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5·24 조처 1년, 공멸 아닌 공생의 길로 가야

道雨 2011. 5. 19. 13:55

 

 

 

    5·24 조처 1년, 공멸 아닌 공생의 길로 가야
한겨레 2011. 5. 19  사설

 

천안함 사건 뒤 남북간 교류와 교역을 사실상 전면 차단한 ‘5·24 조처’가 남북관계는 물론 기업들의 대북사업을 질식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당국자들은 엉뚱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다.

이 조처가 현금 유입이 차단돼 곤경에 빠진 북한을 유화적 자세로 나오게 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평가다.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북의 태도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급속히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더 큰 곤경에 빠진 쪽은 남쪽과 국내 대북사업 업체들이다.

길이 막힌 남쪽 기업들은 중국을 경유해 북으로 가는 우회투자를 감수해야 하는 불리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5·24 조처 뒤 남북간 일반교역액은 1억1766만달러로 54.1%나 줄었다. 위탁가공 분야는 3억1755만달러로 22.5% 줄었다가 지금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전업·폐업하는 대북사업체들이 속출하고 일시중단 업체가 102곳이나 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10건에 이르던 남쪽 기업의 북쪽 광산개발 투자는 중단됐고 그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2002년 약 5000만달러였던 북의 대중국 광물수출액은 지난해엔 그 17배인 8억6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오는 30일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나진항과 훈춘을 잇는 원정~나선특구 도로 기공식이 열린다고 한다.

두만강 교량 신·개축과 나선특별시 건설, 3만명의 중국인 입주를 위한 아파트 건설 등은 이미 진행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북의 급속한 대중국 의존과 함께 남북간 괴리를 심화시켜 통일 기반까지 허물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쪽 대기업들이 단둥과 훈춘 쪽 북-중 국경지대에 물류센터와 복합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중국 당국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속에서도 전면 폐쇄를 면한 개성공단만은 온갖 규제 강화에도 지난 1년간 생산액이 3억2332만달러로 26.1% 늘었으며, 교역규모는 14억4285만달러로 53.4%나 늘었다.

이는 남북 경협·교역이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보여준다.

 

공생의 길을 놔두고 왜 굳이 공멸의 길을 고집하는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