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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어제 한국방송(KBS) 보도국 소속 민주당 출입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장아무개 기자가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의 한국방송 수신료 대책회의 내용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득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직 기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고 나섬으로써 ‘한국방송 도청 연루설’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한국방송은 “경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특정 정치집단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제기에 근거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의 이런 항의는 왠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경찰이 기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철저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경위를 소상히 밝혔어야 옳다. 그런데도 이런 노력은 없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는 따위의 발표로 의구심만 더욱 증폭시켜 놓았다. 압수수색에 대한 한국방송의 유감표명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방송은 도청 의혹 사건이 경찰 수사에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영구미제’로 끝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주당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당사자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함구하고, 한국방송이 “증거를 대보라”고 계속 우기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기대가 착각임을 알았으면 한다. 이런 사안을 어물쩍 넘길 만큼 우리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찰도 현직 언론인 집까지 압수수색한 만큼 조직의 명예를 걸고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방송사와 한나라당 눈치 보기로 수사를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
때마침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한 신문이 실종소녀 가족 휴대전화 해킹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은 끝에 결국 폐간 조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폐간된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 등을 주로 다루는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방송은 국민의 시청료까지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다. 도청 의혹과 한나라당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은 김인규 사장 사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 요량으로 한국방송 경영진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한겨레 2011. 7. 9 사설]
미디어 황제 머독의 굴욕 도청 파문에 … 그가 가장 사랑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버리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사진)이 거느리고 있는 168년 전통의 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가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해 얻은 정보를 기사화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을 포함해 축구 선수 웨인 루니, 영화배우 휴 그랜트 등 유명 인사들이 도청의 피해를 봤다. 범죄 및 테러 피해자와 가족, 해외 파병 전사자 가족 등에게도 광범위하게 도청이 시도됐음이 밝혀졌다. 영국의 미디어 그룹인 뉴스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39) 회장은 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이번 주(10일자)까지만 발행하고 폐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 미디어 그룹 뉴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인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다. 호주에서 태어난 루퍼트 머독은 호주와 미국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뉴스 인터내셔널은 더 타임스·선데이 타임스·더 선·뉴스 오브 더 월드 등 4개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이 신문의 기자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를 해킹으로 도청했다. 그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 사서함이 꽉 차 다울러 부모의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는 음성 메시지 일부를 삭제했다.
당시 경찰은 메시지가 삭제됐다는 것 때문에 이미 숨진 다울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기자의 도청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NoW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로이즈 은행 등 주요 광고주는 광고 게재 중단을 통보했다.
영국 보수 움직였던 머독, 이제 보수가 그의 목 겨누다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디어) 제국을 구하기 위해 신문을 도끼로 쳐냈다"고 표현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위성방송 'BSkyB'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 왔다. 현재 39%의 BSkyB 지분을 늘려 지배 주주가 되는 절차를 밟으며 영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승인을 해주려던 보수당 정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NoW는 일간 대중지 '더 선'과 더불어 각종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머독의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머독 소유의 신문들은 보수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 다. 보수당 승리가 예견됐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뉴스 인터내셔널 소속 신문들은 일제히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루퍼트 머독(80)
월트디즈니에 이은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포스트, 폭스방송, 20세기 폭스 등 780여 종의 언론 사업을 52개국에서 펼치고 있다. 1931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53년 옥스퍼드대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52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호주 애들레이드시의 조그만 신문 선데이메일과 더뉴스를 상속받아 스캔들·섹스·스포츠 등 선정적인 보도로 판매부수를 크게 늘렸다. 이를 발판으로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미국·아시아·남미 등으로 진출하며 세계 미디어 업계의 큰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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