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제 ‘민간인 사찰’에 기무사까지 나서나

道雨 2011. 10. 24. 14:28

 

 

     이제 ‘민간인 사찰’에 기무사까지 나서나
 

 

 

국군기무사령부가 조선대 교수 해킹사건 발생 뒤인 지난달 초 사건 은폐·조작을 위해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애초 기무사는 요원들의 아이디를 도용당한 것일 뿐이라고 발뺌하다, 뒤늦게 “지역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마저 거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점에서 우발적이거나 단발성이 아니라 기무사가 그동안 조직적, 상습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벌여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우선 지난 8월29일과 9월1일 서울 송파에서 조선대 기광서 교수의 인명정보 파일을 해킹했고, 9월2일에는 광주의 한 피시방에서 기 교수의 논문 파일을 빼내갔다.

해킹 날짜와 장소 등을 고려하면 서울과 광주의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해킹을 벌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군 내부에서도 최소한 기무사 고위간부의 재가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09년 8월에도 기무사 요원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발성으로 보기 힘들다. 들킨 것만 두 건이니 몰래 진행한 사찰은 더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다.

 

당시 경기 평택역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파업 집회 참가자들을 캠코더로 찍던 기무사 소속 대위가 시민단체 회원과 민노당원들에게 적발됐다.

기무사는 그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장병에 대해 수사중”이었다고 둘러댔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오히려 불법사찰에 대해 민간인들에게 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려졌으나 정작 당사자인 신아무개 대위는 형사처벌은커녕 이후 소령으로 진급까지 했다.

기무사가 조직의 임무로서 상습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해온 게 아니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사건 수사를 사단 헌병대가 해오다 지난 19일께야 국방부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기무사 전신)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을 한 게 1990년이다. 21년 만에 다시 기무사가 상습적, 조직적으로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 민주주의 수준을 20년 전으로 후퇴시킬 뿐 아니라 군의 정치개입 악몽을 불러일으키는 위험한 짓이다.

국방부 스스로 기무사 사찰의 전모를 밝히고, 그렇게 사찰한 자료를 어디에 보고했는지도 낱낱이 파헤치기 바란다.

 

[한겨레  2011. 10. 24  사설 ]

 

 

 

 

   수뇌부 재가없인 사찰 불가능한데…기무사 ‘꼬리 자르기’
 

 

사찰은폐 대책회의 의혹
말단요원에 책임 떠넘겨…국방부 허위보고 의혹도
“아이디 도용→개인적으로→동기부탁” 옹색한 변명

 

 

» 민주당 신학용, 최재성 의원 등이 국군 기무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논란과 관련해 지난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기무사령부를 항의 방문해 민간인 사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국군기무사령부가 조선대 기광서(48) 교수의 전자우편 등을 해킹한 사실이 들통나자 이를 은폐·축소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무사 민간인 사찰의 실체에 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군 내부에선 여러 정황상 실제 대책회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 기무사, 끊임없는 말바꾸기

 

기무사가 의심을 사는 첫째 이유는 기 교수 해킹사건이 불거진 뒤 말바꾸기를 반복해왔다는 점이다. 기무사는 경찰 수사에서 광주·전남 기무부대 소속 김아무개(35) 군무원과 장아무개(35) 중사의 아이디(ID)가 해킹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자 ‘요원들의 아이디가 도용됐다’고 해명하더니, 이들이 해킹 사실을 자백한 뒤에는 ‘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군무원이 해킹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자 ‘(광주·전남 기무부대에 근무하는) 군무원 동기가 부탁해 이를 도와준 것’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 기무사 조선대 기광서 교수 사찰 일지

기무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현지 기무부대에 대한 감찰을 했다고 밝혔다. 기무사 주장대로 일선 요원들 차원에서 그런 사찰이 이뤄졌다면, 사령부의 감찰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파악되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기무사는 사건 발생 뒤 현재까지 시종일관 당사자들이 범행을 시인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변명성 해명’을 내놨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뇌부의 책임이나 역할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소극적인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 위계 강한 조직…단독 범행 불가능

 

군에서는 기무사가 구조적으로 말단 요원들이 독자적으로 이런 ‘사고’를 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무사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군 간부는 “기무사는 매우 위계적인 조직으로 철저히 수직적으로만 움직이고 수평적으로는 정보 교류는커녕 서로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금기시된다”며 “소속부대가 다른 군무원 동기에게 부탁해 뭘 하고 말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무사가 그렇게 헐렁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무 쪽 업무에 밝은 또다른 이도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첩보활동이 아닌 공작을 한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공작은 일선 요원은커녕 단위 부대 차원에서도 실행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최소한 사령부의 처장(대령)이나 부장(준장), 통상은 참모장(소장) 정도의 재가를 거쳐야 공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뇌부가 말단 부사관과 군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 장성 인사 타이밍만 넘기고 보자?

