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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과거와의 화해 그리고 성장

道雨 2008. 10. 18. 16:20

  과거와의 화해 그리고 성장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

 

  '즐거운 나의 집'은 18세 소녀 위녕이 16년 동안 같이 살던 아빠 집을 나와서 이혼한 엄마집으로 옮겨와 동생들과 함께 살았던 여섯 계절 동안이 '즐거운 나의 집'의 공간이자 배경이 되었다.

성이 다른 세 아이인 위녕과 둥빈, 제제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집은, 위녕의 표현을 빌리자면 '엄마네 식구들은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며 음식을 먹다 남기면 '네가 더 귀하니 그럼 그만 먹어라'이런다. 이에 반해서 아빠네 식구들은 시간을 잘 지키고 다가올 날을 위해 저축을 하고 음식을 남기면 혼이 난다.' 이런 두 집의 차이를 위녕은 '헌법이 전혀 다른 국경을 넘는 일과도 같았다'라고 표현한다.

  두 집의 대표격인 위녕의 아빠와 엄마는 결혼을 했고 이어서 이혼을 했다. 그리고 위녕은 아빠와 살다가 열여덟이 된 이제는 엄마와 살 것이라고 아빠에게 선언하고 짐을 싸 가지고 엄마 집으로 온 것이다.

위녕은 학교에서도 유명 작가인 엄마 때문에 부러움도 받지만 대한민국의 이혼녀의 대표 엄마라는 꼬리표로 인해 마음은 날아오는 상처들과 대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는 이혼을 세 번이나 했다는 사실이 세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까봐 그것을 힘들어했다.

  집에서 매를 맞고 다음날은 페미니즘을 강연해야 했던 갈등의 시간들. 두 번 이혼하는 일보다 자살하는 쪽이 나을것 같다고도 생각했다는 엄마. 둥빈이를 생각하면서 삶과 이혼을 선택했던 엄마......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위녕은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기에 이른다. "엄마는 엄마 자동차 열쇠를 호주머니 속에 넣고 있었어. 엄마는 가끔씩 엄마를 버리고 시동을 꺼버리긴 했지만 열쇠를 간직하고 있었으니깐 엄마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행복을 향해 떠날 수 있잖아. 엄마가 내게 가르쳐준 건 그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엄마는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엄마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위녕이 엄마와 지내는 동안 고삼이라는 수험생의 시간이 있었고 둥빈이 아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또 고양이 코코가 죽고 외할아버지는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삶과 죽음이 위녕네 가족을 스쳐가면서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누구는 상처가 치유되기도 했다. 집없는 고양이 코코가 죽었을 때 엄마는 "코코는 이미 병들어 있었는데 뒷 골목에서 쓸쓸하게 죽어가지 않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다가 죽기 위해 온 거라고... 그래서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이렇게 슬퍼하는 위녕을 위로한다. 외할아버지는 암진단을 받고 수술 받을 날을 에약했음에도 위녕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 엄마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수술받는 날 외국 출장을 가야하는 엄마에게 "너는 너의 길을 가야해. 아빠는 너로 인해 슬픔도 많이 겪었지만 참 기쁜 일도 많았고 자랑스러운 일도 많았단다. 나는 이미 오래 살았고 참 재미있게 살았다!" 외할아버지는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긍정하는 말씀을 하셨다. "내 딸이 세 번이나 이혼한 여자가 되는 거 정말 싫다. 하지만 네가 불행한 건 더 싫어."라면서 엄마를 감싸안아주던 할아버지.

  위녕은 삶과 죽음을 직면하는 어른들을 지겨보는 동안 자신의 내면 속에서 아직 어린 아이인채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그 작업의 하나로 아빠를 찾아가서 자신의 옛 상처를 헤쳐 보이는 것이다. 그 상처의 본질이 결국은 새 엄마와 갈등 상황에서 아빠가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분노와 상처의 실체가 이렇게 작고 유치하다는 것을 깨닫는 동안 새 엄마에 대해서도 같은 여자로서, 또는 결점 많은 동등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 이어진다.

  계절이 바뀌고 위녕은 지방대학을 지원해서 집을 떠난다. 엄마와 동생들과 살았던 여섯 계절은 위녕이

천지간에 오갈데가 없는 듯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이 녹여지고 데워지는 시간들이었다. 언제라도 쉬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마음 속에 한 채 지어놓고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것이다. 외로울 때 위로 해줄 가족이 있는 집. 비바람 칠 때 돌아와 쉬면서 재충전 할 수 있는 집. 위녕은 혼자 있어도 혼자이지 않고 같이 있어도 혼자 일 수 있는 어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이 되게 하기 위해서 엄마는 자주 자주 눈물을 흘렸고 고통의 시간을 기도로 메웠었다. 고통 속에서 은총을 깨닫고 고통이 스승이라는 거듭되는 생각의 전환 가운데 찾아낸 보석 같은 느낌, 그것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글쓴이 공지영은 작가의 말에서 '즐거운 나의 집'은 자신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예사롭지 않은 가족구성원들이 예사로운 가족일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촉매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행복'이 행복이기 위해서는 고통의 영역을 통과해야 하고 '만족'이 만족이기 위해서는 불만족의 지대를 거쳐와야 한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이기 위해서 또는 즐거움이 즐거움이기 위해서 견뎌야 했던 불의 시간들......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기 위해서 용광로 같은 뜨겁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견디고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위녕은 '즐거운 나의 집'을 즐겁게 노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출처 : 해운대 부실이
글쓴이 : 부실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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