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KBS는 압수수색에도 ‘도청 모르쇠’로 버틸 셈인가

道雨 2011. 7. 9. 15:26

 

 

 

 KBS는 압수수색에도 ‘도청 모르쇠’로 버틸 셈인가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어제 한국방송(KBS) 보도국 소속 민주당 출입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장아무개 기자가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열린 민주당의 한국방송 수신료 대책회의 내용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취득한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직 기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고 나섬으로써 ‘한국방송 도청 연루설’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한국방송은 “경찰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특정 정치집단과 일부 언론이 제기한 의혹제기에 근거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의 이런 항의는 왠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경찰이 기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철저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경위를 소상히 밝혔어야 옳다.

그런데도 이런 노력은 없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은 없었다”는 따위의 발표로 의구심만 더욱 증폭시켜 놓았다. 압수수색에 대한 한국방송의 유감표명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방송은 도청 의혹 사건이 경찰 수사에서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영구미제’로 끝나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주당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당사자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함구하고, 한국방송이 “증거를 대보라”고 계속 우기면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이런 기대가 착각임을 알았으면 한다. 이런 사안을 어물쩍 넘길 만큼 우리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찰도 현직 언론인 집까지 압수수색한 만큼 조직의 명예를 걸고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방송사와 한나라당 눈치 보기로 수사를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

 

때마침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한 신문이 실종소녀 가족 휴대전화 해킹 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은 끝에 결국 폐간 조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폐간된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 등을 주로 다루는 전형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방송은 국민의 시청료까지 받고 있는 공영방송이다.

도청 의혹과 한나라당과의 부적절한 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책임은 김인규 사장 사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 요량으로 한국방송 경영진이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한겨레  2011. 7. 9 사설]

 

 

 

 

                        미디어 황제 머독의 굴욕

도청 파문에 … 그가 가장 사랑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버리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80·사진)이 거느리고 있는 168년 전통의 영국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가 간판을 내리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불법 도청해 얻은 정보를 기사화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을 포함해 축구 선수 웨인 루니, 영화배우 휴 그랜트 등 유명 인사들이 도청의 피해를 봤다. 범죄 및 테러 피해자와 가족, 해외 파병 전사자 가족 등에게도 광범위하게 도청이 시도됐음이 밝혀졌다.

 영국의 미디어 그룹인 뉴스 인터내셔널의 제임스 머독(James Murdoch·39) 회장은 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이번 주(10일자)까지만 발행하고 폐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 미디어 그룹 뉴스 코퍼레이션의 회장인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다. 호주에서 태어난 루퍼트 머독은 호주와 미국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뉴스 인터내셔널은 더 타임스·선데이 타임스·더 선·뉴스 오브 더 월드 등 4개의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2002년에 납치·살해된 여중생 밀리 다울러(당시 13세)의 휴대전화가 NoW에 의해 도청됐음이 최근에 드러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이 신문의 기자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를 해킹으로 도청했다. 그는 다울러의 음성 메시지 사서함이 꽉 차 다울러 부모의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는 음성 메시지 일부를 삭제했다.

 

당시 경찰은 메시지가 삭제됐다는 것 때문에 이미 숨진 다울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수사에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기자의 도청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NoW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로이즈 은행 등 주요 광고주는 광고 게재 중단을 통보했다.

 NoW는 이 사건 외에도 상습적으로 도청을 시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NoW의 음성 메시지 도청 피해자가 최대 4000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보수 움직였던 머독, 이제 보수가 그의 목 겨누다
캐머런의 보수당, 위성방송 인수 승인 재검토


2005년 영국의 윌리엄 왕자는 무릎을 다쳤다. 왕실 관계자 등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만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왕자의 부상 소식은 '뉴스 오브 더 월드(NoW)'에 단독으로 보도됐다.

