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방통심의위의 ‘청부 검열’ 지나치다

道雨 2011. 7. 9. 12:24

 

 

 

         방통심의위의 ‘청부 검열’ 지나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노동문제나 정부비판적 보도에 대해 사실상 ‘검열기구’ 노릇을 하는 행태가 노골화하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엊그제 유성기업 사태를 다룬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의 공정성을 심의한 뒤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방통심의위가 권고를 한 <문화방송>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5월25일 방송)와 <한국방송> ‘박경철의 경제포커스’(5월28일)는 모두 유성기업 파업사태를 다루며 제정임 세명대 교수한테서 파업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제 교수는 “1년 반 동안 이 회사의 아산공장 노조원 5명이 과로로 숨졌다”며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도 회사 쪽의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처지와 파업권에 대한 설명으로 특별한 왜곡이나 하자가 없다. 그런데도 심의위원 일부는 노조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공정성에 시비를 걸었다고 한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공정성을 멋대로 해석한 몰상식한 처사다.

우선 논평 프로그램의 내용에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그리고 어느 한쪽 얘기에 치중해 문제라는데, 파업사태에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 무슨 공정성 위반인가? 방통심의위 권고 조처는 법정 제재가 아닌 행정지도성 조처라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명백하게 ‘문제없음’ 판단을 내려야 했다.

 

공정성 잣대가 일방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기업이나 정부 입맛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보도가 나오면 곧바로 ‘민원’이 제기되고, 방통심의위는 기다렸다는 듯 이를 심의해 문제를 삼는 ‘청부 검열’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런 심의·징계체제에선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자율성과 사회적 비판 기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방통심의위는 프로그램 공정성을 심의하기에 앞서 자신의 공정성을 따져봐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은 심의위원 9명을 대통령과 여야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구성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사실상 여야 6 대 3인 정파적 구도 아래서 독립적으로 프로그램을 심의하기란 쉽지 않다.

 

방통심의위의 정파적 구도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민간 자율기구로 탈바꿈시키는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