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1인시위

道雨 2011. 4. 4. 17:01

 

 

 

                         1인시위 

» 정재권 논설위원

 

 

‘나 홀로 시위’로 불리는 1인시위가 첫선을 보인 것은 2000년 12월이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변칙상속 의혹을 제기하며 국세청에 공정 과세를 촉구중이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외면하자 국세청 앞 시위를 계획했다.

 

문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었다.

국세청이 입주한 건물에 온두라스대사관이 있는데, 집시법에 ‘외국 외교기관 주변 100m 이내에선 시위를 할 수 없다’(11조)고 돼 있었다.

이런 제약 아래서 나온 대안이 1인시위다.

참여연대는 집시법이 시위 주체를 ‘여러 사람’(2조)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국세청 앞에서 한 사람이 시위를 벌였다. 혼자인 탓에 경찰에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1인시위는 여러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하거나, 돌아가면서 하는 ‘릴레이 1인시위’ 등으로 진화하며 집회가 어려운 장소에서의 시위 방식으로 뿌리내렸다.

 

 

하지만 1인시위에 대한 간섭과 통제 역시 집요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상욱씨는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로 연행돼 집시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동료 노동자 3명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고발 철회를 요구하며 릴레이 1인시위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이씨와 동료들은 서로 20~30m가량 떨어져서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여러 차례 비슷한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를 두고 경찰은 뒤늦게 “공모한 다수의 집회인데 신고를 안 했다”며 수사했다.

이씨는 1인시위를 한 몇달 동안 경찰로부터 ‘불법’이라는 통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나 삼성 같은 대기업 앞에서의 대규모 집회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건 누구나 아는데, 이런 릴레이 1인시위까지 옥죄면 평화적인 의사표현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 정재권, 한겨레  논설위원 jj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