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道雨 2025. 2. 3. 09:28

대통령까지 중독된 알고리즘 공화국

 

 

 

 

 

“알고리즘 중독이 초래한 세계 최초의 내란.”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이렇게 규정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주장에 심취한 나머지, 지난 총선 결과를 무효화하려,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되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학술용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의 알고리즘은, 플랫폼 회사가 개별 이용자에게 추천할 콘텐츠를 결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규칙과 계산을 뜻한다. 이용자의 참여도·관심사 등을 바탕으로 게시물을 선별해, 가장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다.

결국 이용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그 외의 정보는 의도적으로 배격하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극단적인 콘텐츠 소비를 부추기고,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유튜브에 정보를 의존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를 보면, 한국 응답자 가운데 2명 중 1명(51%)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28%에서 7년 만에 갑절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조사 대상인 47개국 평균(31%)보다 훨씬 높다.

유튜브에 만연한 허위정보(부정선거 음모론)와 알고리즘의 수렁이 결합된 극단적 사례가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다.

 

 

이에 주요 국가에선 소셜미디어에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대형 플랫폼 업체에 대해 불법 콘텐츠 및 허위 정보를 신속히 삭제하고,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은 혐오 콘텐츠나 허위 조작 정보를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을 경우 플랫폼에 과징금을 부과한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이용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이를 ‘윤석열 방지법’으로 이름 붙였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시청 기록을 초기화하는 등, 알고리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