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하야할 결심? 헌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진단] 최종결정 전에 대통령 자진 사퇴해도 탄핵심판 계속해야
윤석열 측이 던진 '중대한 결심'
지난 13일에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대통령 측 윤갑근 대리인은 증인신문에 앞서 발언기회를 얻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진행을 문제삼으며 "중대한 결심"을 암시했다. 많은 언론은 '대리인단 총사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지만, 한편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언급하는 언론도 있었다.
한국헌정사에서 두 차례의 대통령 하야가 있었다. 1960년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 이후에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에 윤보선 대통령이 하야했다. 물론 이승만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고, 윤보선은 국회에서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차이는 있다.
대통령이 임기만료 전에 그 직책에서 물러나는 '하야'를 뜻하는 용어로, 국가공무원법은 '퇴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국회법이나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이 임기 만료 전에 물러난다는 뜻으로 '사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밖의 법률에서는 '사퇴'라는 용어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인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그 직에서 물러나는 행위는, 자진퇴직이나 자진사직 혹은 자진사퇴로 표현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적절할 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서는 공무원 스스로 퇴직하는 경우에 '희망퇴직'이나 '자진퇴직'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이러한 희망퇴직이나 자진퇴직에 대해서 제한이 가해지는 경우는, 해당 공무원이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파면이나 해임 등에 해당하는 징계사유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이다(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 제2항).
이런 경우에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행정 각부의 장관 등은 그 공무원의 퇴직을 허용할 수 없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거나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공무원의 희망퇴직이나 자진퇴직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의 입법취지는, 해당 공무원이 형사재판이나 징계절차가 종료되었을 때 자신에게 부과되는 불이익을 면탈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데 있다.
대통령도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정무직공무원)이다. 다만 대통령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절차가 아니라,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특별한 징계절차인 탄핵절차에 따라 파면된다. 여기서 재판을 받거나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공무원에 대해서 적용되는 희망퇴직이나 자진퇴직 허가금지 규정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지, 적용된다면 임명직 공무원의 퇴직을 허용할 수 있는 임용권자가 선출직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누구인지가 문제된다.
특별한 징계절차인 탄핵절차의 한 축인 탄핵소추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탄핵소추된 공무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국회법 제134조 제2항). 희망퇴직이나 자진퇴직 허가금지 규정의 입법취지가 국회법에 따른 탄핵소추절차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경우에 임명직 공무원의 임용권자에 해당하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대통령의 사직과 관련된 헌법과 법률의 명시적 조항은 없다. 여기서 준용할 수 있는 조항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의 사직과 관련된 것이다. 국회의원의 사직은 원칙적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국회가 폐회 중인 경우에 국회의장이 허가한다(국회법 제135조 제1항).
이처럼 국회의원의 사직을 국회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입법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이므로, 국회의원의 사직도 국회의원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사직도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면, 그러한 국민의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의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사직도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그러한 결정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대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의 경우에도 대통령선출권을 가진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가 사직을 원하는 대통령의 사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탄핵소추된 공무원의 사직원을 임용권자가 접수할 수 없는 것처럼 국회는 대통령의 사직원을 접수하지 않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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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법률에 대통령의 사직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직은 대통령의 의사에 맡겨져 있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재판소는 사직의 의사를 표명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계속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자진사퇴로 탄핵소추의 의사는 실현되지 않았는가?
특별한 징계절차인 탄핵절차는, 국민을 대표하여 대통령을 탄핵시키려는 국회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절차일 뿐만 아니라,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파면시킴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탄핵심판의 청구인인 국회가 탄핵소추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당사자의 주관적인 청구의 이익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진행하여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심판의 이익도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사직의 의사를 표명한다고 해도, 이후의 다른 대통령의 동일한 헌법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에 따른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면,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2021헌나1)에서 탄핵대상 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했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세 명의 재판관은 객관적인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각하결정에 반대하였다. 법관탄핵 사건의 경우와 달리, 임기만료가 아니라 자진사퇴는 탄핵결정을 면하려는 취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법관도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법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할 때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지만, 선출직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법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할 때 국민의 신뢰를 저버릴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관을 파면하기 위한 탄핵심판과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한 탄핵심판의 헌법적 중대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의 자진사퇴로 탄핵심판을 각하하거나 종료하는 이익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심판을 계속해야 하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최종결정 전에 대통령이 자진사퇴하는 경우에도, 탄핵심판을 계속하여 대통령의 중대한 법위반을 확인함으로써, 미래에 다시금 반복될지도 모르는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선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준일씨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헌법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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