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 1월24일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려다 취소하고 한달 뒤 누리집에만 슬그머니 자료를 올려놓은 바 있다. 하도급 실태 조사 결과, 이 정부 들어 하도급법 위반 실태 등이 늘어난 것으로 나오자 이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불투명한 행정은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제 박선숙 민주당 의원과의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하도급 실태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은 게 청와대와의 협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반대로 발표가 무산됐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연례적인 하도급 실태 조사 결과 발표를 청와대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간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하도급 실태가 공론화하지 않을 경우 자칫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행위가 더 기승을 부릴 우려마저 있다.
청와대가 왜 조사결과 발표를 반대했는지 그 까닭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하도급 실태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들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환경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나왔으니 일단은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공정위가 뒤늦게 누리집에 슬그머니 올려놓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정부 들어 하도급법 위반 혐의 업체 비율은 계속 올라가고, 하도급 대금을 현금 등으로 지급하는 비율은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런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책을 세우는 게 정도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지난해 7~8월께 공개했어야 할 이런 자료를 계속 감추고 있다가 청와대 반대로 공식 발표도 않고 넘어갔다.
공정위가 본연의 임무인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이렇게 권력의 눈치나 봐서는 안 된다.
공정위가 제구실을 못하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도 알맹이 없는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식 자료라도 정권에 불리한 것이면 일단 감추고 보자는 못된 습성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정권에 불리한 자료는 발표도 못하게 하는 청와대
2011. 3. 9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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