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다스 폭탄’ 터질 것 같은 예감

道雨 2011. 5. 20. 15:00

 

 

 

          ‘다스 폭탄’ 터질 것 같은 예감 

» 김이택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불거졌다.

 

㈜다스가 스위스 은행에 있던 김경준 전 비비케이투자자문 대표 소유의 140억원을 송금받은 사건에는 ‘민감한’ 부분이 있다.

다스가 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라는 점뿐 아니라, 돈을 받는 과정에 ‘권력’이 개입한 비정상적인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다스는 김씨를 상대로 낸 투자금반환소송에서 져 돈을 날리게 되자 김씨 쪽과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스위스 은행 계좌에 묶여 있던 김씨 소유의 140억원이 패소한 다스 쪽으로 넘어갔다.

 

김씨가 대표로 있던 옵셔널캐피털의 주주들은 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서 이겼는데, 돈은 엉뚱하게 김씨와의 소송에서 진 다스 쪽으로 보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은행의 돈을 건드리지 말라”는 미국 법원의 명령을 어떻게 어겼는지는 미국 연방검찰이 가릴 것이다.

 

 

의문은 김씨 남매가 이상하게도 소송에 진 다스에 돈을 넘긴 데서 시작된다.

협상 과정에서 뭔가 ‘당근’이 주어졌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김씨 남매가 미국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처벌의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140억원이란 거액을 다스에 넘기지 않을 수 없게 한 ‘당근’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선 짚이는 게 에리카 김을 검찰이 선처한 대목이다.

옵셔널벤처스 회사자금 319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동생이 중형을 살고 있다”는 등 매우 이례적인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보통 그 정도 횡령액이면 구속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재판은 받을 가능성이 많은 사안이다.

 

에리카 김 처지에서 보면, 특별한 보장이 없이는 굳이 귀국해서 검찰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엘에이(LA) 한인사회에서 재기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찰 설명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갑작스러운 귀국의 배경이 설명되지 않는다.

당시, 특별한 근거는 없지만 수감중인 김경준씨의 미국 송환설이 나돌았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다.

 

 

일련의 사건 처리 과정을 돌이켜보면 다스와 김씨 남매 쪽을 연결하는 정교한 시나리오의 흔적이 엿보인다.

이를 연출한 사람 또는 세력이 있다면 아마도 우리 검찰에까지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것으로 김씨 남매가 믿을 정도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공교롭게도 140억원이 송금되기 20일쯤 전인 지난 1월10일,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청계가 다스의 지분 5%를 취득했다. 대주주이던 대통령 처남 고 김재정씨의 지분을 부인이 기증하는 형식이다.

지분 이동으로 다스의 1대 주주가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로 바뀌고, 청계재단이 다스의 의사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지분 5%는 시가 100억원 규모.

아무리 남편의 매형이 대통령이라도 그런 거금을 기부했다면 뭔가 사연이 있을 텐데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대통령의 외아들 이시형씨는 지난해 8월 다스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청계의 임원진은 대학 동기 송정호 변호사, 큰사위 이상주 변호사, 청와대 출신 류우익·박미석 교수 등 모두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다. 다스에 이 대통령이 언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옛 기억을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던 중소기업 다스가 2000년 비비케이에 190억원이란 거금을 덜컥 투자했다.

그리고 다스와 비비케이를 처음 연결해준 게 김백준 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고, 이에 앞서 김 기획관을 다스에 소개한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이다.

이들은 과연 140억원 송금을 몰랐을까.

 

청와대는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

대통령 관련 회사가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국제적 사건에 휘말렸는데도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

 

폭풍 전의 고요함인가.

 

아무래도 ‘다스 폭탄’이 곧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김이택 : 한겨레 논설위원 >

 

 

 

 

 

 

 

     ‘다스 사건’ 배후 조종 세력은 누구인가
한겨레 2011. 5. 18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가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던 ㈜다스가 미국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앙법원의 결정을 어기고 김경준 전 비비케이(BBK)투자자문 대표 소유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140억원을 송금받은 혐의다.

다스 쪽은 스위스 검찰의 지시로 송금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상은 미국 검찰의 수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스의 1대 주주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이고, 대표는 이 대통령 측근인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며, 대통령 외아들 이시형씨는 지난해 8월 입사해 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단법인 청계의 지분(5%)까지 포함하면 다스는 사실상 이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다. 이런 회사가 시정잡배들이나 저지를 범죄 혐의로 외국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우선 나라 망신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진행된 과정을 되짚어보면,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갑자기 귀국했을 때 나돌던 정권과의 거래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스위스 은행에 빼돌린 돈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스와 옵셔널캐피털 주주들이 미국 법원에 각각 투자금 반환소송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김씨 남매와 다스 쪽이 물밑거래를 벌인 정황이 엿보인다.

 

140억원이 다스로 송금되고 24일 뒤 에리카 김은 귀국해서 “이명박 후보가 비비케이 실소유주라는 2007년 발언은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하고 기소유예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다스는 소송에서 지고 옵셔널은 이겼음에도 돈은 이미 다스로 넘어갔고, 지난달 11일 다스는 김씨를 상대로 한 소송 자체를 취하했다.

 

자기 돈을 찾기 위해 범죄자와 법에 어긋나는 협상을 했다면 파렴치한 짓이다. 이 과정에 권력이 개입했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더 큰 범죄행위다.

검찰은 31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하고도 매우 이례적으로 에리카 김을 기소유예했다. 검찰까지 좌우할 수 있는 배후의 권력을 믿지 않았다면 김씨 남매가 다스와의 이런 거래에 동의했을 리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총지휘한 배후가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외국 검찰의 수사로 대통령 관련 회사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그러기 전에 다스의 실력자 이 대통령이 스스로 국민 앞에 상세히 해명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