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어느 신랑 신부에게서 받은 감사의 편지

道雨 2009. 4. 14. 11:44

 

 

 

                   어느 신랑 신부에게서 받은 감사의 편지

 

 

오늘 아침, 지난 3월에 결혼을 한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부조해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였다.

 

나와 축구를 함께 해온 동료한의사인데, 그의 결혼식이 대구에서 하기도 했거니와, 결혼식 당일에 창원에서 축구친선경기가 잡혀있어서 결혼식 참석은 못하고 부조금만 보낸 터였다.

 

경조사를 마치고 난 후에 보내는 의례적인 감사의 편지는 종종 받아왔던지라 별 생각없이 뜯어보았는데, 편지의 디자인과 내용이 색다르게 되어있어서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역시 젊은이들이라 뭔가 다르다는 느낌과 함께, 이런 사람들 덕분에 사회가 변하고 발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큰아들 공진이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 혼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고있던 차에, 오늘 받은 이런 편지는 굉장히 신선하고 유쾌한 느낌을 주었다. 

 

지난번 인터넷에서 본 '주례없는 결혼식', '착한 결혼식'의 기사가 나의 관심을 끌었었는데, 이 편지도 관심사항 중의 하나로 충분하기에 여기에 소개해 본다.

 

 

 

* 방** 원장이 보내온 감사의 편지 

 

 

 

편지는 세부분으로 구획을 나누었다.

왼편에는 신랑신부의 사진을 넣었고, 가운데에는 만해 한용운의 '인연'이라는 시를 실었으며, 오른편에는 신랑 신부가 함께 감사의 인사말을 적었다.

 

사진으로 인해 친근한 느낌과 함께 시각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며, 결혼이나 사랑과 관련된 의미 있는 시를 실음으로써 찬찬히 시를 음미해보는 시간도 갖게 되고, 마지막으로 신랑신부가 함께 쓴 감사의 인사말이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비록 결혼식 현장에서 축복해주지는 못했을 망정, 다시 한번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며, 그들이 실은 '인연'의 싯귀대로 사랑을 키워가기를 축원해본다.

 

 

                  "방원장 !  결혼 축하하네. 아름답게 살게나."

 

 

 

 

 

 

***  사진이 희미하여 글씨를 읽기가 어려우므로, 아래에 만해 한용운의 '인연'을 옮겨 적어본다.

 

 

 

                              인  연


                                                                              -  한 용 운  -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 만큼 좋아해주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하지 말고

                        애처롭기만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 집사람에게 위의 편지를 보여주었더니, 공진이에게 전해주겠다고 챙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