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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게임은 평등에서 출발해 최종적으로 불평등에 달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평등과 불평등을 가르는 것은 바로 승패다. 이를 기호학적으로 표현하면 ‘0→+/-’가 된다. 하지만 근대스포츠 이론가들은 이런 기호모델 ‘0→+/-’ 뒤에 또 하나의 0을 넣는다. 게임이 끝나면 다시 0으로 돌아가 모두 평등하게 된다는 뜻이다. 스포츠를 사회적 이상 실현의 과정으로 파악하는 이데올로기가 담긴 주장이기도 하다.
이런 정신이 가장 잘 표현된 예가 럭비에서 경기 종료를 ‘노 사이드’(no side)라고 부르는 것이다. 시합 중 아무리 피 튀기며 싸웠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말 그대로 ‘내 편 네 편이 없이’ 모두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노 사이드 정신’은 럭비의 존재 의의로까지 불린다. 이런 정신을 반영해 럭비구장에는 샤워장이 하나밖에 없었고, 요즘도 이름난 럭비구장에서는 이 전통을 충실히 지킨다고 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겼다고도 할 수 없고 졌다고도 할 수 없다. 노 사이드”라고 말한 것이 화제다.
하지만 홍 대표의 말은 두 가지 점에서 틀렸다. 우선 ‘노 사이드’가 ‘무승부’라는 뜻이 아니므로 용어 선택이 잘못됐다.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의 명백한 패배라는 점에서 내용상으로 틀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고 홍 대표가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내 편 네 편 없이 하나 되자’는 뜻으로 그 말을 사용한 것 같지도 않다. 최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파벌에 치우치지 않는 ‘노 사이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그럴 말을 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자격도 없다. 선거기간 내내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세의 선봉에 섰던 홍 대표의 입에서 ‘노 사이드’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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