 

기무사의 이해하기 어려운 수세적 방어와 관련해 군 인사와 연관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파문이 커질 경우 11월 초로 예정된 군 장성 인사에서 기무사 수뇌부가 ‘물먹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군 관계자는 “2009년 쌍용차 파업사태 때 불거진 민간인 사찰 논란도 일단 부인하고 뭉개려고 하지 않았느냐”며 “서울시장 선거가 지나고 연초가 되면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어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에 은폐 의혹까지 불거지자 국방부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무사령관이 장관에게 ‘아이디를 도용당했다’고 보고해 김관진 장관이 엄정 수사 지시를 내렸고, 이 사실을 대변인이 지난달 23일 공식 발표한 것”이라며 “기무사는 국방부 직할이지만 청와대에 직보하고 직거래를 하는 곳으로 장관도 뭐라 (지시)하는 게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국군기무사령부

간첩 색출과 쿠데타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군내 정보부대이다. 특무대, 방첩대, 육군 보안사령부, 국군 보안사령부 등을 거쳐,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뒤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됐다. 사단급 이상 모든 부대에 기무부대가 설치돼 지휘관 동향 등을 파악하며, 여기에서 수집된 자료는 국방부와 청와대에 제출돼 인사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아무리 높은 지휘관이라도 기무사 눈치를 안 보는 이는 없다”는 말이 자연스레 돌 정도다.

 

 

 

     “기무사 수뇌부, 사찰 은폐 대책회의”
 

 

최재성 의원 주장…기무사 “대책회의 없었다”

 

 

지난달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조선대 기광서(48) 교수전자우편 등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난 뒤, 기무사령부에서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무사의 조직 특성상 민간인 사찰이나 은폐 과정에 기무사 수뇌부가 개입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기무사민간인사찰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최재성 의원)는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가 초기에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있다”며 “현재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사실이 확인되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군 내부에선 사건 초기부터 기무사령부에서 수뇌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차례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에 따라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으며, 윗선인 국방부에도 이를 숨긴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는 31사단 헌병대가 수사를 주도하고 국방부 조사본부 전문요원들이 현지에 내려가 지원 업무를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 혐의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기무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헌병이 내심 답답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이에 대해 “그런 대책회의를 한 적도 없고 은폐를 시도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조선대 교수 메일 해킹에 기무사 조직적 개입

 

 

 

 

군의 민간인 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기광서 교수 이메일 해킹 사건과 관련해 기무부대 소속 원사가 추가로 구속됐다.

이미 구속된 기무부대 요원 이외에 또 다른 기무사령부 요원들이 해킹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민간인 사찰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광주지역 기무부대 방첩담당인 한아무개(47) 원사가 부하 김아무개(35) 군무원에게 조선대 기 교수를 사찰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김 군무원의 요청을 받고 해킹을 돕는 한편, 본인도 해킹에 참여한 송파지역 기무부대 사이버 전문요원 한아무개(35)씨가 군 수사당국에 자수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는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소속 군무원인 한씨는 지난 8월 29일과 9월 1일 기 교수의 컴퓨터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조선대 기 교수가 지난달 초 "누군가 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학교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뒤 자료를 가져가고 이메일을 훔쳐봤다"며 광주 동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해킹에 이용된 IP를 역추적해 PC방 업주를 상대로 용의자들의 인상착의를 대조한 뒤 이들이 기무부대 소속 현역 군인과 군무원임을 밝혀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19일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왔다. 수사 결과 기 교수의 이메일을 불법으로 해킹한 김 군무원과 장 중사는 지난 14일 구속됐다.

이메일을 해킹하는 과정에서 김 군무원은 군무원 시험 동기생인 해킹전문요원 한 군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무원은 8월 29일 기 교수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9월 1일 인명자료 10여 건을 직접 해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한 군무원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법처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무사령부는 군인이나 군무원이 특정 법규를 위반한 경우에만 수사할 수 있다. 민간인의 경우 군형법이 명시한 기밀누설이나 군사간첩행위, 군사보호구역 침입 등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피의자의 이메일 등을 조사하려면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사례가 드러난 것은, 지난 2009년 8월 평택역 쌍용자동차 파업 집회 현장에서 불법촬영을 하던 신아무개 대위가 적발된 이후 처음이다. 신 대위가 빼앗긴 캠코더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의 일상생활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기무사의 사찰행위는 군사보안이나 군 관련 첩보의 수집, 군사법원 관할사건 수사라는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국가는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사찰당한 민주노동당 당직자 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1억26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