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 |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다소 충격적인 통계를 내놓았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지난해 59.2%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감소폭으로 보면 1974년 이후 36년 만에 최대폭이다. 또 2006년 이후 5년 내리 감소 추세에 있다.
이 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자들이 가져간 몫을 말하는 것인데, 최근 5년간 임금근로자가 142만명 늘어나고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 점을 고려하면 이 분배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고 연례행사처럼 자랑하지만 실상은 그 몫이 노동자들에게는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창출한 부가가치에서 자본(기업)이 챙기는 이익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 이익은 일부는 기업에 유보되고 일부는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분배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대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지분이 많은 만큼 이들이 많이 챙겨가게 돼 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것을 비롯해 우량 기업 대부분의 외국인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다. 또 유가증권 상장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40%를 넘는다.
노동소득분배율이 갈수록 감소하는 것은 현재 우리 경제의 ‘분배의 규칙’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홀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쥐어짜기로 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지 않으면, 나라의 부는 늘었으되 노동자의 부는 늘지 않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게임의 규칙에서는 이런 불공정한 관계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 사무직은 납품업체 쥐어짜기를 하는 게 그 자신에게는 ‘합리적’ 행동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과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정해진 게임의 규칙에 따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협력업체의 몫을 그만큼 줄게 하고,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다른 하나는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이 가져가는 몫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2009년 기준으로 임시직의 월평균 임금은 117만원으로 상용직(242만원)의 48.4%에 불과하고, 일용직 임금은 86만원으로 상용직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개방을 통한 수출시장 확대정책 등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에게는 매정하다. 예컨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창출한 현대차의 경우 사내하도급 해고자에 대해 법원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대기업의 공정거래 준수, 비정규직 처우 개선,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이 성장의 과실이 지나치게 자본한테 돌아가는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 에피소드에서 보듯이 대기업들의 ‘선의’에 기대서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확보될 수 없다.
시장에서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하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이 급락하고 하도급법 위반이 늘어나는 것에서 보듯이 현 정권에서 힘의 균형이 이뤄지기를 바라기는 힘들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교섭력을 강화하거나, 이것이 단기간에 힘들다면 어느 정치세력이 자신의 편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 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박현, 한겨레 금융팀장 hyun21@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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