앞서 2002년에는 윌리엄의 동생인 해리 왕자의 음주 소동을 보도하기도 했다. 왕실은 전화 통화나 대화가 도청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NoW의 기자 두 명이 사설 탐정을 동원해 윌리엄 왕자의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를 도청한 것으로 밝혀져, 이들은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로 이 신문의 왕족·연예인·정치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각종 특종들이 도청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NoW의 음성 메시지 도청을 파헤쳤다. 최근 2년 동안 새로운 도청 사례를 잇따라 보도했다. 경찰은 올해 초부터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8일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비난 여론과 광고 보이콧이 다른 계열 언론사로 번지거나 새로운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폐간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디어) 제국을 구하기 위해 신문을 도끼로 쳐냈다"고 표현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위성방송 'BSkyB'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 왔다. 현재 39%의 BSkyB 지분을 늘려 지배 주주가 되는 절차를 밟으며 영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승인을 해주려던 보수당 정부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해 집권하자 NoW의 편집인이었던 앤디 쿨슨을 공보책임자로 발탁했다. 쿨슨은 8일 경찰에 체포됐다. 2003부터 4년 동안 편집 책임자로 일한 쿨슨은 기자들에게 도청을 강권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당 정부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1843년 창간된 NoW는 1969년 머독에 인수됐다. 호주 출신인 머독이 영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수 이후 이 신문은 한때 매주 6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왕족과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한 특종으로 머독은 순식간에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NoW는 일간 대중지 '더 선'과 더불어 각종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머독의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머독 소유의 신문들은 보수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 다. 보수당 승리가 예견됐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뉴스 인터내셔널 소속 신문들은 일제히 보수당 지지를 선언했다.

  영국 일요신문 중 최대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신문은 최근 매주 약 270만 부를 발행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 joonnyjoongang.co.kr >

◆루퍼트 머독(80)

 

월트디즈니에 이은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포스트, 폭스방송, 20세기 폭스 등 780여 종의 언론 사업을 52개국에서 펼치고 있다.

1931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53년 옥스퍼드대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52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호주 애들레이드시의 조그만 신문 선데이메일과 더뉴스를 상속받아 스캔들·섹스·스포츠 등 선정적인 보도로 판매부수를 크게 늘렸다. 이를 발판으로 호주를 시작으로 영국·미국·아시아·남미 등으로 진출하며 세계 미디어 업계의 큰손이 됐다.

▶이상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oonny2001/

 

 

 

 

 

              KBS와 역사적 기억

 

백선엽이 활약한 간도특설대의 만행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다

 

» 진중권 문화평론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전문에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역사적 기억이 명기되어 있는데도,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뜯어고치려는 극우파의 망발이 버젓이
공영방송을 탔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한국방송>(KBS)은 기어이 친일파를 미화하는 방송을 내보내고야 말았다.

 

백선엽은 간도특설대의 대원으로 활약을 했다. ‘간도특설대’란 만주 지역의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제의 특수부대로, 일제의 괴뢰정권 만주국의 참의원을 지낸 친일파 이범익이 ‘조선인은 조선인이 토벌해야 한다’는 심오한 철학(?) 아래 설립한 부대라고 한다.

 

연변 작가 류연산이 쓴 <일송정에는 선구자가 없다>라는 책에는 당시에 이 인간백정들이 동포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나물을 뜯는 이들을 잡아다 불태워 죽이고, 전사한 항일부대원의 내장을 꺼내 자기들 충혼비에 제사를 지내고, 포로로 잡힌 항일부대원을 일본도로 참수하여 잘린 머리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항일부대원을 숨겨준 마을 원로를 살해해 그의 머리를 삶은 후 두개골을 장식품으로 만드는 등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만행을 저지른 게 그들이었다.

 

굳이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따지기 전에, 이 인간 말종들은 그들이 저지른 만행의 질적 수준만으로도 나치처럼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인류의 심판을 받았어야 한다.

문제는 백선엽이 자신들이 저지른 이 만행에 대해 그 알량한 반성이나 사과조차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 부분이 아주 자랑스레 묘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는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들이 군기 잡힌 소수정예였다는 자랑이다.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주장이 다르다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친일과 항일은 한갓 정치적 견해 차이로, 즉 주의주장의 차이로 상대화된다.

 

그는 이어서 “이이제이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고 말하며, 그것을 이렇게 변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군기 잡힌 소수정예 부대로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고 자랑하던 목소리가 이 대목에서는 갑자기 겸손해진다.

 

황당한 것은 그다음이다.

“주의주장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로운 생활을 하도록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군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반민족적 친일행위와 반인륜적 만행은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는 평화주의적 임무가 된다. 간도특설대가 졸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둔갑한 셈이다.

이쯤 되면 지금 한국방송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한국방송의 이런 친일행각은 물론 김인규 사장과 관련이 있을 게다.

실은 그의 인생철학 자체가 대한민국이 계승한다는 이념, 즉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배신으로 보인다. 그분은 언론계에서 5공화국과 전두환을 찬양하는 리포트로 명성이 자자하시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은 빈말이라도 반성과 사과를 했지만, 이분이 사과나 반성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제 공영방송을 통해 자행되는 기억의 수정이 어느 뿌리에서 나왔는지 분명해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우파의 역사수정주의 망동에 맞서 헌법의 기억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