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음악 관련

아침이슬 (양희은)

道雨 2007. 6. 13. 13:54

 

 

           아 침 이 슬

                            ---  김민기 작사,작곡   - 양희은 노래

 

♪ 가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 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 해설

 

  1970년 <아침이슬>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김민기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대중음악 작곡가 정도로 비쳐졌다. 김민기 스스로 여러 공식석상에서 <아침이슬은 사회적, 혹은 정치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곡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1970년대는 김민기의 <아침이슬>로 시작됐다'는 말에 큰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곧 <아침이슬>이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단순한 대중가요로만 불려지지는 않았음을 뜻한다.

 19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되면서 정국은 바짝 긴장되었다. 대학가는 데모로 하루가 시작되고 데모로 하루가 저물었다. 이러한 시국 속에서 한대수, 양병집, 김민기 등이 만든 의식있는 노래들은 패배감에 사로잡힌 지식인들의 고뇌를 암묵적으로 대변한 저항가요로 불려지게 됐다.

 운동을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험난한 미래에 대한 고뇌의 결단을 할 때 <아침이슬>을 불렀다. 데모대의 힘은 바로 <아침이슬>의 우렁찬 울림에서 솟아났다. 아무리 작가가 '시대 상황과는 무관한' 소재라고 밝혔다지만 <아침이슬>의 결의에 가득찬 철학적 가사('긴 밤을 지새고 마침내 떠오르는 태양', '시련을 이겨 내고 서러움 없는 세상을 향해 떠나는 젊은 의지'등) 는 그 시대를 정신 차리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뭉클하게 어필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노래가사적이면서도 한 편의 시와 같은 자기 완결성을 지닌다.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시야는 점점 넓어지고 앞으로 향하게 된다. 발 밑의 아침이슬에서 묘지와 태양을 거쳐 넓은 광야로 , 내적 세계에서 외적 세계로, 번민과 설움에서 광야로의 나아감으로 발전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고통의 빛이 드리워 있지만, 절망적이거나 답답하지 않고 낙관적이다. 번민에 싸인 가슴으로 아침동산에 올라 아침태양 아래 더 넓은 광야를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은, 마치 40일 단식을 끝낸 예수의 모습처럼 자못 선지자적이다. 첫 부분의 '다'의 감상을 배제한 어투로부터, 중반 이후 '~일지라', '~노라'의 선지자적 어투로의 변화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 합천청량사 3층석탑과 석등

 

* 합천 청량사 3층석탑과 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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