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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는 뒤늦게라도 중·러 외교를 복원할 수 있나

道雨 2024. 4. 30. 09:06

윤 정부는 뒤늦게라도 중·러 외교를 복원할 수 있나

 

 

 

윤석열 정부가 미국·일본과의 동조화, 중국·러시아에 적대시 외교로 내달리다가 요즘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라며 어리둥절해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서 양보는커녕 식민지배 정당성 주장만 더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일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서 편향된 내용을 담은 레이와 서적의 중등 우익 역사교과서 2종의 검정을 승인했다. 우익 역사교과서는 지난달에도 2종이 검정에 합격해, 이제 10종 중 4종이나 됐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자국에서 최대 메신저인 라인의 경영권을 넘기라고 네이버와 야후 재팬의 합작법인을 압박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미국이 중국 회사인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본의 라인 강제매각 압박은 한-일 관계의 주소가 적대국인지 협력국인지 헷갈리게 한다.

 

한국은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의장국 이탈리아의 권한이라 하나, 미국이 배려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G7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G7 플러스 외교’를 내걸고, 미국 등 서방과 무조건 연대하는 외교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접이 신통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러시아의 전략적 연대가 강화되고, 러시아가 앞장서 북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격상시키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경유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지원한 것이 변곡점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3월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한 제재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 감시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가장 유리한 국제 정세를 향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미국과 일본에 관계 개선을 읍소하지 않는다. 중·러와의 전략적 관계 격상 속에서 각종 핵 무력 시험을 과시하고 있다.

 

윤 정부 내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비로소 인지되는 것 같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6월에 한국에서 개최를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을 방문하려고 중국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등으로 최악에 빠진 한-중 관계에서 조 장관의 방중이 논의되는 것은 중국의 전략에서 나왔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한 뒤 유럽 국가들,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하나씩 개선하며 미국의 포위망에 대응하고 있다. 윤 정부가 중국의 상황 관리에라도 편승하려 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한국 외교의 최대 리스크는 러시아다. 미국의 정 박 대북고위관리는 지난 2월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보다는 북-러 전략 관계가 다른 환경을 조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과 러시아 관계가 우려된다”며 “인도·태평양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평소 강경 발언을 토해내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18일 외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차 학살은 아직 사실로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 “내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지원해야 한다는 발언은 오역이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우리가 살상무기를 지원한 적은 없고, 이런 정책은 유효하다” 등 대러시아 유화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방문에서 부차를 방문했고, 당시 대통령실은 ‘부차 학살’이 “러시아군이 저지른 잔혹 행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신 장관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부차 방문을 머쓱하게 하는 것이다. 또 신 장관은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 투입이나 한국의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7일 한국방송과 한 회견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서로에 대한 우려의 균형 같은 것으로 양쪽이 서로 레버리지가 있는 형국”이라며 양국이 금지선을 인식하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점령지 굳히기 국면 속에서 끝날 기미가 없다. 가자 전쟁도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비난 속에 미국 대선 때까지 늘어질 전망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군사외교 전력이 묶여, 인도·태평양에 좀처럼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가 “우리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라는 당혹감이라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오는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때 개최가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국에 대만해협 사태에 대한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총선에 참패한 윤 대통령이 내정을 혁신한다고 하는데, 외교에서도 부디 균형을 찾기 바란다.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