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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하악하악'

道雨 2009. 1. 15. 19:43

 

 

 

    '이외수의 생존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하악하악'

 

 

                      

 

 

 

 

 

 

'하악하악'이라는 제목 부터 색다르다.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헷갈리는 단어, 숨가쁘게 달려와 힘들게 숨을 쉬는 듯한 모습과 소리가 겹쳐져 연상된다.

생활 속에서 문뜩문뜩 떠오른 단상들을 그때그때 메모해둔 듯한, 짧은 글 들이 크게는 다섯 장으로 나누고, 하나마다 번호를 부여하여 260번까지 나열되어 있다.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따위의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들을 그대로 실어서 현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표지에는 '정태련이 그리고 이외수가 쓰다'고 적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민물고기 세밀화 그림을 그려준 정태련 화가를 앞에 둔 것이, 아마도 그에게 우정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이 책에는 60여 마리의 토종 민물고기 그림(세밀화)이 들어가 있는데, 어릴 적 개울에서 보던 것들도 있어 친근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우리 하천에 이렇게 민물고기 종류가 많았던가 하고 놀라기도 한다.

그런데 하필 그 많은 물고기 그림 중에 어째서 유일하게 생명이 없는 목어를 표지 그림으로 선택했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글 번호인 260번의 글 내용이 이러할 진대...

 

            "아, 생명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하악하악."

 

 

 

              

 

 

 

책 내용 중에 많은 것들이 나로서도 공감을 느끼거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5. 

세상을 살다 보면 이따금 견해와 주장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틀린 사람’으로 단정해 버리는 정신적 미숙아들이 있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틀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자기는 언제나 ‘옳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이다.

 

10. 꽃들의 제안

꽃병을 없애주세요.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가 예쁘다고 머리를 절단해서 실내를 장식하지는 않잖아요.

 

69. 사랑의 절대법칙

사랑한다는 말 뒤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영원히’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94.

베토벤이 힙합곡을 만들지 않고 죽었다는 이유로 베토벤을 쓸모없는 작곡가라고 생각하는 부류들도 있습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257.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 성숙해지며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육은 후덜덜, 죽어라 하고 ‘알았다’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한다. 즐!

 

 

 

 

*** 내가 잘 아는 어느 한의사분이 이외수씨의 작품 애독자인데, 그동안 나에게 여러 차례 그의 작품에 대해 얘기해 주었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내가 이외수씨의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내가 근래에 읽었던 문학 작품 중에서, 이처럼 친근감을 주면서, 노란 형광펜으로 밑줄을 여러 군데 그어 놓게 한 것은 흔치 않다.  

글들이 짤막짤막해서 한두 시간이면 다 볼 수가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든다.

드문드문 웃음을 띠게 해주는 유모어들도 유쾌한 마음을 더해준다.

그냥 한 마디로 말하면 '긍정적인 유쾌함 속에서, 참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