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대선 뒤로, 선거개입 대법원장 책임져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이 후보 사건의 파기환송을 선고함으로써, 법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사법 신뢰를 땅에 떨어뜨린 조희대 대법원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는 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인 6월18일 오전 10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제라도 합리적 결정을 내린 것은 다행이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지난 2일 사건을 배당받자마자 공판기일을 잡고, 소환장 전달을 우편 대신 집행관에게 맡기는 등,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이례적 절차 진행을 시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대법원과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했다. 대법관들의 상고심 재판기록 열람 과정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에 이틀 만에 100만명이 참여했다. 민심의 강한 역풍에 재판부도 더 이상 무리수를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주권자들이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지킨 것이다.
이번 사태로 대법원은 물론 사법부 전체가 입은 타격은 실로 심대하다.
헌정의 근간인 민주적 권력 창출 과정에 대법원이 개입하고, 심지어 유력 후보에 대한 주권자의 선택권마저 빼앗으려 했다는 데서,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징치가 없고서는, 앞으로 대법원이 최고법원으로서 권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법원 전체도 국민의 불신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사법부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하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실명 비판이 나오겠나.
조 대법원장은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마땅하다. 부화뇌동했던 대법관들도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밝힌 재판 연기 사유는, 다른 사건 재판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도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를 재판에 참석하도록 하는 건, 선거운동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116조에 배치된다. 이 후보 관련 재판 연기는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 2025. 5. 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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