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찰 카르텔’은 무신정권의 사병 집단 꿈꾸나

道雨 2024. 2. 20. 09:25

‘검찰 카르텔’은 무신정권의 사병 집단 꿈꾸나

 

 

 윤석열 정권을 ‘검찰공화국’ ‘검찰 독재’라 부른다. 검사 출신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하면서 생긴 용어다.

이승만의 특무대, 박정희의 중앙정보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한다.

특수집단의 국정 전횡은 헌정사의 비극으로 귀결됐다.

헌법 제11조 ②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통령,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국정의 핵심부 대부분을 검사 출신이 차지하고 거대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했다. 윤 대통령은 숱한 ‘카르텔 청산’을 언급하면서 이 대목은 비켜 간다. 진짜 척결해야 할 대상은 특수계급을 형성한 ‘검찰 카르텔’이 아닐까.

 

 

고려 무신정권 시기 경대승이 정중부를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는 신변 보호를 목적으로 결사대 100여명을 요직에 앉히고 이를 ‘도방’(都房)이라 불렀다. 도방은 일종의 사병 집단이다.

‘고려사’ 열전 경대승전을 보면, 이들 사병은 긴 목침과 큰 이불로 함께 숙식하는 동일체로 형성되고 곧 권력 집단이 되었다. 이들의 탈선행위는 긴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검사동일체’의 유산인​지, 검사 출신은 아무리 중대 범죄자라도 단 하루도 형을 살지 않고 사면되고, 정적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를 이어간다.

최근 ‘고발 사주’ 사건 등 검찰의 일련의 행태와 관련해서 한 언론인의 개탄이 마음을 저리게 한다. “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이 됐나.”(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 사법정의는 실종되고 도방 정치가 부활한 형국이다.

 

 

왕조 시대에도 이러진 않았다.

조선 태종 13년(1413) 사헌부는 한 관리의 파직을 주청했다. 그가 전라도에 있을 때 좋아했던 기생 옥호방을 경상도 관찰사가 돼 다시 부르고, 부친상을 당했는데도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파직의 대상은 사헌부 수장인 대사헌 안성이었다. 오늘로 치면 검찰총장이다. 사대부의 축첩이 공인되는 시대였다.

 

내년이면 해방 80주년이다. 분단 시대와 궤를 같이한다. 열전과 냉전을 거치면서도 남북이 함께 조국의 평화통일을 염원해왔다.

그런데 최근 북은 동족이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한반도는 신냉전 구조의 전방초소처럼 되고, 외신들은 잇따라 불길한 예측을 보도한다. 강 대 강의 쇳소리가 어느 지점에서 부딪힐지 국민은 불안하다.

안보가 칼날 위에 선 형세다. 외줄 타기 외교만으로 풀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모한 장군보다 무능한 장군이 낫다는 말의 뜻을 헤아리게 된다.

 

 

조선 초기의 사대부 서거정은 전쟁을 일삼는 신라와 백제의 군왕을 지탄하는 ‘삼국사를 읽고’를 지었다.

“삼한이 나날이 서로 싸우니/ 백만 창생이 고통 속에 지새웠네/ 신라·백제는 어찌 몰랐던고/ 입술이 터지면 이빨이 시린 것을/ 수·당이 방울새와 조개 모두를 노리는 어부인데도/ 점점이 놓인 저 강산은 말이 없지만/ 사서의 편전에 역력하네 그 사실이/ 그대들은 영웅이나 반은 흉역이요/ 우러러 하릴없는 눈물 소매를 적시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의의 사도인 양 사법정의를 외치며 단죄했던 범죄자들을 줄줄이 사면 복권하고 그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법가(法家)들, 한동안 묻혔던 냉동 이데올로기를 꺼내어 이슈화하는 수구 지식인들, 역사의 큰 물결과 작은 소용돌이가 겹치고 있는 시대의 중요성보다 권력 유지와 확장에만 열중하는 경대승의 후예들, 타고 있는 뗏목이 침몰하는데 남아있는 뗏목을 잘라 불을 피우는 재벌들과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하는 여당 대표와 공영방송 앵커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오늘 한국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보게 된다.

 

승리의 순간은 짧았고, 이내 수구의 수렁에 빠졌다. 해방정국이 그랬고 4·19, 서울의 봄, 6월항쟁, 촛불시위가 그렇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냉전 수구세력은 동종교배를 통해 세를 키우고,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면서 기득권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넘치는 물적 기반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통치권을 휘둘렀다.

국민의 피땀으로 성취한 민주화운동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선진국의 위상이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몇시인가.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