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비겁한 검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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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엊그제 불법사찰의 피해자 김종익 전 케이비한마음 대표를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회삿돈 8750만원을 개인용도로 썼다는 이유다.
김씨는 잘 알려졌듯이 블로그에 비비케이(BBK) 관련 동영상을 갈무리했다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두달간이나 불법사찰을 당했다. 김씨는 불법사찰 이후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개인적 피해를 입은데다,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올린 혐의로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김씨 회사 장부를 샅샅이 뒤지고, 김씨한테서 경조사비를 받은 사람들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등 그야말로 이 잡듯이 뒤진 끝에 이런 혐의를 찾아낸 모양이다. 혐의 내용을 보면, 애초부터 그를 옭아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갖고 집요하게 수사를 한 것이 분명하다. 횡령죄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우선 검찰의 형평성 잃은 처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수사, 즉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에서는 형편없는 부실수사에 봐주기 수사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늑장수사로 컴퓨터 기록 파괴 등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고, 대포폰 사용 사실까지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개입 혐의는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처럼 권력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면서도, 힘없는 민간인 한 사람을 잡는 데는 총력을 기울이는 검찰의 모습은 참으로 비겁하다.
이번 사건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김씨가 전 정권 실세들을 위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고발한 데서 시작됐다. 촛불시위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일련의 정치보복성 수사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셈이다.
사흘 뒤면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다.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에 앞잡이로 나서고도 검찰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미네르바 사건, 피디수첩 사건 등 정권의 입맛에 맞춘 사건들에 대해 이미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정의’는커녕 최소한의 형평성도 내팽개치는 검찰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가.
다음 대선 공약으로 가장 바라는 것 3가지를 꼽으라는 한 트위터 설문조사에서 검찰개혁이 1위로 뽑힌 적이 있다. 총선과 대선 과정에선 중수부 폐지 수준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기소편의주의와 독점주의, 수사권, 수사지휘권까지 틀어쥔 검찰 권한을 손보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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