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로매트', 세월호 사찰 군인 특별사면한 윤 대통령 비판
미 외교전문지 "세월호 침몰이 대한민국을 바꾼 방법" 기사... 이태원 참사 유사성 지적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외신 또한 관련 기사를 상세히 보도했다. 해당 외신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목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 사찰한 군인들을 사면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세월호의 침몰이 대한민국을 바꾼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선진국 한국의 병폐 보여준 대표적 사례"
<디플로매트>는 세월호 참사 당시를 개괄한 뒤 "중과실, 직무유기, 규정 위반의 증거가 쌓여가자, 시민들은 슬픔과 분노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며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로서 대응하지 못한 한국 정부와 산하기관은 이미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평화적인 시위대를 체포하는 등 비판 여론을 진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디플로매트>는 "세월호 참사는 결국 한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2016년 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 연루된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을 때, 세월호의 유가족과 연대하는 시민들은 이미 수개월 동안 매주 시위를 열고, 정부에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요구해왔다"며, 세월호 참사가 탄핵의 토대가 되었다고 평했다.
또한 "탄핵 시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암시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시위대는 참사를 추모하고 정의를 요구하는 상징인 대형 노란 리본을 게양했고, 참사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 매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국이 글로벌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방치된 여러 가지 병폐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청해진해운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보수 정권 시절부터 이어져 온 신자유주의 정책, 즉 선박의 정비와 검사에 관한 여러 규제를 완화한 것이 지속적인 과실의 배경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와 책임 규명 좌절되고 있다" 지난 2월 유가족 사찰한 군인 특사에 비판
<디플로매트>는 "10년이 지난 지금, 두 번의 정권교체와 세 차례의 진상조사기구 구성에도 불구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유가족들과의 인터뷰 내용 또한 실었다.
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 최순화씨는 <디플로매트>에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 답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싸워왔다"면서도, 오늘날의 결과에 대해선 "허탈하고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디플로매트>는 "정의와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는 창현군 어머니의 지적은 옳다"며 "실제로 구조 작업의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해경의 하위 직급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월 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 기무사령부 참모장이 특별 사면된 것을 두고 "불과 두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은 '반정부 조직'을 탄압하기 위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육군 장교 2명을 사면했다"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가족의 슬픔이 모두의 '완수해야 할 숙제'가 된다면...
한편 <디플로매트>는 10.29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예측 가능한 위험이 무시되고, 시기적절한 대응을 제공하지 못했으며, 당국의 은폐 시도, 유가족의 손에 주로 맡겨진 정의와 책임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 등, 세월호 참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점이 많았다"면서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위험의 일상화,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정치 시스템, 제도적 변화의 절실한 필요성 등을 재차 일깨워주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이태원 참사 등 비슷한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부터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산업재해 유가족까지, 다양한 의미에서 전국의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의 폭을 넓혀왔다"며 "이러한 경계를 넘어선 유가족들의 공감은 세월호 참사가 한국에서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플로매트>는 "세월호 참사가 밝혀낸 많은 것들 중에는, 예외적인 참사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의 평범함도 있다. 2014년 수십만 명을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공동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었다"라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슬픔을 우리 모두의 슬픔으로 받아들인다면, 창현군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완수해야 할 숙제'로 받아들인다면, 세월호 참사의 다음 기념일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며 기사를 끝맺었다.
박성우(ahtcls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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