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명분 따지는 최시중 ‘명분없는 연임’

道雨 2011. 3. 9. 12:59

 

 

 

       명분 따지는 최시중 ‘명분없는 연임’
» 강상현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윤곽이 드러났다.

 

제1기 최시중 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됐고, 야당 추천 2명도 확정됐다. 청와대와 여당 몫 나머지 2명도 이미 내정되었다고 한다. 여야의 차기 방통위원 추천을 보면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최 위원장의 연임이다.

청와대와 여당 쪽에서는 1기 위원장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평가하는 외부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정부·여당 쪽에서 ‘성공적’이라는 것은 방통위원장으로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방송 장악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건 맞다.

 

최 위원장의 3대 업적은 <한국방송>(KBS) 사장 바꾸기와 <문화방송>(MBC) 장악과 조중동 방송 만들기였다.

 

그는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대변인, 전현직 한국방송 이사진들과의 비밀회동을 주재하여 한국방송 사장을 갈아치웠다. 결과적으로는 한국방송 이전 사장을 몰아낸 것이 불법으로 판명됐다.

문화방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사장을 갈아치우는 데도 일조했다. 나중에 그 이사장의 입으로 문화방송 사장이 청와대에서 ‘조인트’ 까이고 좌파 ‘청소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바로 그 사장들이 아직도 두 방송사를 틀어쥐고 앉아서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인들과 프로그램들을 계속 제거하고 있다. 정말 방송 장악에는 ‘성공적’인 구실을 한 셈이다.

 

최 위원장의 더 큰 ‘공로’는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선, 중앙, 동아의 (종편) 방송 진출을 모두 허용했다는 것이다. 아예 매경과 연합뉴스에까지 방송 사업을 무더기로 허가했다.

산업적으로는 망하든 말든 정치적으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모두가 친여 보수 일색의 매체들이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지금의 정부 여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송 구조를 새롭게 만드는 데서도 일등공신 노릇을 한 셈이다. 앞으로 이들 방송들을 돌보아주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최 위원장의 연임은 더없이 필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더없이 불행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1기 위원장을 하면서 결국 그가 한 일은 정권에 유리하게 방송을 장악한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하여 만든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통제위원회’로 만들어버렸다. 통신 쪽에서는 특별한 업적을 찾기 어렵다. 그의 재임 기간에 오히려 국내 정보통신(IT)산업은 크게 후퇴했다.

오로지 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하는 데만 몰입한 3년이었다. 그가 앞으로 3년을 더 한다고 한다.

그는 방송전문가도 아니고 통신전문가도 아니다. 과거 신문사와 여론조사 경력은 있다. 방송통제를 통해 여론조사 아닌 여론조작을 할까 두렵다. 아니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그래서 그를 더욱 경계하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정명’(正名)이란 말을 좋아한다. 특히 방송사 사람들을 내쫓을 때 그런 말을 쓰곤 했다. 바른 명분과 바른 자리를 강조하는 말이다.

 

논어에는 그렇지 않으면(名不正) 서로 소통이 안 되고(言不順) … 결국은 백성이 불안하게 된다고 했다.

 

이제 ‘정명’이 필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 위원장이다. 더군다나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들의 ‘소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거기에 맞는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결국 국민과 나라를 불안하게 만들게 된다는 얘기다.

정명(正名)하라!

 

이는 야당인 민주당 위원 추천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이다.

정부·여당의 독주를 제대로 견제, 비판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로 재추천하는 것이 야당의 정명이다.

 

< 강상현 :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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