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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문 정부 향한 표적감사·정치수사 잇단 제동

道雨 2024. 1. 11. 11:37

법원, 문 정부 향한 표적감사·정치수사 잇단 제동

 

 

집값 통계조작 혐의 전 국토차관 등 2명 영장기각

월성원전 감사 관련 산업부 공무원도 전원 무죄

모두 윤 정부 유병호 사무총장 이후 만들어진 사건

사의재 "윤석열 정부, 편집증적 정치 탄압 중단하라"

 

 

 

윤석열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하고 있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최근 잇달아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있다.

감사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탈원전 정책부터 정책 통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해 감사를 벌였으며,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사실상 하명수사를 해왔다. 이번에 관련 사건의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표적 감사' '정치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토차관 등 모두 영장 기각

대전지법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문재인 정부의 집값 등 국가 통계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통계법 위반)로 청구된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주거와 직업, 가족 관계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으로 미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참고인에게 회유와 압력을 행사해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은 3시간여 동안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통계조작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통계조작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인사 22명을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2017~2021년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했다. 신속하게 시장을 파악하고 정책 결정을 하기 위해 통계를 보고받은 것이,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는 게 감사원 주장이다.

감사원의 감사는 처음부터 유병호 사무총장과 그의 친위대 '타이거 사단'의 자의적인 감사 착수에서 시작돼, '표적 감사' '감사 농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사원 사무처는 이 사안에 대해 2022년 9월 감사에 착수해서, 기간을 3차례나 연장하며 1년 만에 중간 감사 결과를 내놨지만, 문재인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공무원들까지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0월,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대해 5시간 이상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윤 전 차관을 비롯해 강신욱 전 통계청장,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들여 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수사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윤 전 차관과 이 전 청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피의자 신병 확보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법원이 검찰의 무리한 구속영장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림으로써, 도리어 '정치 수사' '하명 수사' '표적 수사'라는 비판의 역풍을 맞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수사동력도 크게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와 관련해 수사 요청이 이뤄진 사안도 영장이 기각됐다. 지난 3일 서울북부지법 곽태현 영장전담 판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건설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알선수재 등)로 청구된 전 산업부 과장 2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 역시 감사원 의뢰로 수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를 진행해, 전직 산업부 과장 2명 등 13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은 태양광발전업체 운영자 이아무개 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2018년 12월~2019년 1월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이씨의 업체에 유리하도록 토지 용도변경 유권해석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곽 판사는 영장기각 사유에 대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수사의 경과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취업경위 등과 관련해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등, 범죄혐의가 명확하게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대가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월성원전 감사 관련 산업부 공무원도 전원 무죄

최재형 감사원과 윤석열 검찰의 합작품인 '월성원전 감사 방해' 사건에서도,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월성원전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감사를 벌이고, 윤석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국가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건을 담당했던 이원모 전 검사는 윤석열 대선 캠프를 거쳐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에 임명됐고, 월성원전 감사를 총괄했던 유병호 감사연구원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에 자리에 올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3부는 지난 9일 월성 1호기 원전(이하 월성 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산업부 A(56) 국장, B(53) 과장, C(48) 서기관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쯤 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부하직원이던 C씨에 대해선 같은 해 12월 2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일요일인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를 씌워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어 손상죄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로 인해 감사 기간이 예상했던 기간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가 방해됐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 아닌 애먼 컴퓨터를 전자 법의학 수사(디지털 포렌식) 하는 등 부실하게 업무를 처리한 잘못이 크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 통보 이후 감사관이 C씨에게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 또한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방실침입 혐의도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C씨가 삭제한 파일 중 일부가 산업부 내에 동일한 전자기록으로 존재하고, 감사원은 C씨로부터 ID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아 접근 권한도 받았다"면서 "감사 지연은 오히려 감사원의 부실한 업무 처리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감사 방해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를 방해한 경우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감사원법 위반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범죄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직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던 만큼,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통계조작 의혹' 사건과 '월성원전 감사방해' 사건 등에서 잇달아 영장기각, 무죄 등이 나오면서, '표적 감사' '정치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수사에도 제동이 예상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와 감사원은 정권의 정치 보복을 실행하는 용산 흥신소, 검찰 대행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미 최재해·유병호 감사원의 국기 문란, 감사 농단 행태에 대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며 "성실하게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의장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 및 청와대 참모 출신 등이 참여하고 있는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이은 영장 기각과 무죄 선고를 계기로, 윤석열 정권은 전 정부에 대한 편집증적인 정치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아무리 할 줄 아는 것이 수사와 압수수색, 영장청구와 기소 밖에 없는 정권이라고 하지만, 정부 출범 2년이 다 되도록 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이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도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언론 플레이로 여론 몰이에 몰두하는 정치적 행태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피의사실 유포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엄중하게 경고하며, 언론 플레이로 여론 몰이에 몰두하는 행태 자체가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영원히 묻을 수는 없다. 국민 여론도 잠시 호도할 수는 있겠지만,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면서 "가장 엄정해야 할 감사와 수사, 기소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하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불법조차 서슴치 않는 행위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