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리즈 테일러는 되고 김미화는 안돼?

道雨 2011. 4. 6. 11:19

 

 

 

       리즈 테일러는 되고 김미화는 안돼?

»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얼마 전 ‘세기의 미인’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하늘나라로 갔다.

숱한 화제를 뿌린 그녀이지만 ‘에이즈 퇴치 운동’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브 몽탕이 멋지게 기억되는 것은 ‘세시봉’(C’est Si Bon)을 비롯한 감미로운 샹송을 부르고 훌륭한 연기를 통해 우리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예술 활동에 그치지 않고 반전운동, 인권운동, 핵반대운동에도 참여하면서 인류의 삶을 좀더 개선하려고 온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배우 제인 폰다는 널리 알려진 반전 평화 운동가이며 많은 세계적 스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한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전쟁과 침략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가 늘고 있다.

기부 천사라고 불리는 연예인들도 있다. 금연이나 마약 퇴치, 에이즈 예방, 헌혈 등을 위한 홍보에도 기꺼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활동들은 높이 평가받고 존중받을 만한 선행이다.

 

이와는 다른 방식의 사회 참여도 있고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 자신이 믿는 가치와 신념에 따라 사회적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참여이다.

문화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인 연예인들은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회적 발언이나 참여를 껄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다. 많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연예인들을 얕잡아 보는 분위기도 이러한 발언을 망설이게 만든다.

 

권력에 아부하고 주변에 기생하는 연예인들은 많지만 권력을 비판하며 사회적 감시자 구실을 하는 연예인은 드물다. 권력의 검열과 압제가 곳곳에서 번득이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모순과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믿는다. 괜히 끼어들었다간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고 자칫하면 연예 활동에 큰 지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게다. 권력의 눈 밖에 나면 방송 출연의 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부조리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방송인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으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그러한 정황이 감지된다.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미화씨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으면 진행자를 교체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개편할 수도 있다. 어떤 교체 핑계를 갖다 붙이든 그것이 방송인들의 사회적 발언을 봉쇄하거나 비판적 방송인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방송에 대한 유린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하는 권한은 정권의 심부름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권한은 방송사에 있는 구성원들만의 것도 아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건강한 문화와 오락을 제공하도록 국민들이 방송사에 맡긴 것이다.

방송인은 그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참여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가 국민들이 위탁한 방송권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느냐에 따라 출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교체한다면 국민들의 방송주권에 대한 도전이고 약탈이다. 그러한 풍문만으로도 방송인들이 몸을 사리게 만들고 자기 검열하도록 한다.

 

모든 방송인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권리는 어떠한 이유로도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을 앞세워 방송인들에게 맡겨진 국민들의 방송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는 반드시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정연우 :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김미화씨까지 내쫓으려는가
한겨레2011. 4. 9 사설

 

 

문화
방송(MBC)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김미화씨를 교체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2년 전에 이은 두번째 시도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아무개 라디오 편성기획부장이 최근 라디오 시사프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 김미화씨를 만나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길 권유했다고 공개했다.

이아무개 라디오본부장은 “사적인 대화일 뿐”이라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부인했다지만, 김 부장이 편성 실무 피디에게 밝힌 진행자 교체 대상 명단에 이 프로가 포함돼 있었다는 노조 주장 등에 비춰보면 교체를 추진중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김씨 교체는 단순히 프로그램 개편 차원으로만 볼 수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 현장의 피디들이 성명까지 내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수년간 청취율과 광고판매율에서도 높은 순위를 유지한 프로를 그렇게 집요하게 손보려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친정부 성향의 일부 극우·보수언론들은 오래전부터 김씨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의 대화’ 행사에 사회를 본 사실 등을 거론하며 퇴출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한국방송(KBS)의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둘러싸고 김씨와 한국방송이 논란을 벌였던 점을 되돌아보면 김씨의 거취 문제가 지닌 정치성이 잘 드러난다.

 

김씨 교체는 <W>와 <뉴스 후> 폐지, <피디수첩> 제작진 교체 등 시사프로를 약화시키고 있는 일련의 흐름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한국방송의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폐지 등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인 김제동씨를 내쫓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고 반성까지 했던 현 정권이 이번에 다시 김미화씨를 내쫓으려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내부 구성원은 물론 국민들까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무리한 짓을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김씨 교체 시도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청취율 높고 광고 줄서는데…김미화 퇴출 가시화
MBC 라디오 시사프로 진행자 교체 움직임
회사쪽 “김미화 신뢰도 의문…아웃될 확률 높아”
평피디협·노조는 “임원진이 정권에 알아서 기어”
» 청취율 높고 광고 줄서는데…김미화 퇴출 가시화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에서 프로그램 편성 및 기획 실무를 총괄하는 김아무개 부장은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미화씨는 아웃될 확률이 높다”며 “이제 막 본격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했으니 조만간 (나가라고) 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용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은 “개편 내용은 영업비밀”이라며 교체 여부에 대한 답변을 피한 채 김씨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오는 금요일(15일) 밤 개편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봄철 정기개편 회의인 만큼 라디오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화씨를 교체하려는 사유에 대해 김 부장은 지난해 빚어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방과 이에 따른 김씨의 처신을 꼽았다.

그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주장해 <한국방송>(KBS)으로부터 고소당한 김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방송 관계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까지 내놓는 등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다”며 “그동안 김씨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사람이라도 (녹취록 사건을) 좋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교체론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용 본부장 역시 12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했다. 이 본부장은 “(2월25일) 라디오본부장으로 온 뒤 가진 두차례의 부장단 편성회의 때 김미화씨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지난해 ‘블랙리스트 사건’이 한국방송의 고소 취하로 마무리됐는데, 정작 문화방송 라디오에서는 이 사건으로 김씨의 신뢰도에 금이 간 것 아닌지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 쪽의 김미화씨 교체 움직임에 대한 문화방송 라디오본부 평피디협의회와 노동조합의 판단은 다르다. 회사가 정치적 압력과 이에 따른 ‘눈치보기’ 차원의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김씨의 개인 문제를 들추고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본부의 한 피디는 “이미 대중에게는 다 잊혀진 지난해 사건을 빌미로 최고의 청취율과 광고판매율을 유지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겠다는 발상이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이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 및 진행자 교체를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온 청취율과 광고판매율까지 무시한 채 김씨 교체를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씨가 진행하는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청취율은 200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뒤 단 한번도 같은 시간대 다른 프로그램에 뒤처진 적이 없다는 것이 라디오 피디들의 설명이다.

문화방송이 의뢰한 한국리서치의 1월 ‘라디오 청취성향 조사’(프로그램 단위 조사)에서도 이 프로그램은 국내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지난해 연간 광고판매 실적을 보면 김미화씨 프로그램은 100%를 훌쩍 웃도는 판매율을 올렸다”며 “광고판매율 100%가 넘는 프로그램은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두세개뿐”이라고 말했다.

 

라디오본부 평피디협의회와 노조는 뛰어난 청취율과 광고판매율을 보이는데도 회사가 김씨 교체를 고집하는 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가운데 비교적 사회적 발언을 활발하게 해온 김씨를 두고 보수 진영에선 ‘친노 좌파’라는 수식어로 공격해왔다.

 

라디오본부의 고참급 피디는 “정권이 볼 때 김씨는 ‘미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며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임원진이 알아서 수그린 결과가 김씨 교체론”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씨 교체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외압이 아니라면 교체할 명분도 이유도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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