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헌재테러', 헌재가 응징하라
헌법재판관 지명, 후안무치 위험천만한 월권
선거관리내각 본분 잊고 정치중립의무 위반
헌재 자신의 위상과 체통이 걸린 중대한 문제
어제(15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8일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지명권 행사가 권한대행의 대행범위를 넘는 위헌적 월권행위인지, 나아가서 제대로 구성된 헌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전체 평의를 진행했다. 9인 재판관의 평의는 오늘도 이어질 예정이다.
헌재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18일 이전까지, 그러니까 오늘내일 중으로, 지명효력정지 가처분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 중대한 헌법해석현안이 발생할 때 헌재가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아주 바람직하다.
나는 헌재가 아무 어려움 없이 지명효력정지가처분을 인용할 것으로 낙관한다.
권한대행의 대행권한 무제한설을 취할 경우,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도 지명할 수 있다는 뜻이라, 헌재가 도저히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데다, 헌재구성권을 국민직선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 총리에게 인정할 경우, 헌재의 권위와 민주적 정당성이 크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이 불과 50일도 안 남은 오는 6월 4일부터 직무를 개시하고, 아무 논란 없이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헌재가 달리 고려할 여지를 없애는 현실조건으로 판단된다.

나는 대통령의 권한을 일상적이고 행정적인 성격을 갖는 법적 권한과 비상하고 정치적인 성격을 갖는 법적 권한으로 나누고, 전자는 권한대행이 대행 가능하지만 후자는 진짜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한다.
비상계엄 선포권, 특별사면 실시권, 긴급재정명령 발동권, 법률안 거부권, 헌법기관 인사권 등이 대통령의 정치권한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헌법학계에서는 현상유지 성격의 소극적 권한만 권한대행이 대행 가능하고, 현상변경을 초래하는 적극적 권한은 대행하지 못한다는 해석이 확립돼 있다.
위의 분류법에 따른다면, 일상적이고 행정적인 법적 권한이 현상유지 성격의 소극적 법적 권한이라면, 비상하고 정치적인 법적 권한은 현상변경 성격의 적극적 법적 권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8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느닷없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을 전격 지명함으로써, 권한대행이 대행가능한 대통령권한이 어떤 것이고 어떤 대통령권한이 대행에 친하지 않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지 본격적으로 논쟁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사법적 상황이 펼쳐졌다.
당장은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가 위헌인지 여부가 논란의 중심이지만, 이번 기회에 권한대행에 의한 거부권행사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문제제기와 검토, 헌재판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탄핵정국에서 한덕수, 최상목 권한대행은 무려 16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은 비상하고 정치적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서, 권한대행의 월권과 위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파면선고 이후의 한덕수 권한대행은 조기대선 관리 목적의 60일 임시권한대행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행가능 대통령권한이 위기관리와 현상유지에 필요한 소극적인 행정권한으로 한정된다고 해석해야 헌법이론과 헌법정책에 부합한다.
반면 탄탄한 민주적 정당성과 적절한 정치권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짜대통령도 행사하기 어려운 대통령의 비상한 정치권한들은 권한대행이 대행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맞다.
헌법이론상 대통령의 정치권한은 국민직선에서 비롯되는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권력이 없이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당연히 권한대행의 권한이 될 수는 없다. 헌법정책상으로도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권력이 취약한 대통령은 권한행사를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하물며 정치기반과 정치권력이 없는 권한대행 총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현행헌법이 대행가능 대통령권한에 아무런 제약과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권한대행의 대행범위가 무제한적이라고 해석할 경우, 누구도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권한대행은 독자적 판단으로 비상계엄도 선포하고, 특별사면도 실시하며, 대법원장이나 헌재재판소장도 지명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데, 이런 해석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대통령의 탄핵, 사임, 사망 등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때, 대선관리를 위해서 최장 2달 이내로 인정되는 권한대행에게, 그와 같이 비상하고 정치적인 성격의 대통령권한마저 대행을 인정하자는 헌법해석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
불과 2달 안에 새 대통령이 선출돼서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권한대행 총리가 대선관리업무와 무관한 헌법기관 인사권을 행사하며 진짜대통령 행세를 해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통령의 권한 중에서도 비상계엄 선포권, 국민투표 회부권, 개헌 발의권, 법률안 거부권, 특별사면 실시권, 긴급재정명령 발동권, 헌법기관 인사권 등은, 적절한 시점에 행사할 경우 정치지형과 판도를 흔들고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성격과 효과를 강하게 가질 뿐 아니라, 현상유지 기능과는 거리가 먼 법적 권한들이다.
