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귀향, 그리고 한옥 집짓기
30여 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중령으로 전역한 친구가 고향인 함양군 마천면으로 귀향하였다.
군생활의 마지막을 우리가 살고있는 부산에서 하면서, 가족 동반해서 동기들과 자주 어울리곤 했는데, 멀리 지리산 자락으로 귀향한다고 하니 내심 서운한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그 가족(부인)은 짧은 동안이나마 우리 집사람과 함께 주부독서회 활동을 했었고, 포항지역 답사도 함께 갔었으며, 부부동반해서 나이롱뽕도 하고, 영화도 함께 보기도 했었다. 그 때 세 가족이 함께 본 영화가 '워낭소리'였다.
한두달 전에 상량의 소식을 듣긴 했는데, 며칠 전에 집을 다 지었다고 소식을 전하며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민박도 겸할 수 있도록 했다며, 휴가철 민박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놀러 오라는 것이었다.
이 친구의 이름은 심학성이다. 전역하기 전 직업보도교육으로 목수 일을 선택해서 한옥 짓는 것을 배운다고 하였다. 여기저기 한옥 짓는 곳에 따라다니며 배운다고 하더니, 드디어 자기가 귀향해서 살 집을 손수 지은 것이었다.
부산을 떠난 동기생과 그 가족을 오랫만에 본다는 반가움과, 손수 지은 집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 하면서, 설레임을 안고 다섯 가족이 토요일 저녁 때 승용차 두 대로 출발하였다.
황령터널 요금소에서 오후 5시에 만나 함께 출발하여, 생초 나들목에서 나와 목적지인 지리산 자락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 도착하니 오후 7시 반이 약간 넘은 시각, 그래도 해가 길어서 어둡기 전에 도착하였다.
마중나온 친구의 배려로 안전하게 주차시키고, 드디어 친구가 손수 지은 집을 구경할 차례...
자, 아래의 사진들을 감상하시라...
* 정면에 보이는 기와집과 오른쪽의 너와지붕을 한 황토벽집이 심학성동기생이 지은 것이다. 기와집은 가족이 쓰고, 너와지붕 황토집은 민박 손님들에게 빌려주는 방이다.
* 요즘 보기 힘든 너와지붕을 올린 황토흙벽집. 너와로 지붕을 올린 것이 특색있으며, 벽은 황토로 직접 벽돌을 찍어 만들었다.
방이 두 개이며, 각각 샤워실(화장실)이 딸려있다. 본채인 기와건물과 너와지붕 황토건물 모두 난방은 전통식 아궁이에 나무로 불때는 방식이며, 샤워실에서 온수를 쓰기 위해 보일러를 설치해서 사용한다.
* 아주 작고 소박하게 걸린 '풍경소리' 간판
풍경소리는 이 집의 상호이기도 하며, 주인인 심학성 동기생의 별칭(호?)이기도 하고, 이 집의 안주인인 신남숙씨가 네이버에 만든 카페의 명칭이기도 하다.
자, 어서 카페를 방문해보세요...
* 본채 건물.
정면 5칸에 측면 2칸으로총 10칸으로 된 팔작지붕의 집이다. 이 건물의 주기둥으로 사용된 나무는 유명한 담양의 메타세콰이아로서 나무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세웠다.
* 민박 투숙객을 위한 건물인데, 흙벽돌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그런데 틈새라도 좀 더 발라야 되지 않을까요?
* 본채 건물의 옆부분. 팔작지붕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한다.
* 기와로 멋을 낸 공간.
* 자연미가 철철 넘치는 나무기둥. 담양에서 가져온 메타세콰이아 나무라고 한다.
담양의 유명한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을 확장하려고 나무를 몇 그루 베어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중지되었다고 한다.
* 마당에 있는 돌구이판과 통나무 의자.
저녁 때 이 돌판에 구워먹은 흑돼지고기 삼겹살은 쫄깃쫄깃한 것이 말 그대로 일품이었다.
* 장작을 잘라 쌓아놓았는데, 단면들이 모여 멋진 기하무늬를 이루고있다.
* 본채의 난방용 아궁이. 육중한 철문을 달아놓았는데, 이것도 직접 만든 것이라고...
