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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기차역] 부산 기장역

道雨 2008. 3. 24. 16:06

 

 

 

[풍경이 있는 기차역] 부산 기장역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 잘 가꾼 정원같은 역

 


역 앞에는 연보랏빛 수국이 살포시 피어 있다.
동해 남부선에 위치한 부산 기장역은 아파트 숲 사이에 둘러싸인 아담한 역이다. 역이라기 보다 꼭 정성들여 잘 가꾼 정원같다.
기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칠 때는 기장역이 이렇게 아름다운 역인지 몰랐다. 플랫폼에 내려서는 순간 왜 이제서야 이 역에 왔나 하는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기장역은 이용객도 많고 정차하는 기차도 상당하다. 하루 55회 정도 기차가 정차하고 500명의 승객이 기장역을 이용한다고.

기자가 기장역에 도착했을 때는 김상열 과장과 정재훈 역무원, 오태자 열차 운용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진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노랑코스모스가 만발한 기장역, 역 앞에 핀 수국, 기장역에 근무하는 김상열 과장, 오태자 열차 운용원, 정재훈 역무원(왼쪽부터).
김 과장은 고향도 기장이고 벌써 세 번째 기장역에서 근무 중인 이곳 토박이다.
그는 기장역이 1932년 문을 열었고 1952년 한국전쟁 때 공비습격으로 역 건물을 새로 지었다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아울러 그는 서울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가 매일 6회씩 출발한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많이 이용해 줄 것도 당부한다.

기장역은 지금 역의 역사를 담은 '기장역사(驛史)'를 전자 책자로 만드는 일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은 정 역무원이 전담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역사(驛史)를 새로 만드는 거죠. 오래된 사진이나 역에 대한 정보도 첨부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차 시절 승객들 모습, 여고생들이 역구내 돌줍기 운동에 참여한 사진 등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사진을 보고 신기해하자 김 과장은 1960년대 기차 통학 시절 이야기를 해준다. "새벽에 어머니가 갈분가루를 먹여 빳빳하게 다려준 교복이 기차만 타면 시커멓게 변했죠. 연기에 그은 객차 벽에 교복을 문지른 탓이죠." 김 과장의 추억 이야기에 정 역무원도 함께 웃는다.
플랫폼으로 나오니 바람에 출렁이는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화단에는 직원들이 가꾼 탐스러운 가지 고추 토란 등이 가득하다. 기자가 역 곳곳을 사진에 담고 있을 때에도 오 열차 운용원은 세심하게 역 화단을 가꾸고 있었다.

 
김 과장은 "역을 찾는 승객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정말 기장역을 찾은 사람들은 화분이며 화단 구경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역 앞에는 기장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바다가 근처라 싱싱한 해산물이 천지다. 한 노점 아주머니는 기장 건멸치 맛 좀 보라며 인심좋게 한 줌을 쥐어준다. 짭쪼름하면서도 고소한 멸치를 씹으며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오로지 역만을 구경하기 위해 들러도 아깝지 않을 곳, 기장역이다. 역 인근의 장안사나 용궁사를 들러 볼 수도 있다.(051)721-7788

취재협조=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