대통령에게 보장되는 법적 권한이긴 해도, 일단 행사가 예고되거나 실행되면 치열한 정치공방과 투쟁이 뒤따르게 마련이라, 정치기반과 정치권력이 강하지 못한 대통령은 쉽게 동원할 수 없다는 특징도 무시하지 못한다.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갖고 고도의 정치력이 뒷받침해야만 행사될 수 있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들은, 대통령의 일상적이고 현상유지적인 행정권한과 구별되는, 비상하고 현상변경적인 정치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정치권한은 일상적으로 행사되는 권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비상한 권한이고, 국민직선을 통해 대통령이 획득한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권력에 뿌리를 둔 권한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며, 대통령만이 예외적으로 누린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정치권한은 대부분 사실상 법적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비상‘대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등 헌법기관 인사권에는 국회의 동의권이나 인사청문회 실시권이라는 견제장치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통상적인 여대야소 국회에서는 견제기능을 사실상 못하고,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즉시 확정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비상대권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대통령 궐위에 따른 대선관리목적의 2개월 임시권한대행에게 대통령권한의 무제한 대행을 인정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독자적인 정치기반과 정치권력, 정치책임을 결여한 대선관리용 권한대행 총리가 진짜대통령처럼 행세하는 '국민사기극'을 허용하자는, 반헌법적인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비상한 정치권한들은, 진짜대통령도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권력이 흔들릴 때 빼들면 자칫 정치적 몰락을 재촉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권한들이다.
어떤 헌정시스템도, 대통령파면으로 들어서는 조기대선 관리목적의 권한대행에게, 감당가능한 일상적인 행정권한 대행을 넘어 감당할 수 없는 비상한 정치권한 대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이나 긴급재정명령, 헌법기관인사 등 대통령의 정치권한 행사가 아무리 국가적으로 긴박하고 시급하다고 판단돼도 권한대행은 속수무책으로 눈감고 있으라는 말이냐라는 마지막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반론은 상상 속의 기우에서 비롯된다.
권한대행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여소야대 국회와 협의해서 미리 동의나 승인을 받아 진행하면 문제가 있을 리 없다. 권한대행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전횡이 문제이지, 권한대행이 국회와 협의를 거쳐 합의된 바에 따른다면, 예를 들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하거나 특별사면을 실시하거나 헌법재판관을 지명해도,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다만 대행기간이 워낙 짧아서 여소야대 국회의 설득이나 동의획득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4일 탄핵선고시점부터 대통령이 헌정무대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여당도 없고 야당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대선관리내각을 이끄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더 이상 국힘당의 눈치를 보거나 국힘당과 호흡을 같이해서는 안 된다. 한 대행은 또한 민주당이건 국힘당이건 어느 한편에 유리한 정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수성향이 확실한 헌법재판관 2인 전격 지명은, 향후 3, 4년 이상 철저하게 국힘당에 유리한 다목적 노림수이다. 선거관리내각의 본분을 잊고, 권한대행이 정치중립의무 위반에 앞장선 꼴이다. 헌재가 힘껏 응징하지 않을 수 없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재의 입장에서 보면 역적이자 악당이다.
국회가 적법하게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여야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헌재는 권한대행의 임명거부가 위헌월권행위라는 8대0 전원일치 결정을 내놨다.
국회 몫이나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임명권은 형식적 권한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하거나 보류할 수 없다는 당연한 법리를 확인한 것이었다.
그 후에도 한 대행은 의도적으로 헌재결정을 뭉개며,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헌재의 윤석열 탄핵선고시점까지 임명 거부를 계속하다, 지난 8일에야 임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인을 전격 지명하며, 차기대통령의 헌재구성권을 침해했다.
이제 헌재의 시간이다.
한 대행의 후안무치하고 위험천만한 이중도발과 월권행위를 명확한 헌법해석으로 박살을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헌재 스스로의 위상과 체통이 걸린 중대한 문제가 아닌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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