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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길어지면서 걱정이 한둘이 아닙니다.
식재료 값의 급등은 둘째치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 스는 것도 걱정이고, 특히 햇된장에 골마지 끼고 구더기 생기는 것도 큰 걱정입니다. 이번주에도 비 오거나 흐리기를 반복한다고 하니, 올 처음 장을 담가본 아내는 하늘과 독만 번갈아 쳐다볼 뿐입니다. 집안을 지키는 건 아내지만, 그의 손맛을 지키는 건 장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장과 구더기라는 쿰쿰한 타령으로 박근혜 의원께 하소연하려는 것은 다름 아니라 구더기 같은 비리 재단의 복귀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장과도 같은 구실을 하는 게 교육입니다. 장이 집안의 3년 농사라면, 교육은 100년 농사입니다. 굳이 박 의원에게 하소연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바로 박 의원도 사학 운영자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미래 권력이 아니라 현실 권력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정몽준, 강석호, 장제원, 나경원 그리고 박 의원의 공통점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서 사학 재단 운영자이거나 그 가족입니다. 고흥길, 김호연, 여상규, 이은재, 정해걸, 김충환 의원 등은? 사학 재단 운영에 참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입니다.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김일윤, 이강두, 김정숙, 박재욱, 김일윤, 홍문종, 김문기. 한나라당과 그 전신 민정당 소속의 전직 의원으로 사학 운영자들입니다. 수치스런 이름이 여럿 보입니다.
이름을 열거한 이유를 눈치채셨을 겁니다. 해마다 세계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40등 안팎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꼴찌권입니다. 일등공신 둘을 꼽으라면, 단연 토건 비리와 교육, 특히 사학 비리일 겁니다.
사학에 관여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니, 한나라당이 사학 비리를 감싸거나 외면하는 것 아니냐,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어떤 조처에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포기할 수 없듯이 몇몇 비리 때문에 사학을 버려서도 안 된다고. 맞는 말입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문제는 바로 그 몇 마리 구더기입니다. 독 안의 구더기를 잡아내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미 잡아버린 것을 다시 장독에 집어넣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만, 대명천지에 이런 일을 국가기관(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경기도 화성에 한 학교재단이 있습니다. 설립자도 아닌 사람이 부인과 함께 재단 이사장, 학교장을 하면서 학교 재산 거덜내고, 규정 어기다가 해임됐습니다. 그때 법인 재산은 고작 1800만원뿐이었다고 합니다. 그 뒤 학부모, 선생님, 지자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가 되었는데, 사분위는 쫓겨난 사람에게 학교를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관선이사로 파견됐다가 꾀를 써 학교를 접수한 뒤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끝에 1년6개월 실형을 산 사람이 있습니다. 출옥한 뒤 그는 학교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탈법·불법을 저지르다가 다시 형사고발 당했습니다. 그런데 사분위는 그가 그런 짓을 하는 동안, 이제 강원도의 상징이 된 이 사학을 넘기기로 결정했습니다.
효심 깊다는 박 의원이 놀라자빠질 일도 있습니다. 교육부 감사 결과 113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해임된 이사장이 학교 운영권을 되찾으려 하자, 설립자인 그의 부모는 온몸으로 막았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설립자의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분위는 학교를 그에게 넘겼습니다.
이런 일도 하려고 합니다. 이사장은 교비 유용, 교원 임용 부정, 공사 부정입찰 등으로 해임됐습니다. 쫓겨나자 운영권을 되찾으려고, 제 영향권에 있는 다른 대학의 교비를 유용해 교육부나 정치권에 로비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여러 사람이 사법처리를 당했습니다. 이 학교가 그에게 넘어가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청부업자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
복잡한 학교 소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과 구더기, 사학과 비리 재단의 문제입니다. 오늘내일 몇몇 대학이 또 구더기 밥으로 던져지려나 봅니다.
무죄한 대학생, 학교 살리기에 기를 쓴 교직원과 지역사회까지 함께 던져지게 되겠죠.
현명한 판단과 조처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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