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음료 속의 괴물, 합성보존료

道雨 2008. 11. 12. 20:44

 

 

 

      음료 속의 괴물, 합성보존료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경고, 어떤 음료는 당신의 건강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지난 5월27일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무슨 얘기일까.

음료 하면 당분과 향료 문제일 텐데. 그러나 그 기사가 지목하고 있는 것은 다소 생소한 첨가물이었다. 다름 아닌 안식향산나트륨.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기사가 문제 삼는 것은 안식향산나트륨의 세포 내 행태였다.

‘세포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손상시킨다는 것. DNA가 손상되면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세포가 자기복제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 결과를 발표한 영국의 셰필드대학 연구팀도 DNA 손상이 각종 신경성 질환이나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세계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보도한 이 연구 결과는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식향산나트륨은 어떤 물질인가.

소르빈산칼륨과 쌍벽을 이루는 식품 보존료다.

보존료란 말 그대로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해 식품 보존성을 좋게 해주는 물질.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설로서 그 기전을 설명한다.

하나는 미생물의 DNA를 공격해 사멸시키거나 번식을 억제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산소 접근을 차단해 미생물의 생명활동을 막는다는 것이다.

후자의 이론은 산화방지제 기능을 설명할 때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런 고약한 짓을 하는 보존료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다. 그 물질과 접촉해 있는 세포는 쉽게 말해 전기고문보다 더 심한 고통을 당하게 될 터다.

최악의 상황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화하는 것.

행여 그런 해로운 물질이 음식에 혼입될세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의는커녕 오히려 그런 물질들을 첨가하고 있지 않은가.

 

보존료의 발상지는 원래 미국이다. 식품시장이 격변기를 맞는 19세기 후반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운송 인프라의 발달로 먼 거리의 시장에서 식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식품업자들은 제품의 변질 방지에 혈안이 된다. 그들은 포르말린과 같은 유독성 물질이 탁월한 방부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첨가물 전문가인 미국의 벤 파인골드 박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한다.

 

“실제로 포르말린을 식품에 넣었어요. 사체의 부패를 막는 데 쓰는 물질이었죠.

또 세제의 원료인 보락스도 사용하곤 했습니다.

물론 문제가 많았지요. 치명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일들이 식품업자들의 용감한 행동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선 보존료의 유해성보다 변질된 식품으로 인한 식중독의 위험성이 더 심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변해 있다.

‘식품 안전’을 보는 시각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프로가 만든 간장에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법. 가장 좋은 방법이 기술로 보존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일이 쉽지 않으면 비용을 들이는 방법이 있다. 새로운 포장법의 개발, 콜드체인의 확충 등이 또 다른 방안이다.

 

안식향산나트륨이나 소르빈산칼륨 외에도 프로피온산ㆍ에리소르빈산 등의 염류들, 아질산나트륨, 이디티에이이나트륨, 데히드로초산, 부틸히드록시아니솔 등이 경계대상 보존료다. 작은 관심이 내 몸의 DNA를 지킨다.

 

 

 * 윗 글은 '한겨레 21'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안식향산나트륨(벤조산나트륨)은 비타민C와 결합해서 벤젠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벤젠은 공업용(용매제)으로 많이 쓰이는데,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서 백혈병 등의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