한 정황이 매우 짙고, 거기서 김 조교가 ‘구동이 잘 안됐다’고 진술한 것처럼 기록되어 있다.

강사휴게실PC들이 애초 구동 자체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몰고 가려던 것이 검찰의 우선적인 의도, 즉 ‘플랜A’였다고 보이는 것이다.

 

 

검찰의 플랜A 깬 김민ㅇ, ‘조국 폴더’ 건져낸 김칠준

 

따라서, 만약 김 조교가 이 질문에도 그냥 ‘예’라고만 답했더라면, 검사의 의도대로 당시 PC들이 전혀 켜지지도 않은 것처럼 거짓으로 조작되고 그냥 넘어갈 뻔한 상황이었다.

당시 검찰로서는 여러 규정과 원칙을 무시하고 PC들을 통째로 가져간 데 대한 명분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아예 구동이 되지 않았음’이 김 조교에게 1차적으로 원했던 ‘쉬운 정답’이었다.

김 조교가 간단히 ‘예’라고 대답하는 대신, 대뜸 ‘(구동이) 됐다’라고 설명을 해버리면서 이 ‘플랜A’가 무산됐다. 이런 곤란한 답변에 검사는 김 조교의 이어지는 말을 일단 끊었다. (김 조교의 증언 기록이 ‘하신 거,’라며 쉼표로 끝난 부분에 주목하시라.) 그리고 ‘컴퓨터를 켜보려고 한 상황은 기억나느냐’라며 질문을 던지고, 김 조교가 ‘예’라고 대답하자, 관련 추가 질문을 던지는 대신 화제를 바꾸어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검찰에겐 ‘플랜B’도 있었다. 9월 10일 임의제출 전에 검찰 수사관들이 PC를 조작하던 중 PC가 꺼진 후 ‘어 이거 왜 이래’하고 소리를 친 것이다. PC 꺼지는 소리에 이어 그렇게 외치는 말을 듣고, 김 조교는 해당 PC가 ‘뻑남’, 즉 비정상종료가 된 것처럼 오인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 ‘플랜B’가 검찰에게 최선일 수는 없었던 이유가 있다. 영장 압수이든 임의제출 압수이든, 압수 후 규정된 절차(‘해시’)를 하기 전에는 임의로 PC를 켜서 살펴보는 행위는 디지털 포렌식 절차상 말도 안되는 ‘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시 검찰 수사관들은 무엇이 급했는지 그 금기를 깨고 멋대로 PC를 켜고 뒤적거렸다.

 

당시 수사관들이 PC를 켜본 후 “조국 폴더다!”라고 외쳤다는 김 조교의 중요 증언도, 김 조교가 이렇게 검찰의 의도와 달리 임의제출 전 PC가 켜졌었다는 증언을 내놓은 후,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검찰은 주신문에서 김 조교가 이런 구체적인 답변을 할 틈을 내어주지 않는 두루뭉술한 질문만을 던졌다.)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김 조교의 답변에서 힌트를 얻어, PC들을 발견한 이후부터 당일 검찰의 행위들을 단계별로 나눠가며 조곤조곤 구체적으로 질문했고, 그 결과 수사관들이 “조국 폴더다!”라고 외쳤었다는 중요한 증언을 얻어냈다.

이후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검찰은 이 강사휴게실PC 1호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몰래 모종의 USB 메모리를 꽂아 모종의 작업을 하기까지 했다.

당시 검찰 외에 동양대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같은 공간에 있었던 김 조교에게는 동의를 구하지도 알리지도 않은 채로 말이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