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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 자식으로 전격 입양 영광(?)

道雨 2007. 8. 2. 09:27

 

 

      '둘리', 고길동 자식으로 전격 입양 영광(?)


‘국민 만화주인공’ 아기공룡 둘리(1983~1993년 월간 보물섬 연재)가 주민등록증에 이어 호적(戶籍)등본까지 만들어지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오는 9월부터 도봉구청과 쌍문동 1·3동 사무소 등에서 둘리의 가계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호적등본을 시민들에게 발급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둘리의 호적등본은 본인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호적 등·초본이 되는 셈이다.

발급창구는 캐릭터 모형 등으로 앙증맞게 꾸미고, 예쁜 컬러 종이에 신청인의 이름도 함께 인쇄할 계획이다. 꼬마 신청인들이 많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료 발급도 검토 중이다.



▲ 도봉구가 만든‘아기공룡 둘리’의 호적등본. 둘리의 왼쪽 대각선 위로 엄마 공룡의 모습이 보이고, 본관은‘도봉(道峰)’이라고 돼있다. /도봉구 제공
도봉구 쌍문동은 둘리가 1억 년 전 빙하에 갇혀 떠내려왔다 구출돼 살게 된 고길동의 집이 있던 만화 배경지. 둘리의 주민등록증은 만화·애니메이션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만화 연재 20주년이던 지난 2003년에 나왔었다.

‘본적: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 2번지의 2’

‘호주: 고길동’

‘본관: 도봉(道峰)’

‘출생신고: 2007년 1월 31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염원으로 진행’


일반 서식과 똑같은 둘리 호적등본의 주요 내용이다. 둘리라는 이름에 둘(2)이 두 번 겹쳤다는 데서 착안해 고길동 집 주소는 ‘쌍문동 2번지의 2’이고, 전(前) 거주지는 ‘1억 만 년 전 공룡나라’다. 호적에는 만화와 다른 내용도 있다. 둘리와 타조 ‘또치’, 외계인 ‘도우너’ 등 고길동의 구박을 받던 삼총사들이 알고 보니 그에게 입양된 엄연한 ‘자식’으로 되어 있다. 호적등본에는 셋 다 피입양자로 명시돼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들의 탄원에 못이겨 떠밀리듯 (입양이) 진행됐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있다. 원작자 김수정 인덕대 교수는 “만화에서 고길동과 삼총사의 관계는 ‘동거인’이었지만, 호적을 만들려면 반드시 입양을 해야 한다며 구청에서 양해를 구해 흔쾌히 찬성했다”며 “아마 고길동은 거품을 물고 반대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호적상으로 보면 입양자식 도우너와 둘리는 41세인 고길동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도우너의 나이는 ‘깐따삐야기(期) 58913905년 11월에 태어난 지구나이 1986세’이고, 둘리는 ‘신체 나이는 8세지만 1억만 년 전에 출생’이라고 돼 있다.

이 기상천외한 호적등본은 ‘도봉구청장 방침 4827호’에 따라 만들어지는 엄연한 공식 문서다. 도봉구는 쌍문동 우이천변 주변을 ‘둘리 테마 존’으로 꾸미기로 하고, 만화 속 생가(生家) 모습의 기념관과 테마 공원 등을 조성하기로 했고, 올해 서울시로부터 관련 예산 14억원을 배정받았다. 87년과 88년에 TV애니메이션으로, 96년에는 극장용 장편으로 나왔던 ‘아기공룡 둘리’는 내년 하반기부터 52부작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최선길 구청장은 “둘리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는 만큼, 쌍문동을 도봉산 기슭에 조성 중인 도봉 생태공원 등과 연계해 멋진 만화 테마 관광지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