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익공유제 논란

道雨 2011. 3. 14. 15:33

 

 

 

                이익공유제 논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 논란이 뜨겁다.

뜨겁기는 한데 실은 찬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익공유제는 급진 좌파적 주장’이라고 공격했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도대체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 못했다. …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과연 이익공유제는 경제학에 없는 좌파적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이익공유제는 엄연히 경제학 책에 나오는 개념이다. 이 제도는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자본가나 경영자가 몽땅 가져가지 않고, 그 일부를 노동자와 나누는 것을 말한다. 사회주의와는 상관이 없고 순수히 자본주의적 제도다.

 

이 제도의 효시는 미국이다.

제퍼슨 대통령 밑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앨버트 갤러틴이 경영하던 펜실베이니아 유리 회사에서 1795년 사상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익공유제는 좌파, 사회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자본주의를 더 건강하게 발전시키려는 취지에서 많은 나라에서 시행돼 왔다.

그 효과는 긍정적이다.

기업가와 노동자의 태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생산성도 높인다. 생산성과 기업 성과를 개선한다는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1991년 최병렬 노동부 장관이 적극 추진했던 총액임금제도 실은 이익공유제와 비슷하다.

 

 

물론 이번에 제안된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과 나눈다는 점에서 원래의 이익공유제와는 다르다.

그런데 노동자와의 이익공유가 장점이 있듯이 협력업체와의 이익공유도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협력업체와의 이익공유제도 여러 나라에서 시행중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협력업체와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애플사는 협력업체와 3:7로 이익을 나누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등 여러 회사에서 이와 유사한 성과공유제를 실천하고 있다.

 

이 제도가 사회주의적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데, 실은 사회주의와는 반대다.

실제로 구소련에서 어떤 회사가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올린 경우에 계획당국은 그다음 해 생산 할당량을 높임으로써 기술혁신 인센티브를 말살했고, 그것이 사회주의 몰락의 한 원인이 됐다.

현재 한국의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 그것과 비슷하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해봤자 바로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받기 때문에 기술혁신의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가 이익공유제가 될 수 있겠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사고방식이다.

조금만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좌파’, ‘사회주의’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이 거의 버릇처럼 돼버렸다.

다 알다시피 중소기업은 강제적 납품단가 인하, 다른 대기업과의 계약 방해, 신기술 탈취 등 대기업의 횡포 아래 신음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익공유제가 정답은 아닐지 모르나 적어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어떤 경우에도 상투적 이념 공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경북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