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찰의 최고령·최연소 통신사찰 대상자

道雨 2024. 8. 12. 14:35

검찰의 최고령·최연소 통신사찰 대상자

 

독재정권에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이유

 

검찰(서울지검 반부패수사1부)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사건 수사라는 알쏭달쏭한 명목으로, 3천명에 이르는 언론계·정계 인사들에 대한 통신조회(라고 쓰고 사찰이라 읽는다. 이하 ‘통신사찰’)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하지만 국힘당 대선 후보였던 21년 12월 30일,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저, 제 처, 제 처 식구들, 심지어 누이동생까지 통신사찰 했다”며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국회의원 보좌관만 사찰을 해도 난리가 나는 겁니다. 원래…”라고 노발대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통신조회 당한 인물은 고작 89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검찰의 통신사찰은 ‘국회의원 보좌관급’에 그치지 않고, ‘제1야당 대표’ 포함 주요 정치인들과 언론인들까지 모두 3천 명에 달하고 있다니, 검찰에 ‘미친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고, 그 검찰을 ‘이리 오너라, 저리 가거라’ 수족처럼 부리는 대통령과 그 부인이 멀쩡한 사람들일 리는 없겠습니다.(유유상종의 이론)

그러니 지금 대한민국이 왜 이리 미쳐 돌아가고 있는지, 윤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오래 전에 그 대답을 내놓은 셈입니다.

 

 

검찰이 아무리 용을 써도 5공 안기부만 못한 이유

 

검찰은 원래 1개월 이내에 통신사찰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려주어야 하나, 이번에 7개월이나 지나서야 통고한 이유에 대해 '(4월) 총선에 영향을 줄까 봐서'라고 했습니다.

검찰이 야당 지도부와 진보 언론인들을 대규모 사찰했다는 사실이 집권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알았다니, 검찰이 미치기는 했어도 멍청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지난 7개월 동안 이 3천 명의 인맥 지도를 가지고, 과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처럼 반국가 혹은 반정부 조직사건을 꾸며보려다가 안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판국입니다.

중앙정보부(박정희 유신정권) 때나 안기부(전두환 5공정권) 때는 이보다 훨씬 빈약한 재료를 가지고도 간첩사건이나 노동사건 등 대규모 조직사건들을 잘도 만들어냈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검찰이 과거 정보기관보다는 실력이 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웃픈 해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이유

 

‘시민언론 민들레’ 기자 몇이 통신사찰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남 일처럼 여겼는데, 정작 제게도 통고 문자메시지가 오자 순간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혹시 뭐 잘못한 건 없었나? 하는 불안감,

이 자식들이 뭔데 나를 감시해? 하는 분노,

내가 이 나이에 누구한테 감시 당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과 함께, 솔직히 나는 아직 공권력의 감시 대상으로 꼽힐 만큼, 늙거나 퇴물은 아니구나 하는 흐뭇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최고령 사찰 대상자가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생겼지만, 그건 언감생심, 곧 82세 이부영 선배가 최고령 타이틀을 가져갔고, 또 금방 90세 김중배 선배께서 최종적으로 타이틀을 챙기셨습니다.(‘뉴스타파’가 이번 통신사찰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니 곧 집계 및 조사 결과가 나올 것)

 

제가 비록 '언론인' 최고령 타이틀은 갖지 못했지만, 그래도 '현역기자' 최고령 타이틀은 장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여기저기 칼럼을 쓰는 나이든 언론인들은 많아도, 어느 매체에 적을 두고 칼럼뿐 아니라 기사도 쓰는 것은 내 나이 또래 제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저 포함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들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이 확인해 준 사실입니다.)

그리고 최연소 타이틀은 역시 ‘시민언론 민들레’ 막내 김성진 기자 차지일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 87년생으로 제 막내아들보다 두 살 어립니다.

 

 

독재정권에서는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시민언론 민들레’ 식구 12명 중 6명이 통신사찰을 받았습니다. 사찰을 받지 않은 6명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찰을 받은 6명이 농반진반으로 “(당신들은) 좀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놀리기 때문입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이유

 

저는 당초 이번 통신사찰 사건에서 그 피해자가 3천 명에 이른다는 소리에 선뜻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사찰의 주요 대상인 민주당에서 자체 조사해 보니 139명이었고, 언론계에서 활발하게 민주언론 활동을 펼치는 전·현직 언론인이 아무리 많아도 3백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농촌에서 농사짓는 제 지인 한 분이 사찰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3천 명이 아니라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분은 오래 전 귀촌해서 농사만 짓는 분인데 사찰을 당했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해 ‘민들레’에 농사짓는 이야기를 몇 번 기고했던 것 외에 아무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토로합니다. 제가 오피니언(칼럼) 에디터이고 연락 담당이었으니 저 때문에 사찰 당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모난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옛말이 맞아떨어진 격인데, 이런 식으로 사찰했다면 3천이 아니라 5천, 1만도 넘지 않겠습니까.

 

공연히 저 때문에 자칫 반정부 조직 사건에 '식량을 공급하는 배후세력'으로 연루될 뻔한 그 분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보냈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로하고 ‘시민언론 민들레’를 응원하시더군요.

 

 

 

강기석 에디터kks54223@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