* 아궁이 철문짝에 달린 공기조절기... 아이디어가 참 멋지다~
* 방 안에 기둥으로 사용한 나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 통대나무로 만든 시렁과 옷걸이.
* 민박용 방 안에 붙어있는 시.
왼쪽에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오른쪽에는 안주인 신남숙씨의 자작시인 '지리산 그대'가 붙어있다.
이 '지리산 그대'는 해운대도서관 주부독서회의 잡지(햇살마당)에 실렸던 시네요...
그리고 글씨는 바깥주인인 동기생 심학성(풍경소리)이가 썼다.
자작시도 멋지고, 글씨도 심학성이 인상과는 달리 참 잘 쓰네~
아, 참, 심학성이가 섹스폰도 배웠다고 했는데, 요즘 통 연습을 하지 못해서리 연주는 다음 기회에......
**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우리 집에도 붙어 있고, 제 아들 공진이가 결혼할 때 <아들, 며느리에게 당부하는 말>로 제가 이 싯귀를 인용하기도 했지라우...
* 흙벽돌 찍는 틀. 심학성이가 직접 이 틀로 흙벽돌을 찍어내고 말려가면서 이 건물들을 만들었으니 참 대단하지라우...
* 집 마당에서 내려다본 계곡의 풍경.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지리산 칠선계곡의 물이라우...
마당 앞이 바로 계곡물이라 여름에는 계곡에 내려가서 놀면 좋을 듯...
* 동기생들을 위해 차려준 아침 밥상. 이 곳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이라우...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들은 모두 심학성 동기생의 미니덤프트럭을 타고 학성이네 산밭에 가서 머위, 취나물, 돌미나리 등을 뜯어왔답니다.
* 민박집 '풍경소리' 명함입니다... 3414 보이지요?
** 민박집 '풍경소리'는 지리산 칠선계곡의 등반로 초입에 있는 마을(의평마을)에 있는 당산나무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칠선계곡은 지리산 여러 계곡 중에서도 가장 깊고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어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집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벽송사'와 '서암정사'가 있습니다.
벽송사는 나무 장승으로 유명한 곳이고, 서암정사는 석굴의 암벽에 새긴 조각상들이 유명한 곳이니 잠시 짬을 내어 들러본다면 좋을 것입니다.
특히 이 마을과 벽송사는 판소리인 <변강쇠가>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변강쇠와 옹녀에 관해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 설화와 판소리의 배경이 바로 이 마을과 벽송사 장승입니다.
자, 얼릉 이 마을, 그리고 이 집 '풍경소리'에 오셔서 <변강쇠와 옹녀>의 氣를 받아보세용~
** 판소리 <변강쇠가>의 줄거리
벽송사 부근에 사는 변강쇠와 옹녀는 성력(性力)을 타고났으나, "어려서 못 배운 글 지금 공부할 수 없고, 손재주가 없으니 장인질 할 수 없고, 밑천 한푼 없으니 장사질 할 수 있나, 밤낮으로 하는 것이 그 짓뿐"인 비참한 가난뱅이였다.
그러던 변강쇠는 "그 중에 할 일이 없으니 오늘부터 지게 지고 나무나 하여 옵소" 하고는 나무를 하러 갔다가, 힘이 들어 낮잠이나 자면서 보낸 끝에, 궁여지책으로 애 안쓰고 나무하는 방법, 곧 길가에 세워져 있는 장승을 뽑아다가 태연히 땔감으로 써 버리고 만다.
이에 팔도 장승들이 통문을 돌리는 등 수단껏 모여 회의 끝에 변강쇠를 혼내준다는 내용이다.
부당한 대접과 억압을 받는 민중들을 장승에 비유하고, 변강쇠를 기층 질서로 풍자해, 민중의 염원을 조명해낸 민중문학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 한편, 심학성 동기생은 귀향 2년도 안되어 이 마을(의탄리, 의평마을) 이장직을 꿰차는(?) 등, 아주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동화된 것으로 보였으며, 성공적인 귀향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지리산 댐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은 댐 건설이 확정되지 않고 논란 중에 있다고 하는데, 만일 댐이 건설된다면 이 일대가 약 50m 깊이의 물에 잠기게 된다고 하여 주민 모두가 적극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의 오랜 삶의 터전과 이 아름다운 경관과 환경이 물에 잠긴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어 우리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마음으로라도 이들을 성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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