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폭력 격려한 대통령, ‘돌격대 거부’ 의원들은 혼낼 텐가

道雨 2010. 12. 17. 13:22

 

 

 

     폭력 격려한 대통령, ‘돌격대 거부’ 의원들은 혼낼 텐가
한겨레

 

 

중진과 소장을 망라한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 곧 ‘날치기’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임무와 입법기관으로서 의당 해야 할 구실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의 뜻도 밝혔다.

청와대의 ‘돌격대’ 구실은 이제 하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지난 8일 예산안 등의 날치기 처리가 잘못이었음을 여당 의원들이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반성한 셈이다.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말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으로서도 더는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심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번에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과 법안들은 예결위나 상임위에서 최소한의 심의 절차조차 마치지 못했다.

내용에서도 서민·복지 예산은 사정없이 칼질된 반면, 대통령 형님 등 실세 몫은 크게 늘었다.

국민 눈에는 집권세력의 분탕질로 비칠 수밖에 없다. 회기 안 예산안 처리 따위 날치기의 억지 명분은 통하기 힘든 상황이다.

야당 의원들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대놓고 주먹질까지 했으니, 폭력 국회의 책임도 온전히 여당 몫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인책론을 두려워해 며칠씩 공식 회의조차 열지 못한 것이나, 의원들 사이에서 다음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도 이런 국민적 혐오를 깨달은 탓이겠다.

 

 

이쯤 되면 여당은 지금까지의 강압적 국정운영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여당 안에서 당이 청와대의 지시만 따르는 거수기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라면 일방통행식 당청관계가 더 통하기도 어렵다.

그러자면 이명박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그는 날치기 직후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에게 격려전화를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날치기 사태 당시 야당 의원을 주먹으로 때려 폭력 국회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그런 이를 격려했으니 국회 폭력을 두둔한 꼴이다. 대통령이 예산안 날치기를 직접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피하기 어렵다.

 

지금도 청와대는 뭐가 잘못이냐는 투다.

국민의 눈길은 물론 내부걱정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더 큰 화를 부르게 된다.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