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복지 포퓰리즘?

道雨 2011. 1. 10. 11:55

 

 

 

                 복지 포퓰리즘?
»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특별연설에서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서울시 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예산 집행을 거부하고 시의회와 싸우고 있다.

비슷한 말을 하는 총리, 장관, 도지사, 당대표, 학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걱정대로 한국의 복지가 과잉인가?

전혀 아니다.

한국의 복지지출 수준은 국내총생산 대비 10%에 못 미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선진국의 1인당 소득 1만달러 때의 복지지출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또 하나 반대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만 도와주는 선별적 복지를 하자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도 부자들은 빼고 가난한 사람들만 하지 왜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가.

보편적 복지에는 그만한 장점이 있는 것이다.

 

 

자식 한 명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비용이 2억6000만원이라는 최근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한국에서 돈 없는 사람은 애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 자연히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 기피, 출산 기피가 만연하다.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하위권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학적 이유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경제성장은 멈출 지경이다.

답은 명백하다.

복지를 확충해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나락을 피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보수집단은 일편단심 반복지다. 다만 과거에는 복지 주장을 빨갱이로 몰더니 이제는 포퓰리즘으로 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어보자.

복지가 망국적인가, 4대강 사업이 망국적인가?

‘디자인 서울’과 ‘한강 르네상스’(외래어 남용이 지나치다)에는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면서 무상급식 예산 700억원은 못 쓰겠다는 건 무슨 억지인가.

복지냐 4대강이냐, 복지냐 한강 르네상스냐 하는 것은 철학의 문제다. 오세훈 시장이 그토록 반대하는 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 예산의 0.3%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한국의 소득수준이 아직 무상급식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는데, 무상급식은 소득이 높아서 하는 게 아니다.

북유럽은 소득이 1만달러도 안 되던 1960년대 초부터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집단은 복지지출 때문에 각국이 재정위기를 맞았다고 우기는데, 재정위기를 겪은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은 유럽에서 최저 복지국가다.

스웨덴의 보수당은 진보보다 복지를 더 잘하겠다고 공약해서 집권했는데 한나라당은 자나 깨나 반복지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의 2배로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은 선진국 중 복지 후진국이요 토건국가가 아닌가.

재정위기를 가져오는 건 복지보다는 토건이다.

 

1791년 정조는 “위에서 손해 보고 밑에서 이득을 보게 하라.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갈파했다.

당시 소득재분배, 복지국가의 사고방식을 가진 왕이 이 지구상에 또 있었을까?

 

200년이나 흐른 지금, 토건에 매진하면서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 국민은 살기가 더 어렵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