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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0일까지 광화문 케이티 본사 앞에서의 반값 등록금 집회를 불허했다.
등록금 좀 낮춰달라는 요구에 폭력이 수반되는 것도, 다른 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 이제 반값 등록금 집회는 이 정부의 금기가 되었다. 세차례나 거부당했던 4·2 등록금 집회가 그랬고, 5·29 집회에선 73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후미진 곳에서 저희끼리 외치다 제풀에 지칠 모임만 겨우 허용한다는 게 이 정부 방침이다.
참으로 자의적인 판단이다. 법적으로 집회의 자유는 다른 이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도로 제한하게 한 것이 헌법 정신이다.
지금까지 등록금 집회가 타인의 기본권과 법익을 심각하게 침해한 경우가 있을까. 보행 및 교통에서 불편함을 줬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큼 성숙했다. 폭력행위 발생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폭력은 물리력으로 헌법적 권리를 제약하려는 경찰에 의해 저질러졌거나 촉발됐다. 등록금을 내려달라는 요구에 이른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적으로도 부당하다. 이 요구는 단지 등록금을 깎아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제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다. 대학 졸업장 없이는 사람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게 만든 기성세대에게 지원을 호소하는 것일 뿐이다. 제 국민의 이런 절박한 외침을 공권력으로 틀어막으려는 건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스스로 정통성을 부인하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의 이런 억압이 ‘결국 문제는 정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법 또는 재원 운운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결심의 영역일 뿐이다.
재정을 파탄 내고 국토를 골병들게 하는 4대강 사업이나, 기업이건 개인이건 부자를 더 부자 되게 만드는 정책만 포기하면,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좀더 투자하기로 한다면 재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선 경찰서장이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도 문제될 게 없다.
학생들은 불과 4~5년 뒤 이 나라를 책임질 세대다.
투자는커녕 할 말조차 못하게 해서야 이 나라가 온전하게 지탱되겠는가. |
(2011. 6. 8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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